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회장이 지난 10일 개최된 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 현장에서 회원들에게 계란 세례를 받은 데  대해 아직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만호 회장이 회원의 뜻에 반하는 회무를 진행한데다, 업무상 배임 등으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회원들의 심정이 이해 간다는 옹호론과 협회장에 대한 폭력은 동기야 어찌 됐든 잘못 됐다는 비판론이 그것이다.

과연 협회장을 향한 회원들의 계란 투척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일까? 질병을 치유하는  숭고한 직업을 가진 의사의 체면 상 계란 투척은 해서는 안되는 일일까.

명예와 권위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의 사례를 보자. 

정운찬 총리는 지난 2009년 충청 지역 청주, 연기 등을 방문했다가 성난 충청도민에게 수차례 계란세례를 받았다. 당시 충청도민들은 행정도시 건설 수정안을 거부하며,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해 1월 관용 차량을 타고 출근하던 중 보수단체 회원이 던진 계란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당시 보수단체는 MBC PD 수첩 제작진의 '광우병 보도 무죄 판결'에 불만을 품고 계란을 투척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자 봉하마을에 조문을 갔다가 당시 주민들이 던진 계란 때문에 조문을 미뤘었다.

또, 지난달 16일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 체결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필리핀을 찾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경우 조약에 반대하는 필리핀 시민들로부터 계란과 돌멩이 세례를 받았다.

현장에서 방송 진행자가 시위자들에 대한 생각을 묻자 클린턴 장관은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고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라고 받아 넘겼다고 한다.

경만호 회장은 그동안 회원의 뜻에 반하는 회무 수행과 회원과의 의사 소통 부재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지난해 오바마 발언의 경우 일반인들이 의사집단을 매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법원에서 업무상 배임과 횡령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경만호 회장이 여전히 협회장을 지키고 있는데 대해서도 의사집단은 이해 못할 집단이라고 폄하되고 있다.

경만호 회장 개인으로 인해 전체 의사들이 매도 당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선택의원제에 협회장이 겉으로는 반대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찬성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젊은 의사들의 불만이 겉으로 표출된 것이다.

협회장을 향해 계란을 던진 회원들을 비난할 수도, 그러한 원인를 제공한 회장을 비난할 수도 있다. 다만, 숭고한 직업을 가진 의사집단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식의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높은 윤리의식을 강요받으면서도 역차별을 당해온 게 의사들이다. 이제 스스로 ‘숭고한’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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