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표방하며 내세운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에 대해 지역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중소병원 측에서는 24시간 진료센터는 경증환자만 진료하는 야간진료소를 운영하라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8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3~’27)(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응급의료법 제13조의2에 따라 국민의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과 응급의료의 효과적인 제공을 위해 윤석열 정부의 향후 5년간 응급의료 정책 추진 전략과 중점 과제(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기본계획에 반영하고자 마련됐다.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에는 수술 등 최종치료 기능을 포함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및 병원 간 연계ㆍ협력 강화, 지역별 상황을 반영한 응급이송체계 마련 등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들이 담겼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2022년 4월부터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총 26차례의 총괄 및 분과별 회의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이번 기본계획(안)을 마련헸했다.

먼저, 김은영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이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김은영 과장에 따르면, 이번 기본계획(안)에서는 응급의료 인프라의 양적 확충 및 질적 개선을 통한 지역완결적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현장ㆍ이송 단계, 병원 단계, 전문분야별 대응, 응급의료 기반 등 4개 영역, 총 16개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현장ㆍ이송단계에서는 응급상황이 발생한 현장부터 병원으로의 이송 단계까지 일반 국민의 응급처치 등 대응 역량 강화와 119 구급대, 민간 이송업체 등에 의한 이송서비스 품질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폐소생술 교육 및 자동심장충격기 정보 제공을 확대해 국민의 응급의료 역량을 강화하고,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를 확충해 취약지 이송을 개선한다.

또,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로 필요한 처치를 적시에 제공하고, 지역 맞춤형 이송지침을 마련하는 등 병원 전(前) 단계 응급의료를 내실화한다.

병원단계에서는 지난 1월 발표된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연계해 응급의료센터 진료역량을 강화하고, 권역 내 병원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인프라 확충을 통해 응급의료 접근성을 강화한다.

질환별 수술 등 최종치료 기능을 포함해 응급 중증도를 기준으로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해 응급환자가 응급처치 후 최종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지역 내 병원 간 순환당직제 및 전원(傳院) 조정을 강화하며,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관련 보상을 확대한다.

특히, 기존 권역응급의료센터(전국 40개소)를 뇌출혈, 중증외상 등 급성기 치료가 사망 위험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중증응급질환 최종치료가 가능한 (가칭)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하고 전국 어디서든 1시간 안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50∼60개소까지 확충한다.

응급처치ㆍ진단 후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신속히 이송하도록 취약지 응급의료센터의 기능을 정립하고, 취약지의 부족한 의료인력 지원을 위해 응급의학 전문의로 구성된 팀의 순환 근무 등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모형을 마련한다.

또한, 응급실 폭력 예방을 위한 보안인력 확대, 감염병 유행 시 탄력적 대응을 위한 격리병상 확충 등을 통해 안전한 응급진료 환경을 조성한다.

전문분야별 대응 영역에서는 중증외상, 심뇌혈관질환, 정신응급질환, 소아응급질환 등 분야별 전문진료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전문센터는 중증응급의료센터 중에서만 지정되도록 하여 응급실과 후속진료 간 연계를 강화한다.

성과 중심 권역외상센터 운영모델을 마련하고,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전문치료 역량 중심으로 재지정 및 전문의로 구성된 네트워크 팀을 구성하며,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운영을 확대하는 등 전문 대응 역량을 개선한다.

특히, 소아응급환자 진료실적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등 소아응급 진료 의무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강화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및 야간·휴일 소아환자 진료 제공 기관(달빛어린이병원 등)을 확충한다.

이태원 사고 대응 관련 현장에서 제언된 개선점을 반영해 재난 응급의료 대응체계를 개선한다.

재난 사전예방을 위한 지역별 재난의료협의체를 구성하고, 신속한 초동대응을 위한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 의사소통 체계를 개선하며, 재난의료지원팀(DMAT)과 소방ㆍ보건소 등 관계기관 간 합동훈련 내실화, DMAT 활동 여건 개선 등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응급의료 기반 영역에서는 지역 및 중앙정부의 응급의료 정책추진 기반을 강화한다.

시도응급의료지원단 등 지방정부의 정책기반을 강화함과 동시에 지역 단위 응급의료체계 평가 도입을 검토하며, 중앙응급의료센터 기능을 강화하여 중앙 정책기반을 내실화하고, 응급의료 종합상황판을 이용자별 정보 제공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하는 등 응급의료 정보체계를 선진화한다.

