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한은 최소화하되 낙태에 대한 사회적 의식 변화를 위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현희 의원실이 17일 오후 4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낙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낙태의 합리적 허용범위에 대해 의학적ㆍ사회적ㆍ법적인 관점 등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주제발표에 나선 공주교대 의료윤리학 장동익 교수는 “현행 모자보건법은 대체로 치료적 사유를 기술했고, 기술 방식이 태아에 관한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며, 태아 발달 과정에 따른 낙태 제한조항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현실적으로 치료적 목적보다 사회적응 사유로 인한 낙태가 더 일반적으로 행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응 사유에 관한 기술이 전무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미혼모의 임신, 경제적 부담, 임산부의 행복이나 가정의 행복 저해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적응 사유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박형무 대변인(중앙의대)은 “현행 모자보건법에는 여성 측 사유로만 낙태 사유가 인정되므로 태아 쪽 사유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현재 산부인과학회에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태아 적응증을 논의중이라고 소개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장석일 부회장은 “생명존중 차원에서 낙태를 줄이자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태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는 현실사회에서 불가능한 것 아니냐”면서,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는 좀더 조심스런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모자보건법을 개정할 경우 상당한 사회적 반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임신에 대한 남녀 공동책임 인식, 미혼모가 차별 받지 않는 환경 등 사회적 환경 조성 후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의료와사회포럼 안용항 정책위윈장은 “낙태와 관련된 법적 제한은 문화와 관습과의 충돌을 감안해 견딜 수 있는 수준에서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경변화와 의식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퍼스트 변창우 변호사는 “낙태의 허용범위에 대한 형법, 모자보건법 등 법률규정이 현실과 괴리가 너무 커서 소극적으로 형벌권이 행사돼 왔다”며, “임신 주수에 따른 기간제 허용방식과 적응방식을 혼용해 낙태허용범위에 대한 세분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을 어느 정도 기간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가지 입법례가 존재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 어느 정도의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여성과 청소년에 주목한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회 정춘숙 위원장은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일이므로 자신의 신체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갖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할 수 있다”며, “출산을 원치 않는다면 임신의 상태를 종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립 ‘아하’ 청소년 성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은 “임신한 청소년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서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면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을 선택한 십대들이 사회적 편견에 고통받지 않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이원희 가족건강과장은 “인공임신중절 허용질환, 모체의 건강을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기준 및 인공임신중절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 과반수 이상이 낙태가 생명을 죽이는 행동이라고 답변하면서도 70%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이중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인공임신중절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서로 다른 입장을 받아들이고 현저한 시각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할 것으로 예정돼 있던 프로라이프의사회 차희제 회장은 토론회에 불참했다. 복지부 이원희 과장은 토론에 앞서 “차희제 회장이 토론회가 낙태허용을 전제로 하는 일방적인 토론회로 흐를 것으로 보여 참석할 수 없다고 복지부에 알려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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