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최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 마디로 의대생들은 산부인과를 비 인기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3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전임의로 부임한 두 명의 여자 교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직접 만나 여자로서 산부인과 의사는 어떤지 많은 얘기를 나눴다. 특히 안암병원 산부인과에 여의사가 온 것은 최근 10년 내에 처음이라고 들었다. 배효숙 교수와 정예원 교수는 고려의대를 졸업 후, 모교 부속병원에서 인턴과 산부인과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이소영 기자: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배효숙 교수
▲배효숙 교수
배효숙 교수, 정예원 교수: 특별한 이유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우선은 고대가 모교이니 졸업한 후 여기서 트레이닝 받고, 레지던트 마치고 이어서 자연스럽게 남게 됐어요.

이소영 기자: 산부인과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책임지는 산과 분야와 여성 질환과 불임치료, 폐경 여성 관리를 담당하는 생식내분비 분야, 최근 급증하고 있는 부인 암의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는 부인종양 분야까지 영역이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고대 안암 산부인과의 경우 현재 어떤 분야에 주안점을 두고 있나요?

정예원 교수: 산부인과는 보통 산모와 애기만을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름 그대로 산과랑 부인과가 전목된 과죠. 현재 저희는 어느 분야에 더 중점을 둔다기 보다는 각 파트별로 세분화하고, 담당 스텝선생님들이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이소영 기자: 그럼 선생님들의 주 전공 분야는 무엇인가요?

배효숙 교수: 현재 산과를 담당하고 있어요. 전공의 때는 모든 분야를 다 공부했어요. 이후에 이 분야를 좀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것이 산과이죠.

정예원 교수: 저는 부인종양과를 보고 있어요.

▲정예원 교수
▲정예원 교수
이소영 기자: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수년째 정원에 턱없이 부족한 걸로 알고 있어요. 현장에 있는 의사로서 심정이 어떤가요?

배효숙 교수: 복합적인 문제가 내포된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과를 선택할 때 편하면서도 수익이 좋은 쪽을 선택하는 분위기잖아요. 또한 정책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죠.

정예원 교수: 맞아요. 사실 과 인기가 떨어지는 데는 출산율이 저조해 지는 것도 있겠지만, 그 만큼 정책적인 문제들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공을 선택할 때는 좀더 유망한과, 인기가 많은 과를 선택하기 마련인데, 이게 자꾸 정책적으로 힘들다, 언론에서도 그렇게 얘기를 하니깐 계속 악순환이 되는 거죠.

이소영 기자: 그렇네요.

배효숙 교수: 안타까워요. 과를 선택할 때 유행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평생 해야 하는 일이니깐 자기의 적성에 맞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과를 선택해야 해요. 그래야 힘든 일도 감당할 수 있거든요. 산부인과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과란 걸 후배들이 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정예원 교수: 사실상 산부인과가 하는 일은 생식기쪽으로 모든 걸 다하고 있기 때문에 진료영역은 굉장히 넓은 편이거든요.

이소영 기자: 그럼 이제, 산부인과 ‘여자’의사에 초점을 맞쳐 볼께요. 평소 인터넷을 하다 보면 여의사가 있는 산부인과 병원을 알려 달라는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왜 여자의사를 선호한다고 생각하세요?

정예원 교수: 음... 어쩔 수 없는 흐름인거 같아요. 예전 할머니 환자들의 경우는 의사면 남자의사, 그 중에서도 나이 많은 의사에게 더 신뢰가 가고, 실력이 있을 꺼라고 생각을 하셨어요. 때문에 실제로 산부인과에서도 남자의사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이소영 기자: 예전엔 그랬었죠. 지금은 어떤가요?

정예원 교수: 사실 이제는 산부인과를 지원하고, 새로 채용되는 의사들이 대부분 여자의사예요. 환자들도 여자의사들이 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당연히 여성생식기를 보는 산부인과에서 여자의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소영 기자: 정 교수님은 아이가 있다고 들었어요. 환자입장이 돼 보셨잖아요. 여자의사가 더 편하던가요?

정예원 교수: 그렇죠. 호호호. 저도 산부인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받을 때 당연히 여자의사가 더 편하죠. 이런 경험이 제가 환자를 돌볼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소영 기자: 도움이요?

정예원 교수: 전 여자의사이고, 또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으면 환자를 대할 때 여자들의 마음을 더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아주 세심한 것이지만, 내진을 할 때도 먼저 환자에게 얘기를 하고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환자들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소영 기자: 그럼, 산부인과에 근무하면서 남의사와 여의사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역할의 차이가 있나요?

배효숙 교수: 차이가 있죠. 근데, 남자의사도 필요해요. 물론 여자의사로서의 장점도 확실히 더 많지만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남자의사들이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어요. 저희가 또 몸 쓰고 힘쓰는 일들이 많아요. 호호호. 다 같이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이소영 기자: 갑자기 궁금해 졌는데요, 선생님들은 왜 인기 있는 과를 선택하지 않고, 산부인과를 선택했나요?

정예원 교수: 요즘에 과가 인기가 없다 보니깐,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사람은 산부인과가 정말 재미있어서 선택하는 거 같아요. 산부인과를 인기가 있어서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관심이 많아서 하니깐 재미있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소영 기자: 재미있으세요?

정예원 교수: 네. 호호호. 재미있어요.

이소영 기자: 저 혹시 개원을 생각해 봤나요?

배효숙 교수: 그럼요. 앞으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죠.

정예원 교수: 저도 다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개원 쪽을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음... 대학병원에 남아있는 건 그래도 대학병원 트레이닝 과정에서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서 남았어요.


이소영 기자: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 후회해 본적은 없으세요?

정예원 교수: 일이 힘들어서 후회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잠을 일주일에 몇 시간 못자고, 일이 힘들어도 그냥 기계적으로 하다 보니, 몸에 배서 힘든지 모르고 지냈죠. 돌이켜보면 힘들었겠지 만요.

이소영 기자: 그럼 다른 이유로 후회를 했나요?

정예원 교수: 네. 저는 결혼을 하고 아이도 가졌기 때문에 가정일이나 육아문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니까그럴 때는 상대적으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렇게 평범하게 살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도 하죠.

이소영 기자: 선생님은 어떠세요?

배효숙 교수: 저는 오히려 학교 다닐 때는 공부에 흥미가 없었는데, 실제로 일을 하면서 재미를 더 많이 느낀 스타일인거 같아요. 실제로도 환자가 있으면 더 찾아보고 공부하게 돼요. 일하면서는 후회한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이소영 기자: 두 분 다 행복하신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 마디씩 해주세요.

정예원 교수: 계속 산부인과가 인기가 없어지고 있어서 매년 전공의 들어올 때 마다 이번에는 누가 들어오는지 신경 쓰고 그게 우리끼린 이슈거든요. 그런 일시적인 과의 인기나, 힘들 것 같다는 걱정 하지 말고, 그 과가 정말 자기에게 얼마만큼 맞고 적성에 맞는지 생각해서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배효숙 교수: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정말로 저희는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오면 힘든지도 모르고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이소영 기자: 오늘 인터뷰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배효숙 교수: 네. 저희도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인터뷰가 처음이어서 말을 제대로 못했어요. 분량이 나올지 기자님이 걱정이네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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