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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책위원회의 성과와 딜레마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23.07.11 6:0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일 해단식을 끝으로 활동을 공식 마무리했다.

지난 3월 4일 간호법 제정 및 의료인 면허박탈법 저지 기치를 걸고 활동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이다.

비대위는 두가지 임무 중 하나인 간호법 제정 저지에 성공했으나 다른 임무인 의료인 면허박탈법은 저지하지 못했다.

박명하 위원장은 해단식 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거부권을 이끌어내 간호법을 저지했다.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라고 자평했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비대위의 자평에 동의한다.

먼저, 과거 비대위와 다르게 이번 비대위는 법안의 최종 통과가 임박한 시점에서 활동을 시작해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한계가 있었다.

또, 투쟁에 함께 한 보건복지의료연대 단체 중 다수가 의료인 면허박탈법보다 간호법 저지에 더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비대위도 간호법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비대위와 집행부의 불협화음이 없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과거 비대위는 집행부와 갈등을 겪은 사례가 많다. 의사 결정과 예산 사용 문제로 충돌했고, 외부로 노출된 적이 많았다. 집행부와의 갈등이 비대위 성공의 장애물중 하나였다.

이번 비대위는 집행부와의 갈등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다.

박명하 위원장은 “집행부와 불협화음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신경썼다. 규정 때문에 소소하게 시차가 있었지만, 집행부도 최선을 다해서 협조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간호법은 대통령 거부권에 의해 저지된 것이라면서 비대위에 박한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통령 거부권은 정치적인 부담으로 인해 대통령이 잘 행사하지 않는 권한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회, 박근혜 대통령은 2회,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중 행사한 적이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개정안(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때 버스업계가 운행중단을 결의하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 주원인이다.

따라서, 비대위원장의 단식과 철야농성, 집회 등이 대통령 거부권을 이끌어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정치권의 경우,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 기능이 상실되는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 비대위를 구성한다. 선출된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권한을 쥐고 전권을 휘두른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비대위가 구성되더라도 회장과 비대위원장이 공존한다.

회장이 불신임되면 달라질까? 정관상 회장이 불신임된다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회장 궐위 시 남은 임기(1년)를 기준으로 새 회장을 다시 선출하거나, 직무대행체제로 전환되므로, 회무 통괄은 여전히 회장 또는 직무대행이 맡는다. 비대위의 역할은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집행부와 비대위의 충동이 우려되다보니, 비대위 구성 요구가 나올 때마다 비대위원장의 차기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제한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명하 위원장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커지자 비대위원장을 차기 회장 선거에서 배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에 대한 부담이 컸다.”라고 고백했다.

박 위원장은 “주변에서 비대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했다. 또, 전국을 돌며 표로 연결되는 활동을 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비대위 성공에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65일 동안 철야농성을 하느라 소통이 부족했고, 소극적이었던 부분도 있었다.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전면 파업을 최종 목표로 한 로드맵에 따라 투쟁수위를 높여가며 목표를 관철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대한 오해를 의식해 활동 범위를 스스로 제약하는 상황이라면 투쟁 성과를 얻는데 한계가 있다. 

삭발, 집회, 기자회견, 성명 발표는 이필수 집행부도 임기 내내 해오던 방식이다. 박명하 비대위가 이필수 집행부와 다른 색깔을 냈다고 할 수 있을까?

비대위는 집행부와 달라야 한다. 그런데 박명하 비대위는 이필수 집행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것이 불협화음이 나지 않은 이유이고, 비대위의 딜레마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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