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중앙대학교 용산병원이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이전ㆍ통합 된지 1년이 흘렀다. 평생 의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았지만, 이제는 경영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중앙대용산병원 마지막 원장, 민병국 교수를 만나 그의 ‘1500일의 스캔들’과 최근 근황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민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용산병원장을 지냈으며, 최근 6년간의 경험을 담은 ‘1500일의 스캔들’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소영 기자: 교수님, 지난달에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먼저 ‘경영지침서’를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한데요.

민병국 교수: 용산병원장으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많은 경영서적을 읽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이론위주로 구성돼 있어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려웠어요. 내가 병원장으로 경험한 내용만 써도 정말 좋은 책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출간 결심을 하고, 병원장으로 4년을 근무한 후부터 조금씩 쓰기 시작했죠.

이소영 기자: 그런데 책 제목이 ‘1500일의 스캔들’이에요. 스캔들이란 표현을 넣으니 자극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민병국 교수: 사실 책 제목은 아내의 말을 인용했어요. 제가 2년을 더 병원장으로 근무할 지 알 수 없던 4년 임기 어느 날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1500일의 스캔들’이라고. 하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병원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하루하루가 사건이 끊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스캔들이라고 지었어요.

이소영 기자: 그럼 책 소개를 잠깐 해주세요. 기존 책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민병국 교수: 일단, 100% 저의 실제 경험담으로 꾸며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죠. 또, 이 책의 부제가 ‘창조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0.1%의 변화 전략’이에요. 이처럼 고객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전하고 싶었어요. 개원의 준비하는 의사뿐만 아니라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고, 미래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이소영 기자: 네. 교수님, 최근 근황이 궁금한데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세요?

민병국 교수: 특별한 일은 없죠. 그저 젊은 시절 보다 활발하진 않지만, 환자 진료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또, 아무래도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져서 여행도 자주 가는 편이죠.

이소영 기자: 그럼, 병원장으로 근무하기 전하고 비교했을 때 변화된 점이 있나요?

민병국 교수: 일단, 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내가 정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각하고 지냈다는 걸 깨달았죠. 의사들은 의료의 전문가일 뿐이지 다른 분야는 문외한이잖아요. 많이 배우게 됐어요. 자기발전도 많이 됐죠. 또한 지금은 병원장을 경영자라고 칭해주는데, 예전에는 병원장을 경영자라고 칭해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냥 오너가 앉혀놓은 자리에 불과했죠. 그런데 우리는 여건이 좀 달랐어요. 용산병원이라는 한계로 더 마음대로 할 수 있었어요.

이소영 기자: 그럼 병원장과 의사 중 어느 쪽이 더 적성에 맞으세요?

민병국 교수: 지금 생각해 보니 경영하는 쪽이 더 맞는 것 같아요. 나로 인해 사람과 환경 등 변화를 많이 줄 수 있어서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어요.

이소영 기자: 병원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민병국 교수: 처음에 ‘생각의 틀을 부수자’고 다짐했어요. 고정된 마인드로 매일 그대로 하는 것은,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다음은 ‘함께하는 것’을 강조했어요. 리더의 마음가짐이 중요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소영 기자: 용산병원을 ‘작소병원’이라고 불렀다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민병국 교수: 작소병원은 ‘작은 것도 소중히 하는 병원’이란 뜻이에요. 처음 용산에 원장이 되면서부터 병원에 걸어놓은 것이죠.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이었어요.

이소영 기자: 굉장히 애정이 깊은 듯은 느낌이 드는데요, 6년을 있다가 나올 때는 많이 아쉬웠을 것 같은데요.

민병국 원장: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하는데, 우리의 마지막 모습이 어땠는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물론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섭섭함 보다는 뿌듯함이 더 컸어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거든요. 우리가 이렇게 변했다는 그런 뿌듯함이죠.

이소영 기자: 네. 그렇겠네요.

민병국 원장: 그리고 원장이란 자리가 원래 임기를 마치면 떠나야하는 한시적인 자리잖아요. 그 기간 동안 얼마나 열정을 갖고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흔한 말이지만, 자기하기 나름이죠. 그리고 지금은 굉장히 흐뭇합니다. 하하하.


이소영 기자: 병원장으로 있으면서, 이것은 정말 잘 한 일인 반면, 쫌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게 있나요?

민병국 교수: 잘한 일은 직원들과의 관계인 것 같아요.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직원들이 꽤 만족스러워했어요. 반면, 병원 자체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죠.

이소영 기자: 발전적 방향이요?

민병국 교수: 현재 중앙대학교 병원으로 이전ㆍ통합은 됐지만, 배드 수가 늘지는 않았잖아요. 용산병원이 접더라도 또 하나의 용산병원이 생겼다 그러면 발전적인데, 함께 모였다는 것은 발전적이지는 못하다고 생각해요.

이소영 기자: 그럼 한 번 더 원장 직을 맡긴다면 수락할 의사가 있으세요?

민병국 교수: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60인데 나의 욕심이죠. 하하하. 책 출간 역시 도전을 하고, 변화를 주기위해 시작한 것이죠.

이소영 기자: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민병국 교수: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찾아봐야죠. 하하하. 기회가 찾아오면 항상 도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끝이 새로운 시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소영 기자: 네. 꼭 새로운 도전에 성공할 수 있길 기대할게요. 오늘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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