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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먹는 OECD 통계?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23.11.24 6:0

결국 예상수순을 밟는 걸까?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의료현안협의체가 파행을 맞았다.

지난 22일 열린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의사협회 협상단은 회의 시작 10여분 만에 협상장을 빠져나왔다.

최근 정부가 실시한 ‘의대정원 증원 수요조사’에 반발해서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9일까지 2주간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의과대학은 모두 증원 수요를 제출했는데, 2025년도 기준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이었고, 2030년도 기준은 최소 2,738명, 최대 3,958명에 달했다.

정부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학교육점검반이 수요조사 결과의 타당성을 점검한 뒤, 지역의 인프라와 대학의 수용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의협 양동호 협상단장은 의대에 정원증원 수요조사를 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이 몇 마리씩 필요하냐고 물어본 것과 같다며 비과학적이고 비객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양 단장은 의협을 협상대상이 아니라 의대정원 증원의 들러리로 삼는다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면서, 주말에 열리는 긴급대표자회의에서 협상단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자회의 결과에 따라, 협상 중단 또는 협상단 해체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양 단장은 협의체 파행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정부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기준으로 논의하기로 해놓고 과학적이지도 않고 객관적이지도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OECD 기준으로 인구 천 명당 의사수만 내세운다고 비판했다.

의사수 외에 의료접근성, 의사밀도, 환자진료수, 입원수 등 다양한 데이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양 단장의 지적이다.

OECD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 의사수는 평균보다 적지만, 다른 지표들은 평균을 상회한다.

실제로, 보건의료자원을 보면, 우리나라는 의사수 외에 병상수와 의료장비는 압도적으로 많다.

2021년 기준 한국 임상의사는 인구 천명 당 2.7명으로, OECD 평균 3.7명보다 1명이 적다.

하지만, 병원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국가중 가장 많다. OECD 평균은 4.3개이니 약 3배 차이가 난다.

MRI 장비 보유대수는 인구 100만명당 35.5대로, OECD 평균 19.6대의 두 배에 육박한다.

CT장비 보유대수도 인구 100만 명당 42.3대로, OECD 평균 29.8대보다 많다.

보건의료이용 상황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횟수는 연간 15.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OECD 평균이 5.9회이니 평균 2.6배나 더 진료를 받는 셈이다.

입원환자의 경우, 평균 18.5일 입원한다. 이 또한, OECD 평균 7.6일의 두 배가 넘는다.

경상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3%로 OECD 평균인 9.7%보다 비해 낮다.

이런 결과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OECD 국가 평균 80.3년보다 길다.

또한, 질병의 예방 활동을 통해 막을 수 있는 사망(예방가능사망)과 시의적절한 치료서비스의 제공으로 막을 수 있는 사망(치료가능사망)에 따른 사망률을 의미하는 회피가능사망률은 장기간 감소 추세를 보여왔으며, 인구 10만 명당 142.0명으로 OECD 국가(평균 239.1명)보다 낮다. 34개국중 5위다.

2021년 우리나라 영아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2.4명으로 OECD 평균(4.0명)보다 1.6명 낮았다. 37개국중 10위다.

2021년 15세 이상 인구 중 키와 몸무게 측정에 의한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은 36.7%로 일본(27.2%)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우리나라 국민이 건강 관련 지표가 양호하고 오래 산다고 해서 의사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OECD 평균이 적정하다고 가정한다면, 다른 조건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의사수가 평균보다 적어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병상수나 장비, 국민의 외래 및 입원율 등 다른 지표는 줄이자고 주장해야 한다.

의사수를 늘리면 필연적으로 의료장비도 늘어나고, 환자의 외래 및 입원율도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시 의사수를 늘리자고 할텐가?

정부가 OECD 통계를 입맛에 맞는 지표만 골라 사용한다면 의료계와는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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