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이 3일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간호법의 국회 본회의 강행처리 추진에 반발해서다. 그는 최근 전국을 돌면서 만난 회원들로부터 의료악법에 더 강력한 대응을 해 달라는 질타를 받고 단식을 결심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박 회장을 만나봤다.

▽단식에 나선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난 2월 9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이 통과됐습니다. 13일에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며 삭발했고, 26일 궐기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전국을 다니면서 회원들과 만나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관심이 많았고, 통과될 경우에 대한 염려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치과의사들의 생존권 문제입니다.

협회가 대처를 강하게 해야 한다는 질타가 있었습니다. 3월 둘째주 국회에서 기습 상정된다는 정보도 입수해 강력한 대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도 릴레이 단식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치협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분위기를 환기하고, 이를 통해 협회가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단식의 목표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통과되면 금고 이상의 형만 받으면 의료인 면허가 취소됩니다. 집행유예만 받아도 취소가 되는 거죠. 거기에 5년까지 자격 제한을 할 수 있는 대단히 악법입니다.

의료인은 늘 환자와 접촉이 많은 직업입니다. 환자들이 이 법을 알고 악의적으로 나왔을 때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가능하면 환자들과 예민한게 대립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료를 하게 될 것고, 결과적으로 진료가 위축될 겁니다. 그것이야말로 국민 건강을 해치는 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의료인의 입지를 좁히는 것으로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단식의 최종 목표는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간호법의 본회의 직회부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의미가 있고, 민주당과 합의가 이뤄져 원점 재논의 등 협상안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 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변호사협회나 법무사협회 등과 형평성을 거론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직종의 특이성이 있지 않습니까? 의료인이 변호사와 다른 것이 변호사와 국가의 계약관계는 거의 없습니다. 의료인은 의료보험제도로 국가와 관계가 깊습니다. 의료인은 권리를 찾기 위해 때로는 파업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마지막 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수단을 이 법이 막게 됩니다. 의료인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저의가 느껴지는 법입니다. 그래서 대단히 형평성에 문제가 많은 법이죠.
우리도 자율 징계권을 주고 이야기 해야합니다. 우리에게 줄 건 안 주고 이런 부분만 형평성을 논해선 안 됩니다.

의료인 숫자도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의료인에 대한 관리 감독을 보건복지부가 해야하는 걸 치협이 위탁을 받아서 합니다. 그런데 권한을 안주다 보니 가입률도 떨어집니다.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은 국민 건강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단식 돌입에 대해 협의를 했는지요?
구체적인 협의는 안했습니다. 제가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건 이야기 했습니다.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에서 릴레이단식을 하자는 의견이 이미 나왔습니다. 만약 보건복지의료연대에서 릴레이 단식이 결정돼 단체마다 3일에서 5일 가량 단식을 한다면,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기한까지 단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인의 강력한 의지를 외부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

▽타 단체장의 동반 단식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신가요?
치협이 강력한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보건복지의료연대에 공유했습니다. 단톡방에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단식에 동참하겠다는 메시지까진 받지 못했지만 보건복지의료연대에서 결정하면 단식에 동참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3월 7일 치협회장 선거 및 개표가 진행됩니다. 일각에서 선거용 단식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된 후 삭발과 궐기대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협회장으로서 수순을 밟아서 진행해 왔습니다. 단식이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협회장으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회원들이 울분을 터트리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분이 없다면 역풍이 붑니다. 협회장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인지에 대한 것은 선거에서 회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리라고 봅니다.

▽단식 기간과 종료 시점이 궁금합니다.
민주당에서 원점 재논의를 하겠다면 중단할 계획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힘이 소진될 때까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내ㆍ외부에서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조율이 될 거라고 보고 있지만 간호법은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간호법이 통과되면 대통령 거부권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단식은 계속돼야 합니다. 보건복지의료연대에서 단식에 동참해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의사협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앞으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의협 비대위와 투쟁에 대해 논의하나요?
의협 집행부, 의협 비대위와 투 채널로 대화하고 있습니다. 의협 비대위는 의협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1년 이상 함께 활동해왔습니다. 의협 비대위가 보건복지의료연대와 함께 하겠다고 하면 환영합니다.

▽국회에 한말씀 해주세요.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2021년 법안 발의 당시 국회의원들도 문제가 많아서 폐기 수순이었는데 갑자기 수면위로 올라왔습니다.

이 법을 강행해선 안 됩니다. 수정보완해야합니다. 의료인도 강력 범죄나 성추행 등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를 해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올라가는 것은 우리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원점에서 논의해 주길 원합니다.

▽회원들에게도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회원들은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간호법에 대해 예상보다 관심이 많고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단식 투쟁을 보면서 회원들이 강력히 단합하길 희망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내부 결속력과 단합했을 때 회무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는 투쟁이 될 수 있습니다.

치과의사협회에서 협회장이 삭발하고 단식 투쟁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그만큼 의료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협회장이 감투만 쓰고 있을 문제가 아닙니다. 발로 뛰어야 합니다. 보건복지의료연대 뿐만 아니라 변호사협회와도 함께 공조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좋아지는 면도 있지만, 우리의 진료권을 침탈하는 사례가 빈번하리라고 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러한 것들을 미리 시그널을 주는 의미가 있고 단합의 상징성도 있습니다. 저의 삭발과 단식이 투쟁의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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