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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ㆍ포괄수가제 논란 톱아보기이슈 선점한 의협, 포괄수가제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다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2.07.03 6:8

지난 6월 한 달간은 의약분업 이후 12년 만에 의료대란이 찾아온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라 나오면서 온나라가 들썩였다.

이는 의사협회를 비롯해 포괄수가제에 해당하는 4개 진료과가 비응급 질환에 한해 일주일 또는 일주일 이상 수술을 연기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포괄수가제 의무시행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중재를 받아들여 수술 연기 방침을 철회하고 포괄수가제 잠점 수용을 결정하면서 의료대란 우려는 잦아들었다.

정몽준 의원의 중재 카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구조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이었고, 의사협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의사협회는 무엇 때문에 건정심 구조 개선을 외치고 있을까.

▽“건보재정적자 해소하라”.. 건정심 발족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2002년 1월 19일 시행된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에 따라 2002년 2월 7일 발족됐다.

건정심은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조기에 해소하고 재정수지의 균형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건강보험제도의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을 그 목적으로 출발했다.

건정심은 공급자(8), 가입자(8), 공익(8) 대표 24인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포함한 총 25인으로 구성되며, 건강보험과 관련한 중요 사항들을 의결하는 최고 기구이다.

건정심 의결사항은 요양급여의 기준, 요양급여에 관한 사항,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부과점수 당 금액, 그밖에 건강보험에 관한 주요 사항으로 대통령이 정하는 사항 등이다.

▽건정심 첫 심의ㆍ의결 결과는?
복지부는 당초 2002년 1월 28일 위원 24명을 위촉하고 30일 첫 회의를 소집했지만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중 전문가 4인의 위촉에 관해 이견을 보여온 의약계와 시민단체로 인해 첫회의가 일주일 연기된다.

결국 첫회의도 하기 전에 전문가 4인은 서울대 문옥륜 교수, 농경연 정명채 연구위원, 연세대 이혜경 교수, 보사연 박능후 실장에서 성균관대 김병익 교수,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 교수, 보건산업진흥원 이평수 단장, 보사연 조재국 실장으로 변경된다.

첫 회의에서는 위원회 운영규정안, 건강보험료 조정안, 담배부담금 배분방안,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수가) 관련 진행사항보고 등 8개 안건을 상정, 심의할 계획이었지만 사안별로 의견이 분분해 2월 27일까지 7차례의 전체회의를 진행한다.

결국 건정심은 보험료의 경우 농어민 등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는 어려움을 인식하고 당초 정부가 제시한 9% 인상안에서 6.7%수준으로 낮춰 조정했다.

의료수가에 대해서는 의약계에서는 수가동결이 사실상 인하효과가 있다며 수가동결을 주장한 반면, 가입자와 공익대표들은 일정폭 인하를 주장하면서 충돌하자, 결국 투표를 통해 2.9%를 낮추도록 의결했다.

건정심 위원 구성 과정과 첫회의의 결과물을 보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건정심의 구조적 문제를 엿볼 수 있다.

▽의사협회는 왜 건정심을 탈퇴했나
의사협회는 지난 5월 24일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정심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건정심이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정부가 전문가 단체의 목소리를 합법적으로 묵살하는 도구로 상용돼 왔다는 게 의사협회의 탈퇴 이유이다.

건정심은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공익단체 8인 중 의료비를 적게 쓰고자 하는 의료소비자와 이해를 같이하는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등 정부측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건정심의 모든 결정은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사를 대표하는 위원들은 위원장 1인과 24명의 위원 중 공급자 중 3인에 불과해 표결로 결정하는 경우, 전문가단체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묵살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료 수가는 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해왔고, 한국의 의료수가는 OECD 평균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의원들의 건보재정 점유율은 반토막이 났고, 의원 폐업률은 해마다 1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에 있어서도 건정심은 선보완 후시행하자는 의협 의견을 무시하고, 의협이 빠진 상태에서 포괄수가제를 통과시켰다.

의협은 건정심 구조 문제는 과거 감사원도 지적했다고 주장한다. 의사협회의 주장대로 감사원은 지난 2004년 건정심 구성 중 공익위원 8명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며, 구성원을 변경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감사원은 가입자와 의약계간 이해가 상충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공익대표의 역할이 중요한데 공익위원으로 복지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원을 세우는 것은 중립성과 객관성을 훼손해 공익대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가 요구하는 개편안은?
의사협회는 건정심 위원 재구성 방안으로 두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1안은 기본 방향을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지불자로 1대1 구성되도록 재구성하고, 공익대표에 포함돼 있는 정부 및 산하 단체 위원을 가입자대표에 포함시키는 안이다. 이럴 경우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게 의사협회 측의 설명이다.

또, 공익대표는 3인으로 하되 공급자측과 가입자측이 추천하는 각 1인과 상호 협의 후 추천하는 1인으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2안은 공급자 대표와 보험자 및 가입자 대표는 각각 9인으로 동수로 두고, 공익대표 3인을 두는 안이다.

공급자 대표는 의사 5명(의협 추천), 치과의사 1명, 한의사 1명, 약사 1명, 간호사 1명으로 구성하고, 보험자 및 가입자 대표 9인은 복지부 1명, 기재부 1명, 건보공단 1명, 심평원 1명, 노동계 2명, 경영계 2명, 시민단체 1명으로 구성하며, 공익대표 3인은 공급자 추천 1명, 가입자 추천 1명, 공동 추전 1명으로 구성하자는 안이다.

특히 2안의 경우 독일의 건강보험정책 관련 위원회의 구성과 유사한 형태이다. 독일 연방의료심의위원회는 의사대표 9명, 가입자대표 9명, 중립위원 3명으로 구성한다.

