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뜨겁게 달군 ‘일반약 슈퍼판매’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슈퍼판매 문제가 2010년부터 다시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급물살을 타며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다. 약사회는 심야응급약국을 운영하며 슈퍼판매 논의를 막아보려 애썼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난 운영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고, 직역 이기주의라는 비판만 따갑게 받아야 했다.

슈퍼판매 논란은 이를 찬성하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언론계, 국민여론에 약사회만 반대하는 대결구도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지난달 약사회와 복지부가 24시간 운영가능 한정장소 가정상비약 판매에 합의함으로써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약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국회의 약사법 개정도 아직 남아있어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상)여론vs약사, 슈퍼판매 끝없는 대립
(하)하반기 시행?…약사회 내홍 심화

▽다급해진 약사회, 혈서까지 선보였지만...
분위기가 슈퍼판매 찬성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자 다급해진 약사회는 집행부가 혈서까지 쓰고 단식투쟁, 대규모 집회, 전국적인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며 슈퍼판매를 막고자 애썼다.

지난해 1월 열린 ‘전국 임원ㆍ분회장 긴급 결의대회’에서 김구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혈서로 ‘단결’이라는 글자를 쓰며 결연한 각오를 내비쳤고,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 의약외품 지정고시 행정소송, 광고를 통한 홍보전에도 힘썼다.

지역약사회도 나섰다. 서울시약사회와 경기도약사회는 약국 내에서 각자 촛불시위를 통해 시민들에게 약사법 개정의 부당함을 알렸으며, 안산시약사회는 인터넷 라디오를 통해 의약품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광고를 진행했다.

미래의 약사들인 약대생들도 행동에 나섰다. 전국 약대생 1,500여 명이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약대생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약사법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외에도 약사회는 약사법 개정 저지를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 지난달 18일 접수된 112만여 명의 약사법 반대 서명지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보건복지위원들, 법안 처리 안하나?
여론의 압박과 대통령의 추진력에 결국 복지부가 백기를 들고 지난해 6월 박카스 등 드링크류와 일부 액상소화제, 외용 연고 등 총 44개 일반약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슈퍼판매가 가능해졌지만, 감기약과 해열제 등을 슈퍼에서 팔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약사법이 개정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정부입법으로 약사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됐지만, 보건복지위원들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질타를 받았다.

특히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약사회와의 관계를 두고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당초 찬성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다가, 돌연 지난해 여약사대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반대의 뜻을 밝히고, 이후 다른 의원들도 의견 표명 미루거나 반대하는 상황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유일하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 만이 적극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다수 보건복지위원들의 소극적인 자세에 결국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 회기에서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18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2월 회기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지만, 약사회의 정치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국회의 움직임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반기 슈퍼판매 시행 약사회 내홍 심화…밀약설도 제기
언론과 국민의 비판여론이 거세자 대한약사회는 복지부와 함께 국민 의약품구매 불편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고, 결국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감기약과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을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약사회는 지난달 23일 “현행 의약품 분류체계를 유지하면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한정적인 장소에서 안전사용이 가능한 최소한의 필수 상비약을 야간 및 공휴일에도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편의점을 통해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며, “이를 위해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수정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르면 2012년 하반기부터 실제 구입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일선 약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집행부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데 적잖이 당황한 것. 현재 구약사회 등을 중심으로 집행부 퇴진 움직임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며, 약준모는 김구 회장의 카운터 판매 동영상까지 공개하는 초강수를 두며 도덕적 결함을 가진 집행부는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와 복지부의 밀약설도 돌고 있다. 슈퍼판매를 내주는 대신 전문약의 일반약 대거 전환이나 처방전리필제 등을 반대급부로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 특히 김구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던 시도의사회장단도 돌연 입장을 바꾼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복지부의 예정대로 하반기에 편의점 가정상비약 판매가 가능하려면 국회에서의 약사법 개정안 통과가 우선이어서 향후 국회 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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