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인터넷 검색창에 이름을 치면 ‘생명윤리 및 법률 전문가’라고 검색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화의대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권복규 교수다. 이종강 장기이식 제도화 추진을 위한 TF팀에 참여하며 윤리, 법, 제도를 연구ㆍ개발하는 일을 주로 하고있고, 뿐만 아니라 의료윤리에 대해 교육한다는 권복규 교수를 만나, 많은 얘기를 들어봤다. 

이소영 기자: 인터뷰 오기 전 교수님 이름을 검색해 보니깐 ‘생명윤리 및 법률 전문가’라고 뜨던데요, 요즘은 주로 어떤 일 하시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세요?

권복규 교수: 요즘요? 강의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죠. 그 외에는 제가 지금 맡아서 하는 일은 이종이식과 관련해 윤리ㆍ법ㆍ제도 이런 것들 연구ㆍ개발하는 일을 맡아서 하고 있고, 의료윤리학회에서 학술적인 활동, 그리고 여러 가지 교육 활동 등 전문가들에 대한 윤리 교육 시 필요한 제도 법률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소영 기자: ‘이종간 장기이식 제도화 추진’을 위한 TF팀에 참여하고 있으신대, 교수님은 어떤 쪽으로 주장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권복규 교수: 기본적으로는 동물의 장기나 조직을 사람에게 이식한다는 건 굉장히 큰 치료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분들도 많이 있고, 또 췌도 이식의 경우는 당뇨환자들이 한 300만명 정도 되기 때문에 치료적으로 잘 개발이 되면 주사를 맞지 않고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죠. 문제는 동물의 살아있는 장기가 몸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감염병이 생길 우려가 있어요. 이런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지금 법률이나 제도를 만들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소영 기자: 먼저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시는 거네요.

권복규 교수: 네. 그런데 이게 워낙 전례가 없는 일이 돼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해서 법을 먼저 만든 적은 없거든요. 그러니깐 정부입장에서는 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방법도 같이 모색을 해보자는 입장이죠. 그런데 저는 법이 일단 만들어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게 전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연구자체가 사실은 많은 나라에서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례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리고 우리가 선도해 나가려면, 필요한 제도적 장치들은 구비해 둬야 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소영 기자: 최근에 보니까 교수님께서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관해서 기고도 하셨던데요.

권복규 교수: 제가 이종이식에 대해서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법이란 것이 모든 영역에 다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거든요. 법은 경중을 잘 가려야 하는데 정말 필요한 부분은 법으로 해야 되고, 다른 윤리적인 혹은 전문직의 자율성에 맡길 부분은 또 법이 그런 것 들을 자라게끔 도와줘야 하죠. 그런데 이 법은 너무나 과잉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과소죠. 왜냐하면 어떤 의사들은 아예 면허를 갖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교육을 해서 선도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것을 전혀 가리지 않고 참 애매하고 맹목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소영 기자: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바람직한 방향은 어떤 것인가요.

권복규 교수: 가급적이면 의료인들이 자율적으로 이런 부분을 다룰 수 있기를 기대 합니다. 법에 의존하지 않고, 또 문제가 있는 의사들은 자정작용을 통해서 선도 할 수 있으면 그것이 의사들에게도 바람직하고 사회에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소영 기자: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의사들에 대한 의료윤리교육인데요, 교수님이 보시기에 현재 의료윤리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가요.