의사협회는 또, 건정심 위원 구성 개선뿐만 아니라 역할 및 기능 개선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심의ㆍ의결 기능을 제한하고 조정 및 중재기구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것과 위원회의 실질적인 정당성 확보 등이 그것이다.

▽시민단체들이 바라보는 건정심
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는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의협이 29일 결정한 수술연기 방침 전격 철회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연은 “다만 의협의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의 잠정적 수용과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른 수술연기 철회 결정이 마치 유력 정치인의 중재에 의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환자 입장에서 매우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유력 정치인의 의협 전격 방문과 건정심 구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포괄수가제 여론조사 결과가 부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협의 꼼수라는 게 환자단체의 평가다.

하지만 환연은 의협이 정부에 제안한 ‘포괄수가제 제도개선기획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제스쳐를 취했다.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든지 포괄수가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 테이블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러한 논의 테이블에 환자도 참여하고 싶다고 요구한 것이다.

경실련등 8개 시민사회단체도 지난 2일 공동성명을 내고 의협의 건정심 구조개편 주장을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의료계가 건정심에 참여해 왔으면서 이제 와서 건정심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보다는 의사집단의 경제적 이해를 위원회를 통해 관철시키겠다는 뜻이다.”고 비판했다.

지불자와 공급자 동수의 포괄수가제 논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포괄수가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대표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의료계가 포함된 포괄수가발전협의체를 구성해 현재까지 7차례 동안 포괄수가 적정수가 산출방법, 환자분류체계의 개선, 포괄수가 급여적정성 질 평가지표 등을 도출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

시민단체는 한 발 더 나아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더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각종 전문위원회에 가입자 단체를 참여시켜 공급자단체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전체 의료비 지출의 규모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정심 위원 구조 개선 가능한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지난달 29일 의협회관을 직접 방문해 “건정심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불합리한 건정심 구조를 빠른 시일 내 재구성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정 의원은 “건정심 구성을 개편하고 새로 개편된 기구에서 충분한 대화를 의협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건정심 구성을 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불합리한 규정이 있으면 그러한 규정을 바꾸는 것에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혀, 법안발의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건정심 구조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2010년 4월 2일 건정심 구조를 개편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손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보면 ▲건정심 공익위원 4인 증원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권한 ‘자문역할’로 축소 ▲요양급여비용 계약분쟁 조정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 신설 등을 담고 있다.

손 의원은 “수가 최종 결정 과정에서 공정성에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다.”며, “현행 건정심 공익대표 중 전문가를 증원해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손 의원의 개정안은 가입자 단체 등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현재 국회 관계자 사이에서도 정 의원의 중재를 받아들인 의사협회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법안 발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거부감과 가입자 단체의 반발을 뚫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의사협회, 이슈를 선점하다
건정심의 구조 개선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 수술 연기 발표에서부터 정몽준 의원의 중재를 받아들이기까지 얻은 이익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동안 정부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던 이슈 선점 측면에서 완승을 거둔 점이다.

의사협회는 포괄수가제 논란 내내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해 나갔다.

먼저 건정심 탈퇴 카드를 꺼내들어 포괄수가제 논란 및 건정심 구조 개선을 이슈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어, 의사협회는 정부의 ‘거짓말’에 초점을 맞췄다. 토론회에서 정부측 토론자가 사실을 왜곡하고, 정부가 배포한 홍보 책자에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목격되자 ‘거짓말하는 정부’를  집중 부각시켰다.

또, 포괄수가제에 해당하는 4개 진료과의 ‘일주일간 수술 연기’ 결정을 이끌어내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이 당시 다수 언론에서 ‘제2의 의료대란이 우려된다’고 보도했지만 정작 노환규 집행부는 전면 파업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국민 설문조사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사협회가 실시한 4개의 설문 결과는 환자와 일반인 간 상당한 차이를 보인데다가 설문 결과 발표 전 정몽준 의원의 중재안을 의협 집행부가 받아들이면서 빛이 바랬지만 이슈 선점 측면에서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포괄수가제 반대한 의사들.. 메시지 남긴 의협
일각에서 의협이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내용에 대해 문제를 삼고, 특히 외부기관인 갤럽의 설문결과만 인용보도한 것은 포괄수가제가 일반인 보다 환자에게 직접 해당된다는 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특히 복지부와 시민단체에 공동 설문조사를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양 측이 이를 각각 거부했다는 점에서 의협을 향해 일방적인 여론조사였다고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포괄수가제 시행시기에 대해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갤럽의 경우 시행 50.7%ㆍ연기 27.1%, 모바일 앱 1차 시행 21.5%ㆍ연기 47.3%, 2차 시행 40%ㆍ연기 36%, 의사협회 시행 8.0%ㆍ연기 70.6%, 안과의사회 시행 7.0%ㆍ연기 92%로 나왔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계획대로 시행을 원하는 의견이 소폭 많았으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엇보다 의사협회의 소득은 건정심 탈퇴와 수술연기 선언,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대다수 일반인이 포괄수가제를 알게 됐다는 점이다.

또, 정부가 의사들의 반대 속에 포괄수가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사실도 각인시켰다. 이로 인해 포괄수가제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게 그 화살이 돌아간다는 점도 의사협회의 성과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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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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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민 2012-07-03 11:09:29

    제가 바라보는 판과 거의 일치하는, 판을 전략적 측면에서 분석한 거의 유일무이한 기사입니다. 의사협회가 얻은 소기의 성과가 얼마나 큰지는 사실 좀 비관적이지만, 포괄수가제로 인한 부작용을 경고함으로써, 그 부작용에 대한 비난을 정책강행측으로 돌렸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이죠. 의사들이 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최소한 그것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욕 먹고싶지는 않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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