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유용상ㆍ이하 한특위)는 지난달 29일 저녁부터 국내 권위있는 수험생 커뮤니티에 배너광고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 광고는 12월 한달간 게재할 예정이며, 배너를 클릭하면 한특위 사이트로 연결된다.
배너는 ▲침술 미신에 일침을 놓을 때가 됐다. 당신이 침술에 대해 들어본 거의 모든 것은 틀렸다(해리엇 홀) ▲대체의학은 검증될 수 없거나, 검증되기를 거부하거나, 검증을 계속 통과하지 못하는 행위집합으로 정의된다(리차드 도킨스) ▲대체의학 같은 것은 사실 없다. 단지 효과가 있는 의학과 그렇지 않은 의학이 있을 뿐이다(존 다이아몬드) 등 한의학의 침술 및 대체의학의 허구성을 꼬집는 문구들로 구성돼 있다.
이 광고가 게재된 이후 커뮤니티 내 한의대게시판 및 한의대생들의 다른 커뮤니티까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광고를 게재한 커뮤니티 측에 강하게 항의를 하는 것은 물론, 한의사협회의 법무팀에 법적대응까지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네티즌은 “의사협회 측에서 이 따위로 공식적인 훌리건 짓을 하는 거냐.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고, 자신을 수험생이라고 밝힌 B 네티즌은 “한의대생, 한의사 외 한의학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불쾌해할 내용이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설립한 기구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라고 지적했다.
한의협을 비롯한 한의계 측의 무능함을 탓하는 글도 많았다. C 네티즌은 “의사들은 저런 비난을 대한민국 최상위 수험생 사이트에서 대놓고 드러내는데 한의학 측은 언제까지 당할 것이냐.”면서,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D 네티즌은 “한의대 전용게시판에서만 결론내지 말고 수험생 게시판에도 한의협의 대안과 이런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실건지 확실하게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며, E 네티즌은 “이런 상황에서 한의대를 가는 것은 멍청한 짓으로까지 생각될 정도다. 협회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 네티즌은 “그동안 한의계가 한특위를 너무 무시해왔다.”면서, “한의협 법무팀에 연락조치를 취해 엄정대처를 촉구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문제가 된 수험생 커뮤니티 측에서는 한의대생들 및 한의대 지원 수험생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공지를 통해 의사협회 관련 배너 광고는 자신들의 의견과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배너 광고를 진행함에 있어서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했었는데, 배너 광고 담당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이 진행됐다.”면서, “민감한 시기에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해 혼란을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또, 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 후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이트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현재 한의대생들의 항의가 강력한 것을 알고 있다.”며, “한특위의 배너광고 집행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다.”고 말했다.
한특위 측은 이 광고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향후 커뮤니티 측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알림: 해당 사이트 측에서 한특위 광고 게재 시점을 당초 30일이라고 밝혔다가 29일로 알려 옴에 본문을 수정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