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가정의학회가 선택의원제를 수용하기로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가정의학과 의사들은 동료 의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가정의학과 의사들은 학회가 선택의원제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선택의원제 수용 입장이 발표된 경로를 의아해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1 조경희 이사장의 기자간담회
조경희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추진중인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을 언급하면서 선택의원제에 대한 학회 입장을 밝혔다.

조경희 이사장은 “만성질환관리 선택의원제는 주치의제도의 변형으로, 일차의료의 원리에 맞지 않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일치한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수용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정부가 선택의원제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다시 제시해야 한다.”고 밝히고, “특히 젊은 개원의사들이 도태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2 조경희 이사장의 발 빠른(?) 후속 조치
조경희 이사장의 발언이 15일 언론에 공개되자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펄쩍 뛰었다.

해당 기사가 오보라는 주장과 조경희 이사장의 단순 실언이라는 주장이 충돌했다.

조경희 이사장이 건보공단 일산병원 소속이라는 이유를 들어 복지부의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일자 조 이사장은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는 임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의료계가 전체적으로 반대한 선택의원제에 대해 학회가 ‘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고 알리고, “학회의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할 것 같다.”며 의견을 구했다.

언론보도에 대해 많은 문의 전화가 왔고, 지역사회에서 개원하고 있는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논란 속에서 상당히 난감해 하고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3 학회 임원들 “공식 입장 정리한 적 없다”
학회 임원들은 선택의원제를 수용하기로 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학회에서 공식 입장을 정리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상임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임이사회에서 선택의원제를 수용하겠다고 결정한 바 없다.”며, “조경희 이사장의 실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언이 아니라면 선택의원제를 찬성하는 L 이사 등의 동의만 얻은 채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경희 이사장의 이메일 서신에 대해서는 “이미 기자들과 만나 선택의원제 수용이 학회 입장이라고 발언해 놓고 임원들에게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의견을 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른 학회 고위관계자도 “상임이사회에서 선택의원제를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한 적 없다.”고 말하고, “조경희 이사장의 연락을 받았거나 개인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상임이사도 없는 걸로 안다.”고 언급했다.

#4 유태욱 가정의학과의사회장 “있을 수 없는 일”
유태욱 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조경희 이사장의 발언을 누구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유태욱 회장은 “개인적으로 수많은 회의석상에서 선택의원제 반대 의사를 밝혔고, 가정의학과 개원의사들도 절대 다수가 선택의원제에 반대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학회 이사장이 선택의원제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회 이사장의 발언이 호도될 경우 개원의사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회의석상에서 개인 의사표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택의원제와 관련해서 내과 등 학회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선택의원제 문제는 가정의학회 이사장의 업무 영역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조경희 이사장의 해명을 들어보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면서도 “해명이 미흡할 경우 이사장의 자질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 조경희 이사장의 발언, 오보 논란
조경희 이사장의 발언이 인터넷 언론에 처음으로 보도되자 오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기사가 대면 취재가 아닌 전화 취재로 작성됐다는 점과 단독보도라는 점에서 반신반의 한 것.

복수의 학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경희 이사장도 기자의 실수라고 주장했다고 확인해 줬다.

하지만 정황상 오보일 가능성은 미미하다.

먼저 조경희 이사장은 언론에 보도되기 하루 전인 14일 복수의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관련 발언은 다수 매체에 보도됐다.

조경희 이사장이 “‘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임원들에게 공식 입장을 밝히자고 요구한 것도 자신의 발언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조 이사장이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첨부된 ‘대한가정의학회 기자간담회 및 입장’ 문서를 보면 언론보도 내용과 일치한다.

#6 조경희 이사장의 발언, 왜 이슈인가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13일부터 22일까지 10일간 대한개원의협의회, 각과개원의협의회, 시도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보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후 선택의원제 수용 불가를 공식 선언했다.

복지부는 지난 8일 의료계의 참여가 없더라도 내년 1월부터 선택의원제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했고, 곧바로 의사협회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특히 의사협회는 모든 의사회원들의 단결을 바탕으로 선택의원제를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조경희 이사장의 발언으로 인해 시작부터 균열이 일어나는 모양새가 됐다.

조경희 이사장은 선택의원제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비판적으로’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수용하든, 긍정적으로 수용하든 기본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복지부가 강행하겠다는데 우리가 저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경희 이사장의 발언이 개원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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