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에서 정치권과의 관계를 재설정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그동안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정치권과의 관계 강화에 힘써왔다. 장동익 전 회장의 경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의원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시도의사회 별로 지역 국회의원을 맡아 적극적인 후원에 나서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당시 국회 안명옥 의원도 “의사들이 국회의원을 후원하는 경우가 다른 직업군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후원활동을 강화해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임 주수호 회장도 국회 토론회 등 국회의원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국회와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최근 개원가에선 정치인을 후원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개원의는 “어느 기관 소속 정치인이라도 의사의 이익과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개원의는 “정치인은 오직 돈과 로비에 의해 움직인다”며, “현재도 약사회와 한의사회의 로비에 의해 이명박 정권의 의료정책이 움직이고 있고, 그에 대해 의료소프트웨어나 의료장비업체, 대형병원 로비에 의해 원격진료까지 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한의사협회가 로비도 제대로 못하고, 정권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정치인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의사들이 있는 걸 보면 놀랍다”며, “이는 참으로 낭만적인 생각이다”고 이 개원의는 아쉬워했다.

그는 “의료정책이나 의권 문제를 다룰 때 정치인에게 기대지 말고 의사들 스스로 정치력을 키워 우리가 정부나 정치인과 대등한 협상상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른 개원의도 “오죽하면 공무원들도 틀을 깨서라도 노조를 합법화하려 하겠느냐”며, “자기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힘을 키우는 방법 밖에 없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또 다른 개원의도 “개들도 밥그릇을 뺏는 놈한테 으르렁거리는데 하물며 스스로 공부하고 개업한 의사들이 정부의 말도 안 되는 통제를 언제까지 받아야 하냐”며, “이제부터라도 의사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힘을 키워 정부와 대등한 관계에서 직접 협상자로 나서자는 데는 의견을 모으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개원의는 “우리가 정해야 할 목표와 추구해야 할 방향부터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B개원의도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 등 각기 다른 모자이크 집단을 하나로 묶는 명확한 정치적 목표와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