권복규 교수: 사실 개념이 좀 더 분명해 져야 합니다. 의료윤리를 교육한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일단 거부감을 갖고 있어요. 이해가 되는 일이죠. 우리나라에서 윤리라 그러면 굉장히 고전적인 형태의 훌륭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의료윤리 교육은 훌륭한 사람과 훌륭하지 못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의사다운 사람과 답지 못한 사람의 문제거든요. 그러니깐 전문직이라면 전문직이 갖춰야할 행동방식들이 있는데 전문 직업성을 교육하는 것이 의료윤리 교육의 목적이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소영 기자: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권복규 교수: 의사가 의사답게 행동하고 그리고 의사답게 어떤 사안에 대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힘이 필요하죠. 예컨대 안락사를 의사들이 흔히 접하게 되지만 그것과 관련된 법률적 의료적 지식이 있어야 자신 있게 해결을 하잖아요. 그렇다고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 것들을 교육하고자 하는 게 제 목적이고 체계화되고 인식이 바뀔 필요도 있죠. 그래도 많이 나아지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각종 학회에서 어떻게든 윤리교육 시간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이소영 기자: 또 의료윤리와 관련해서 리베이트 쌍벌제를 문제를 그냥 넘어 갈 수 없는데요. 이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권복규 교수: 음... 원칙적으로는 너무 많은 걸 법으로 하려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해요. 이게 가급적이면 자율적인 규제에 맡겨 두는 게 바람직하거든요. 그리고 실제 이 문제는 워낙 우리나라 제약 산업이 갖고 있는 모순과 닿아있기 때문에 누굴 처벌한다고 하루아침에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정부가 너무 근시안적으로 의사들을 매도하는 거죠. 말하자면 다그치는 거죠. 깔려있는 목적은 의료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인데 목적과 수단이 굉장히 조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소영 기자: 의료윤리를 교육하는 학자로서 지금 우리의 의료윤리는 어느 정도 수준에 위치했다고 생각하세요?

권복규 교수: 의료윤리는 시작하는 단계죠.

이소영 기자: 시작하는 단계요? 그럼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겠네요?

권복규 교수: 네 많이 부족하죠. 기본적으로 의료윤리가 이런 프로페셔널리즘에 논의가 시작된 지가 10년도 안됐어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나쁘지는 않아요. 생각했던 것 보단 빨리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요. 의과대학에선 어쨌든 다 가르치고는 있고요. 지금은 이거에 필요성이나 당위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치고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있느냐가 문제죠.

이소영 기자: 그러면 학생들 상대로 가르치는 거랑 의사들에게 가르칠 때는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권복규 교수: 네 다르죠. 학생들한테는 그냥 원론적인 것을 가르칩니다. 일차 진료의사로서 해야 될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지식들을 가르치죠. 실제 일을 하시는 분들 대상으로 했을 때는 각 과에서 겪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그 분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그런 갈등상황의 어려움을 해결해 드리려고 노력을 하는 거죠.


이소영 기자: 우리나라 의료인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권복규 교수: 글쎄요. 제가 바라는 것 보다 여건이 쉽지 않은데... 의료인들의 환경이나 일하는 여건이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고생이 많고, 어려움 속에서도 그 어떤 의료인이 가져야할 본연의 자세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이죠. 사실 의료인들한테 바란 다기 보단 사회에 바라는 것이 더 많아요.

이소영 기자: 사회에요?

권복규 교수: 의료인들이 사실은 윤리수준도 높고 조금만 생각할 기회를 만들면 굉장히 본연의 자세를 지키고 사시는 분들인데, 사회가 의료인들을 마치 기득권자들처럼 보는 그런 경향이 심한 것 같아요. 사실은 진정한 기득권자들한테 가야되는데 눈앞에 보이는 가운 입은 의사들한테 쏠리는 거죠. 그리고 정부입장에서도 그런 쪽으로 악용을 하고요.

이소영 기자: 네, 그렇더라구요!

권복규 교수: 사실 의료보험 문제만 해도 정부가 수요라든지 이런 것들을 잘 못 산정하고, 어떻게 보면 너무나 희망적인 것들만 정치적 목적으로 준 것이잖아요. 그러면서 타겟을 의사들로만 본 것은 참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말 어려움 투성 이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살아가야죠.

이소영 기자: 마지막 질문이에요. 교수님 개인적으로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나요?

권복규 교수: 올해 다시 대학원을 들어가 한국 철학공부를 시작했는데, 가르치면서 공부하기가 싶지가 않네요. 우리나라에 생긴 문제들은 서양의 윤리나 서양철학으로 풀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다시 시작을 한 건데 거기서 성과를 좀 거뒀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 맞는 생명윤리교육의 기반을 만들었으면 하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이소영 기자: 희망하시는 데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할게요.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권복규 교수: 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