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은 유난히도 늦다. 벚꽃 축제로 인파가 붐벼야 할 거리에는 아직도 두꺼운 옷을 입고 찬바람을 피해 종종 걸음을 걷는 사람들만 보인다. 그래서인지 예년에 비해 독감 환자가 3∼4배 가량 크게 늘어 2000년 이후 10년 만에 독감 발병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렇듯 환절기가 되면 재채기와 콧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냥 지나가는 감기려니 하고 치료를 미루다가는 증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갑작스런 재채기, 맑은 콧물은 알레르기
외출 시 갑자기 재채기가 나거나 맑은 콧물이 흐를 때는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대하여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항원)이 코 점막에 노출되면 자극 부위로 비반세포, 호산구 등 여러 종류의 염증세포가 몰려들어 생기는 질환이다.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갑작스런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이 외에도 코 주위 가려움, 두통, 후각 감퇴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식물의 꽃가루가 날아다니는 계절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으나 만성적으로 계절과 관계없이 일 년 내내 계속되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는 원인이 되는 물질인 알레르겐(항원)을 피하는 환경요법(회피요법)과 약물요법, 면역요법이 있다.

알레르겐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면역요법은 환자에게 원인 알레르겐을 차츰 투여하여 환자의 면역반응을 조절함으로써 증상을 줄이거나 없애는 치료방법이다.

알레르기 비염의 악화를 예방하려면 우선 환경관리를 통해 원인물질과 악화요인인 먼지, 온도의 변화, 담배연기나 매연, 화장품, 스트레스 등을 피하고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꽃가루가 많은 계절에는 창문을 닫고 외출할 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며, 애완동물이 원인인 환자는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것이 좋다.

증상이 조절되더라도 재발과 합병증을 막기 위해 의사로부터 처방 받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가려움증, 코막힘, 콧물이 있다면 비염
비염이란 비루(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및 코막힘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동반하는 비점막의 염증성 질환으로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비염은 급성 비염, 만성 비염, 위축성 비염으로 나눠진다.

급성 비염은 흔히 감기라고 말하는 감염성 비염이며, 만성 비염은 원인에 따라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다시 나뉜다. 비감염성 만성 비염의 원인으로는 알레르기, 비강 구조의 해부학적 이상,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호르몬 이상, 약물, 정서 불안 등이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지만, 부비동염, 편도염 등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을 먼저 치료하기도 한다.

만성 비후성 비염의 경우에는 내과적인 치료로 분무형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술적인 치료법으로는 비갑개 성형술이나 비갑개 절제술, 레이저 수술, 고주파를 이용한 수술 등이 있다.

혈관운동성 비염에서는 주로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항콜린제 스프레이를 사용하며, 약물성 비염은 해당 약물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조절하여 치료한다.

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먼지, 급격한 온도 변화, 피로나 스트레스, 담배 연기나 매연 등의 비염 유발 요소를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속적인 누런 콧물, 코 뒤로 넘어가는 콧물은 축농증(만성 부비동염)
코막힘, 지속적인 누런 콧물, 얼굴 통증, 코 뒤로 넘어가는 콧물(후비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축농증(부비동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부비동이란 코 주위의 뼈 속에 있는 빈 공간으로 작은 구멍(자연공)을 통해 코 속의 환기 및 분비물의 배설을 담당한다. 축농증(부비동염)이란 자연공이 막혀서 부비동의 환기 및 배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염증이 심해지는 상태이다.

축농증이 계속되면 두통과 후각 및 집중력 감퇴 등이 나타나고, 중이염이나 기관지염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기관지 천식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콧물이 뒤로 넘어가면서 기침을 유발하기도 하므로 3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기침이 있는 경우 부비동염이 원인일 수 있다.

만성 부비동염은 약물치료와 함께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비강세척이 도움이 된다.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부비동염은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술은 코 안의 구조적 이상을 교정하거나, 염증이 있는 부비동을 개방하여 환기와 배설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입술을 들고 수술하는 상악동근치수술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부비동 내시경수술이 보편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간단하면서도 정밀한 처치가 가능해져 높은 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목이 아프고 미열이 날 땐 감기 의심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계의 감염 증상으로 사람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급성 질환 중 하나이다.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미열, 두통 및 근육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치유된다.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여야 한다. 기침을 할 때는 손으로 가리지 말고 머리를 아래로 숙여서 바닥을 향하도록 하며 외출 후에는 혹시 묻어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좋다.

또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비비지 말고 수건 등의 일상 용품은 다른 사람과 함께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으므로 사람이 너무 많은 곳으로의 외출은 삼가도록 한다.

▽고열, 두통, 근육통 동반한다면 독감 의심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갑작스런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과 같은 전반적인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독감은 전염성이 강하고, 노인이나 소아,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걸리면 합병증이나 사망률이 증가하므로 예방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어린이나 노약자는 때에 맞춰 독감 예방 접종을 시행하고, 독감 유행 시기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독감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생 48시간 안에 사용해야 효과가 있으므로 감기와 구별하여 신속히 전문의의 진단을 받을 것을 권한다.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정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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