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지난 주말 의료분쟁조정법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의료분쟁조정제도의 합리적인 운용방안 마련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하지만 산부인과의사회 회원을 비롯한 다수 개원의사들이 현장을 찾아와 의료분쟁조정법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전면 거부를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과거 의협 법제이사를 지낸 현두륜 변호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의사들이 참여할 이유가 없는 법안”이라고 못박았고, 성형외과의사회 이사는 “성형외과의사들은 단체로 의협을 탈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경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이밖에 다수 회원들이 불합리한 의료분쟁조정법을 추인하는 듯한 공청회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경만호 의사협회장이 보여준 행보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경만호 회장은 당초 공청회 행사일정이 공개될 당시 인사말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경만호 회장은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지 않았다. 경 회장은 이후 약 한시간 후에 개최된 내과의사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내과의사 500여명을 대상으로 인사말을 하면서 “의료분쟁법을 굉장한 업적으로 생각하는데 매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법은 원로 선생님들이나 기존 연세 드신 분들은 95% 정도의 만족률을 보이고 있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고 자랑했다. 

원로 의사들이 젊은 의사들이 주장하는 이 법의 독소조항을 이해하고 칭찬했는지 의문이다. 

원로 의사들의 이해 여부를 떠나서 앞으로 의료분쟁에 휘말릴 당사자들은 현재 현장에서 환자들과 마주하고 있는 젊은 의사들이다.

젊은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분쟁조정법 반대 시위를 해도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목전에 둔)원로 의사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니 상관 없다는 반응은 오히려 경 회장이 젊은 의사들을 매도하는 것이 아닌가.

또, 경 회장이 회원을 대하는 태도도 생각해 봐야 한다.

경 회장은 자신의 주장대로 이 법이 굉장한 업적이라면 공청회를 피하지 말았어야 했다. 회원들의 비난과 지적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박할 내용이 있으면 반박하고, 받아들일 내용이 있으면 귀담아 두어야 했다.

경 회장이 공청회를 꼭 피했어야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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