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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의협 간선제 논란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0.04.09 3:0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회장선거 간선제안’이 통과된 이후 일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장 선출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권찾기의사모임(이하 선권모)은 의사협회를 상대로 간선제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은 1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원고의 항소로 현재 법원에 계류중이다. 복지부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유권해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선권모 시삽으로 활동해 왔던 권계랑 회원이 사생활이 벗겨지는 인격적 모멸감을 극복할 수 없다며 시삽포기 의사를 밝혔고, 전국의사총연합은 선권모 역할을 대행하겠다며 논란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의 여파로 좀더 강력한 리더십을 원했던 의사협회는 2001년 직선제를 도입했다.

의사협회는 이후 약 8년 동안 5명의 직선제 회장을 배출했다. 하지만 회원들의 저조한 투표 참여율과 선거 후유증을 이유로 간선제 전환요구가 일부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4월 26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61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회장선거 간선제안’이 통과됐다.

이날 통과된 간선제안은 기존 대의원과 선거인(추후 모집)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한 후 이들이 회장을 간접 선출하는 방식이다.

▲선권모, “정관개정 절차에 하자 있었다”
선권모 등 ‘회장선거 간선제안’을 무효라고 주장하는 회원들은 당시 대의원총회가 새 집행부가 출범하기 전에 열린 만큼 직선제로 선출된 새로운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선거제도로 인한 논란의 소지를 제공하고, 더욱이 선거제도 자체를 변경해버림으로써 새 집행부의 정통성을 흔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경만호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취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의원총회가 열리기 직전 당선인 신분으로 각 시도의사회에 공문을 보내 선거방식 변경에 대한 논의나 의결을 유보해 달라고 협조를 부탁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선권모는 집행부의 정통성 여부와 관계없이 정관개정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대의원총회 동영상을 보면 간선제 논의 직전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대의원의장이 회의장 밖에 있는 대의원의 출석을 종용한 끝에 정족수인 162명을 채우게 되는데 정족수가 채워졌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선권모의 주장이다.

또, 선거제도 변경이라는 중대한 정관개정 과정에서 찬반의견을 청취하고, 그 의결방법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함에도, 대의원 의장은 찬반토론이나 의결방법에 대해 대의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거수표결에 들어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정족수 계산을 위해 찬성 외에도 반대와 기권에 대해서도 거수 표결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장은 단지 찬성수 만을 세어본 후 간선제 통과를 선언하고 이를 지적하는 대의원의 의견은 관례라며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간선제 개정 찬성 측, “직선제 폐해 더는 안돼”
간선제 개정을 찬성하는 회원들은 무엇보다 저조한 투표 참여율을 문제점으로 내세운다.

직선제가 전체 회원의 직접투표를 통해 회장을 뽑겠다는 것인데 참여율이 저조하니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또, 선거 후유증으로 인한 폐단을 막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회장선거 간선제 공청회’에서 이원기 대의원회 부의장은 “직선제는 선거 전에 분위기가 과열되고 네가티브 선거운동이 난무하며, 선거 후에도 회원들의 화합에 지장을 준다”고 지적했다.

변영우 전 경북의사회장도 “경북도의사회에서는 선거인단을 직접 선출해 회장을 뽑자는 안건을 의협에 상정했다”며, “서울, 부산, 광주 등 9개 시도의사회와 의학회도 간선제 안을 상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간선제 연구자 제안내용 들여다보니…
의사협회의 간선제 연구용역을 맡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조홍석 교수는 지난 2월 27일 열린 ‘회장선거 간선제 공청회’ 자리에서 간선제 전환 결과를 발표했다.

조홍석 교수는 선거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지역별 선거인단의 수를 회원수에 비례해 직선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조 교수는 선거인단의 규모가 적을 경우 학연ㆍ지연 등에 의한 부정선거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회원 50명당 1인’의 선거인을 선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 안대로 간선제가 추진될  경우 선거인단 규모는 약 1,600명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의원의 선거인 포함여부에 대해서는 “대의원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며, “대의원을 당연직 선거인단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권계랑 회원 징계 논란
권계랑 회원은 선권모를 주도하고, 간선제 무효소송에도 원고로 참여했다.

또, 의협게시판은 물론 헌법학회 게시판에도 ‘간선제 정관변경은 ‘날치기 통과’라며 이의를 제기하는 등 누구보다 간선제 변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간선제 논란이 확대되자 대의원운영위원회는 권계랑 회원에 대해 징계를 결의하고, 박희두 대의원의장 명의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했다. 

징계 사유를 보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는 의사로서 품위를 손상시키고 위계질서를 파괴하며 회원간의 갈등과 불신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중앙윤리위원회에는 정관 상 본회 질서를 문란케 한 행위, 의사로서 품위를 훼손한 행위, 본회 및 의사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 타 회원의 명예를 훼손해 회원의 친목을 저해한 행위로 징계를 요청했다.

현재 권계랑 회원 징계 건은 정보통신윤리위에서는 기각됐고, 중앙윤리위에서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권계랑 회원은 지난 2일 “대의원회가 윤리위원회에 요구하는 징계요청서에 헌법학회로부터 받은 개인 메일 내용이 첨부됐다”고 밝히고, “개인 메일까지 공개되고, 단체적으로 집단 괴롭힘을 당하면서까지 선권모 활동을 할 수 없다”며, 선권모 시삽 포기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권계랑 회원은 “선권모는 한시적 기구로서 외부사회에 비유하면 소비자 피해단체 같은 곳이다”고 언급하고,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지키는 것이지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올해 지역의사회 정기총회의 최대 화두는 총액계약제와 간선제 정관변경이었다. 지역의사회마다 결의문을 채택하며 총액계약제 추진에 대해 전의를 불태웠지만 이에 못지 않게 간선제에 대해서도 꾸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경기도의사회는 의사협회장 선출 방식에 대해 전 회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을 의협에 정식 건의키로 했다.

인천시의사회에서도 무산되기는 했지만 간선제안을 놓고 모든 회원에게 찬반을 묻자는 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한 구의사회에서는 간선제가 되면 대의원의 역할이 커지므로, 구의사회 대의원을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뒤집어 보면 회장 선출 자체를 직선제로 하면 해결될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밖에 대의원의 당연직 선거인단 포함 여부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의협의 간선제 연구용역에서 연구자는 대의원을 당연직 선거인단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의협은 아직까지 대의원의 선거인단 포함에 대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최근 선거권 찾기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세부 계획을 조율중이다.

전의총 노환규 대표는 “직선제와 간선제의 우열을 논하려는 게 아니다”면서,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에 항의하는 회원을 징계 요청한 의협의 처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유권해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항소심의 경우 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어 1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때문에 간선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오는 25일 개최될 정기대의원총회를 전후로 논란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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