이어, 응급의료 기본계획(안)에 대한 전문가 토론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먼저, 전문가들은 응급의료 상담 강화를 강조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모호한 역할, 지역완결형 의료의 가능성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원영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는 최종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는 비율보다, 최종 치료 및 사망률 개선해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이사는 “2018년도 3차 5개년 계획이 발표됐지만 이론적인 내용이 많아서 현장에서 지적이 많았다. 이번 4차 계획에서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만든다는 계획에 적극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다만, 목표로 삼은 중증응급환자가 적정 시간 내에 최종 치료하는 의료기관에 도착하는 비율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은 현장에서 괴리감이 있다.”라며, “중증환자를 수용하거나, 최종치료를 모니터링하거나, 응급실에 내원하는 중증응급환자의 사망률을 개선하는 다른 질환을 발굴해 주길 바란다.”라고 제안했다.

응급의료 상담 강화를 강조하는 의견도 나왔다.

송경준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이사장은 “국민의 이용편의를 고려한 응급의료정보제공 부분은 굉장히 필요했던 부분이다. 국민 스스로 응급실에 가야할 지, 외래에 가야할 지 판단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계획은 바람직하다.”라고 동의했다.

송 이사장은 “그러나, 결국 상담을 받을 창구가 필요한데, 119과 1339가 통합되면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 원활한 상담기능이 작동하도록 확장해서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상담이 중요한데 응급의료상담서비스에 응급의료 전문의 390여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국민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다.”라며, “대국민 홍보를 많이 해서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119 구급차 외에 환자보호자가 직접 이송할 때가 많은데, 정보가 부족하다.”라며, “이송 방법과 의료기관 이용에 대해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역완결형 의료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류영철 경기도청 보건건강국장은 “복지부 발표에서 가장 붎편한 게 지역 완결형 의료다. 경기도의 지역의료는 완결이 안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류 국장은 “경기도는 응급환자 수용률이 가장 낮다. 상급종합병원 비율이 낮고 의료기관 역량이 부족하다. 지역응급의료센터가 32개나 있지만 중환자실이 없는 센터도 있다.”라며, “응급의료의 질적, 양적 성장은 있었으나 수요도 늘어나서 공급이 적절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 현실화를 주장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전환하고 확대하려는 방향성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환자 쏠림이나, 경증환자를 걸러낼 수 없는 점, 도착한 환자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송시간 지연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119구급대 표준지침이 개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응급의료센터로 전환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찬성한다. 응급의료를 가장 핵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기관으로, 중증센터 환자쏠림을 줄일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해 현재 20병상 크기를 지정기준으로 정했는데, 응급의료 시스템 구비, 치료 능력, 24시간 응급처치 관리 등을 평가해서 지정하는 등 지정기준을 현실화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역할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수도권, 광역시, 시ㆍ군ㆍ구로 분류해서 생각해야 한다. 수도권과 광역시에서의 우선순위는 환자 이송과 후송에 대한 시스템이 우선 대책이어야 하고, 지방 시ㆍ군ㆍ구에서는 인력ㆍ자원ㆍ시설에 대한 지원이 먼저다. 세부사항을 시행할 때 파트를 나눠서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중증응급의료센터 증설은 동의하지만,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역할이 경계가 모호하다. 응급의료가 3단계 체계로 되면 중복투자나 역할의 불분명성으로 갈등이 야기될 것이다.”라면서,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는 둘을 하나로 묶어서 응급의료센터로 하고, 24시간 진료실은 입원이 없는 간단한 외래ㆍ처치가 가능한 진료소를 두는게 한정된 자원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제시했다.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은 “지난주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발표된 후 분노와 좌절감에 울분을 토했다. 앞으로 병원 못하겠다. 응급의료기관 반납하자는 의견이 많다. 입원이 불필요한 경증, 비응급환자 최종진료를 담당하는 24시간 진료센터 운영은 야간진료소를 운영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많았다. 경증환자만 진료하는 병원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진료제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역의료기관도 우수한 시설과 치료역량을 갖추고 있다. 경증환자만 보라는 것은 한정된 의료자원을 고려하면 국가적 손실이다. 오히려 역량을 갖춘 지역의료기관은 지역응급의료센터 확대나 질환별 지역센터로 지정되길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만 역할을 몰아주는 피라미드 정책은 의료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중소병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응급의료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축소시킬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은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역완결형 응급의료 정책으로 맞춤형 대응을 한다고 해도 지역별 특이성과 대응을 중앙에서 해주지 않으면 중복 및 산발적 정책이 지역별로 이뤄질 것이다.”라며, “지역별 취약성과 지역에 꼭 필요한 우선순위에서 대해 중앙부처 차원에서 명시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그간 응급의료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응급실의 역량은 상당히 개선됐다.”라고 평가하고, “의료환경 변화 및 필수의료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을 반영해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재도약하는 것이 이번 기본계획의 목표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늘 논의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안을 수립하고,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발맞춰 향후 5년간 응급의료 기반을 강화할 수 있도록 내실있는 계획을 수립ㆍ이행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기본계획(안)을 보완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 및 중앙응급의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본계획을 확정ㆍ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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