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들이 내시경 검사 및 시술 시 사용하는 치료재료의 수가를 인하하고, 일회용과 재사용 재료의 수가를 이원화하는 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5일 서울 소공동롯데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시경하 시술용 재료의 수가 인하 검토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내시경하 시술용 재료’ 정액수가 인하 검토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검토안의 주요 내용은 내시경 검사 및 시술 시 사용하는 일회용 생검용 포셉(Forcep)과 스네어(Snare)의 수가를 각각 62%, 61% 인하하고, 일회용 재료와 재사용 재료의 수가를 이원화하면서 재사용 재료의 수가를 일회용 재료보다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박근태 이사장은 “과거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내시경 검사 및 시술 수가의 현실화 문제를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면서 현 제도 하에서 내시경 수가 인상의 방법이 없어서 내시경 치료재료 정액제 수가를 통해 보전해 왔다.”라며, “단순히 실거래가를 조사한 후 말도 안 되게 수가를 떨어뜨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반발했다.

박 이사장은 “재사용 재료에 있어서도 재처리 과정에 추가 비용이 소요되지만 수가가 인정되지 않고 건강보험제도상 급여 보상이 안 되는 환경에서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재사용 재료는 의료폐기물 감량에도 일조하는 등을 고려하면 재사용 재료가 일회용 재료보다 수가가 낮아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심평원이 포셉과 스네어 판매업체에 개원가와 병원에 납품하는 가격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가를 인하하려고 한다. 심평원은 재사용 횟수 기준을 50회로 삼았지만 현실은 15회만 사용해도 재사용 포셉의 기능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조직검사를 할 때 재사용 포셉은 13회에서 15회 사용이 적정하다는 근거 논문이 있다. 그 이상 사용하면 출혈이 심해지거나 조직이 잘 떼어지지 않는다.”라며, “실제로 현장에서 20회 이하로 사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심평원이 정한 기준이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실거래를 기반으로 한 내시경 하 시술용 기구의 수가 인하안은 결국 질이 낮은 제품이 생산ㆍ유통되고 이로 인해 부정확한 진단, 검사 및 시술 시 합병증 발생의 위험이 커져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 심평원은 이번 검토안의 위해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필수의료 대책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이번 검토안은 내과의사들을 매우 허탈하게 한다. 포셉 소독수가가 따로 없는 상황에서 정액수가를 분리하지 말고 현재 정책수가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은수흔 공보부회장은 “재사용 포셉은 1회용 보다 10배에서 20배 가량 비싸다. 한번 사용하면 멸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멸균기기 가격만 500만원에서 1000만원에 달하고, 한번 소독비용이 8,000원이 소요된다.”라고 설명했다.

은 부회장은 “재사용 포셉도 1회용 포셉만큼 비용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재사용 포셉은 소독 후 다음날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1회용 포셉은 의료폐기물 문제도 있다.”라며, “이번 검토안이 의료현장에서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학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상부위장관 증례집을 발간했다.

이 증례집은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질환들을 회원들이 제출한 증례들을 간행위원회에서 모아 편집했다.

장웅기 회장은 “내시경 검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임상 정보와 검사 소견을 종합해 내리는 정확한 판단이지만 임상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증례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발병양상에 차이가 있는 외국 원서나 학회의 증례 토의를 간접적으로 들으며 지식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면서, “자체적으로 위대장아카데미를 내시경 소책자를 9회 발간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증례집을 발간했다.”라고 소개했다.

장웅기 회장은 “임상의들이 진료와 검사를 수행하면서 쉽게 찾아보고 참고할 수 있는 증례집이라고 자부한다.”라며, “이번 경험을 계기로 하부위장관 질환에 대한 증례집 발간도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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