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 노환규 대표는 12일 오후 2시 대한약사회관을 찾아 박인춘 부회장과 의료계를 둘러싼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는 조제료, 의료전달체계, 원격진료, 의원-약국 간 협력방안 등 다양한 현안들이 논의됐다.

먼저 노환규 대표는 “최근 전의총에서 일간지에 국내 건강보험 체계와 복제약의 문제점을 지적한 광고를 두차례 진행했고, 조만간 조제료를 주제로 한 세번째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할 계획이다”고 말하고, 이에 대한 약사회 측의 의견을 물었다.

박인춘 부회장은 “조제료가 없어진다고 그만큼 진료비로 지급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사들은 파이가 한정됐으니 조제료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요한 건 파이를 서로 뺏기 위한 힘싸움보다 전체 파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협력방안을 찾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의총이 조제료 광고를 강행하면 약사회는 리베이트 광고 등으로 맞불을 놓을 수 밖에 없다”며, “조제료 광고는 자칫하면 약사-의사간 대결구도로 갈 수 있는 만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대표는 “의사들도 직역 간의 갈등은 피하고 싶어 한다”며, “조제료를 언급한 것은 약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정부를 향한 메시지이다”고 설명했다.

노환규 대표는 의료전달체계로 화제를 바꿨다. 노 대표는 “국가가 병원 위주의 의료정책을 펴다보니 날이 갈수록 개인의원은 힘들어 진다”며, “의료전달체계와 기초 공공의료가 확립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병원 위주의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인춘 부회장은 “동네약국도 똑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동의하고,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장기처방이 이어지고, 이로 인해 문전약국은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반면 동네약국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부회장은 “결국 동네의원의 처방이 늘어야 동네약국도 사는 것 아니냐”면서,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동네의원 만큼이나 동네약국에도 중요한 문제이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최근 대학병원에서 300일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해 줬다는 말을 지인에게 들었다”며, “분산 처방을 해야 의원과 약국이 모두 살수 있다”고 말하고, “대형병원은 약을 일주일치 이상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고 언급했다.

양측은 원격진료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노 환규 대표는 “원격진료는 의사와 환자의 화상진료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가속화시킬 것이다”면서, “원격진료가 시행되고, 약의 배달판매가 허용되면 로컬약국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인춘 부회장은 “택배 판매는 어떠한 경우도 절대 반대한다”며, “지역 약국 살리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원격진료 논의도중 박 부회장은 경만호 회장을 직접 언급했다. 박 부회장은 “보건의약단체들이 원격진료에 대해 대책을 논의할 때 경만호 회장은 원격진료 반대입장을 표명했는데 이후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면서 “당시 경만호 회장의 태도에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원격진료에 대해 반대하지만 직접적인 당사자인 의협의 태도가 미온적이어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총리실에서 병원 내 원내약국 조제허용에 대한 의견을 묻자 경만호 회장은 찬성의견을 냈다”며, “병원 내 원내약국을 허용하면 병원으로 환자가 더 몰릴게 뻔한데도 의협의 대응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담에서 양측은 로컬의원-로컬약국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언제라도 얼굴을 맞댈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박인춘 부회장은 “약사회와 전의총이 MOA(Memorandom of Agreement: 합의각서)를 맺고, 가까이 위치한 로컬의원과 로컬약국이 서로를 소개하고, 환자를 안내하는 방법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노 환규 대표는 “의사와 약사가 협력을 통해 보건의료 파이를 키우고, 이로 인해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하자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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