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총회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경만호 회장의 공금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의사협회 안팎이 시끄럽다.

발단은 J회계법인이 의사협회 감사단에 보낸 의협 2009년 결산보고에 대한 검토의견서가 공개되면서부터이다.

검토의견서에는 의협의 외부용역연구비 집행자금 중 일부가 용역연구책임자의 입금통장을 거쳐 경만호 회장의 개인통장으로 전달된 내역이 발견됐다며, 이는 횡령 등의 법적인 문제를 수반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의협 집행부는 이 의견서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정책연구소 외부용역 횡령 의혹 경위자료’를 공식 발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했지만 의혹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왜일까? 집행부가 의혹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만호 회장이 횡령 의혹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쉽다. 외부연구 용역 연구비가 회장 개인통장으로 입금되지 않았다고 입증하면 된다.

하지만 집행부 스스로가 밝힌 경위서를 보면 회장 개인통장으로 연구비 집행자금이 입금된 건 사실로 보인다.

외부기관에 지급돼야 할 용역 연구자금이 회장 개인통장으로 입금됐으니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외부 회계법인의 지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문제가 된 외부 연구용역의 연구기간은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로 5개월이다.

통상 외부 연구용역의 연구비는 인건비와 자료조사비 등 매월 일정하게 소요되는 지출이 있기 마련이다. 4개월 동안 연구비가 전혀 집행되지 않다가 5개월째 연구비 전액이 집행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문제가 된 연구과제의 연구비의 경우 5개월 동안 전혀 집행되지 않았다. 이는 이번 연구과제가 통상적인 연구와 다른 연구임을 시사한다.

집행부도 경위자료를 통해 연구과제의 성격과 연구비가 집행되지 않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의료계 현안 홍보를 위해 회장의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한 특수업무추진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대의원회 의장과 감사단의 동의를 구해 실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라고 고백한 것과 다름 아니다. 전체 회원을 위해 선의의 목적으로 추진된 사안인 만큼 문제될 게 없고, 회원들도 동의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강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회원들도 같은 생각일까? 지난 해와 올해는 원격의료와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시장형 실거래가제 등 개원가를 옥죄는 현안이 산적했다.

그런데 특수업무에 사용하기 위해 외부 연구용역 과제라는 편법을 사용해가면서까지 확보한
자금을 6개월 가까이 단돈 한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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