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22일 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비상식적인 판결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법원이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내린 판결은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해도만 기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진단 장비 사용의 위험성은 반드시 정확한 진단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근영 회장은 “한의사 A씨는 부인과 증상을 호소하던 여성 환자에게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무려 68회에 걸쳐 골반 초음파 진단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했지만,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환자에게 명백하고 심대한 피해를 입혔다.”라며, “자궁내막암의 경우 골반초음파에서 이상소견이 보일 때 자궁내막조직검사로 확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는 추적관찰 기간동안 한번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초음파 검사를 제대로 수행하고 판독하는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자궁내막암의 정상적인 진단과정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자궁내막암은 초음파상 불규칙하고 불분명한 윤곽과 비균질한 에코의 자궁내막비후 또는 자궁내막종괴로 관찰된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내막조직검사와 같은 침습적 추가 검사의 필요 여부를 결정하게 되므로 자궁내막병변과 자궁내막암의 조기 진단에 있어서 초음파의 역할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정확하고 조속한 진단은 적절한 치료를 위해 중요한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데, 한의사 A씨는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환자에게 명백하게 위해를 가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염, 난소낭종 등을 치료한 사례를 공개하며 사례마다 그 증거로 초음파 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현대의학적 진단’이 아닌 ‘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방질환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사용했다는 걸 증명하려면 ‘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의 초음파 소견 등에 대한 검증된 자료가 있어야 함에도 이에 대해 제시된 이론적 자료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의사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의학과목 및 진단장비에 대해 배운다 하더라도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는 없다.”라며, “아무리 자동차에 대해 많이 배워도 운전면허가 없으면 운전을 할 수 없고, 아무리 법에 대해 많이 공부해도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법정에서 변호하거나 판검사 역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라고 지적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이정민 회장은 “초음파 검사는 단순히 탐촉자를 환자의 신체에 접촉해 육안상 보이는 구조물의 이상 소견 추정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초음파검사는 초음파 탐촉자를 인체에 접촉하면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으나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하여, 누구나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청진기도 누구나 가슴에 대면 심장과 호흡음을 들을 수 있으나, 이의 해석에는 많은 의학지식과 다년간의 경험이 뒷받침돼야 햐는 것과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까지 현대의학의 경우, 한의학적 침술 같은 것도 심지어 많은 논문과 연구를 통해 원리를 일부 현대의학에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못했다. 이번 결정대로라면 이제 한의학적인 모든 검사, 시술은 현대의학 입장에서도 ‘현대의학과 무관한게 명백한지’를 밝히지 못한다면 사실 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이번 판결은 지극히 형평을 잃어버린 경도된 결정이다. 현 의료법상에서 제시돼 있는 의료이원화의 원칙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의료법을 넘어서는 결정이다.”라고 주장했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정량적인 수치로 나오는 협압계, 체온계와, 실시간으로 판독해야 하고 추가검사나 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 초음파 검사가 같을 수 없다. 한의대에서 영상의학 교육은 최근의 일이고 초음파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한의사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법원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통상적 수준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내놓은 논거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의사도 오진을 할 수 있는데 유독 한의사에 대해서만 이를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논거를 제시했다.”라며, “법조인인으로서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20년 자료로 계산해 보면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유면허자)은 1만명당 62건의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반면, 운전면허가 없는 무면허자(무면허자)는 1만명당 4건의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이런 통계치를 가지고 무면허자가 훨씬 안전하게 운전한다고 주장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무면허자는 일반적으로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인구대비 교통사고 유발률은 유면허자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무면허자가 유면허자보다 운전사고를 더 일으킨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없다며 무면허자의 운전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더 오진을 한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없다는 논거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정당화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당연히 의사도 오진을 하지만, 현대의학을 배운 의사의 오진과 현대의학을 제대로 배울 수 없고 현대의학과 전혀 다른 전통 의학을 배운 한의사의 오진이 같을 수는 없다.”라며, “대법원이 상상력에 의존해 판결하지 말고 판결을 검증하고 판결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를 검증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초음파 판결의 부작용은 오로지 국민이 감내해야 한다.”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최청희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는 “우리나라는 1951년 제정 국민의료법부터 현행 의료법에 이르기까지 의학과 한의학을 엄격히 구분하는 확고한 이원적 의료체계를 취하고 있고,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해 각각의 면허를 부여하고 있다. 나아가 의료법 제27조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다.”라고 상기시켰다.

최 이사는 “의학과 한의학은 학문적 원리가 서로 달라 학습과 임상이 전혀 다른 체계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학문적 원리가 다른 분야의 의료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아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치료결과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규제 방법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적합한 조치에 해당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그런데 대법원 다수의견은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행위 자체가 인체에 대해 침습적이지 않다는 점에만 착안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단정했다.”라며, “한의사가 학문적인 기초가 다른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오진 등으로 질병을 적시에 발견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잘못된 치료로 나아갈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번 사안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오진한 전형적인 경우로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명백하다.”라고 주장했다.

최 이사는 “판결은 먼저 결론을 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논거를 취사선택한 판결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대법원 판결은 표면적으로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엄격하고 명확한 적용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입법자가 1951년 제정 국민의료법부터 현행 의료법에 이르기까지 확고히 지켜온 이원적 의료체계의 틀을 깨는, ‘사법부에 의한 입법권 침해적 판결’이다.”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 사례를 영상으로 제시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제시한 영상에서는 한의사가 실제 아무 증상이 없는 20대 후반 여성에게 다낭성난소질환이라고 진단한 뒤 고가의 한약 복용을 권했다. 이후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다낭성난소질환이 아닌 성숙 과정의 ‘난포’임이 확인됐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실제 한의원에서 어떻게 초음파 진단을 하고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의사가 주장하는 한방적 진단 행위인 ‘절진’으로 판단했지만 사례 영상 어디에도 한방적인 표현이나 진단방법을 이용하지 않는다.”라며, “현대의학적 진단도구인 초음파진단기로 어떻게 한의사만의 다른 진단방법이 존재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는 현대의학을 도용해 불법 의료행위를 시행하고 심지어 환자에게 오진을 하고 거짓 진단까지도 불사하는 한의사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신중한 검토와 현명한 판단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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