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리적ㆍ의학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의견과,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고 기존 판례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상반된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의학회는 한국의료법학회ㆍ대한의료법학회와 공동으로 ‘환자 보호를 위한 과학적 의료의 정립과 사법부의 역할’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했다.

정지태 의학회장은 개회사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료계는 성명을 내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반발하고 있지만 감정적인 대응으로 보다 나은 결말을 보기 힘들다.”라며, “법적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의료계의 생각이 합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라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장욱 교수는 “최근 의료인의 업무범위와 관련해 판례 태도변화를 보면, 의료인의 종별 면허와 관련해서 기본적인 변화된 입장보이고 있다.”라며, 치과의사의 안면부 보톡스 판결에 대한 판결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장 교수는 “치과의사의 안면부 보톡스 치료 판결에 대한 주요 논거는 안면부 보톡스 치료가 치과의  진료영역중 하나인 구강악 안면외과의 진료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의료인 면허의 근거가 되는 의료법상 치과의사의 업무범위에 대해 개정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령 개정으로 구강외과를 구강악 안면외과로 명칭을 변경한 것 만으로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종전보다 확장해 치과의사의 안면부 의료행위에 대해 제한없는 의료행위를 허용했다고 볼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 교수는 “의학과 치의학은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와 교육, 수련과정이 유사하다는 논거도 제시했는데, 학문적 원리와 교육, 수련과정이 유사함을 들어 업무범위를 희석시키려는 것은 의료법상 의과와 치과를 해부학적 범위를 기준으로 의사면허와 치과면허로 구분한 것과 배치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장 교수는 “국내 의료법은 양ㆍ한방에 대해 이원적 면허체계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해석을 통해 이를 뒤집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과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로 보여진다.”라며, ‘만약 양ㆍ한방 이원화체계가 현대적 의료체계로 적합하지 않다면 이를 사법부의 법률 해석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입법부의 법률 개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사법적극주의의 한계를 보여준 판결이라며 대법원이 나서서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환자에게 위해가 갈수 있기 때문이며,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해 자신이 배운 학문적 근거로 진료하는 지 묻는 것이다.”라며,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법적 판결이 이어지면 환자 보호에 도움이 되겠나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후진성을 드러낸 판결이다.”라며, “끊임없이 검증하고 개선해 나가는 현대의학과 수행자에 대해 검증이 무엇인지 모르고 의과학적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모르는 대법원이 상상력에 의존해서 이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단정한 판결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리의 구성에 있어 법원에 재량권이 있겠지만 법리를 구성하는 전단계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필요한 검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이 사법 적극주의 이념에 따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렸다고 판단한다면 대법원 주도로 검증에 나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는 “대법원의 판시가 새로운 입장이라고 보기 어렵고, 적극적으로 뭔가를 바꿀만한 것이 아니다.”라며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이 교수는 “의사의 영역, 치과의사의 영역, 한의사의 영역이라고 나눌 수 없는 부분이 꽤 많다. 예를 들면 카이로프랙틱, 타투를 들 수 있다. 의료면허는 고도의 재량을 인정한다. 의료의 범위에 들어오면 의료인만 할 수 있되, 근거는 묻지 않는 특징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사가 의대를 다니면서 수련과정에서 배운적이 없는 의료행위를 한다고 해서 무면허의료행위가 되지 않는다. 이 룰을 한의사에 적용하면, 한의학에 기초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면허의료행위라고 하기 어렵다.”라며, “실제 무면허 의료행위는 한의사가 의사가 할 것으로 예정된 의료행위를 하거나, 의사가 한의사가 할 것으로 예정된 행위를 하는 경우를 무면허의료행위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검사는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촬영한 것을 비롯해 진단하는 방법으로 의료행위를 했다고 기소했다. 영상의학적 방법으로 판독했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초음파진단기기를 아무나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촬영하는 게 위험한 게 아니라, 판독하는데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판독 방법이 서양의학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의 핵심이다. 공소사실에는 그 부분이 포함돼 있지 않고 기계사용 자체를 기소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013년 한의사가 안압측정기를 사용했지만 무죄로 결론난 사례가 이번 사건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안압측정기는 안압을 수치로 나타내준다. 안압측정기로 안질환을 진단하는 것은 안과학에서 배운 지식이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안과적으로 진단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상은 안압측정기를 이용한 것만으로 유죄를 만들기 어렵다고 헌재는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사는 과학적인 의료를 할 법적인 의무가 없고, 같은 이유로 한의사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도 제3의 길을 계속 만들 수 있다. 제3의 길이 애매해도 무면허 의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험적 의료로 취급받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이번 판결의 장래는 밝지 않다.”라며, “직역 구분은 계속 문제가 될 것이고, 의료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토론자들도 발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의료법학연구소 이한주 책임연구원은 “대법원의 판단처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규정이 없더라도 초음파 진단기 사용이 가능한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초음파 진단기의 사용은 부가적인 수단에 불과하고 한의학적 의료행위가 주가 돼야 한다는 전제로 “한의학적인 진찰법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면서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가 필요하다는 대법의 판단에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현두륜 변호사도 “대법원의 새로운 기준이 의학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법리적으로는 설득력을 가지고 있고, 최근 판례 경향에도 부합된다고 생각된다.”라고 평가했다.

현 변호사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파기환송심에서 공소장 변경이 이뤄진다고 해도 법원의 판단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해, 한방 의료행위와 의료행위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기준이 불명확하게 됐다. 향후 의사와 한의사 사이에서 한방의료행위 개념과 범위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해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현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우리나라 의료체계 때문이다. 양한방 이원체계가 운영된지 70년됐다. 법원의 해석을 통해서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독특한 의료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라며, “이번 판결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유화진 변호사는 “해당사안의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서 법리판단을 해야 하는데, 환자가 입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는 전혀 설시돼 있지 않다. 단지 초음파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주로 있고, 한의사의 설명을 변증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라고 비판했다.

유 변호사는 “금지규정이 없다는 자체가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 논거가 될 수는 있지만,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과 관련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치과의사의 진료과목으로 구강악 안면외과가 있다는 것을 주요 논거로 삼았다. 이 사건에서는 한방 영상의학과같은 전문과가 없음에도 반영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변호사는 “보조적 수단으로 부인과적 진료를 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초음파라는 영상의학적 진단기기에 대해 부인과적 진료행위로 비약시키는 논리적인 모순을 범한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사법부가 판단할 때는 자료가 검증되고 정확한 것인지 판단이 제한적일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적극적인 견해를 제시하는 것은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는 결국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임무영법률사무소 임무영 변호사도 “의료행위의 개념을 규정할때는 입법 기술적으로 볼때 현행법보다 더 구체적으로 기술하기 어렵다. 해석의 영역이다.”라며,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한의사들이 초음파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을 논거로 제시하는데 이는 입법 기술상으로 불가능한 주장을 한 것이다. 대법원으로서 하기 부끄러운 오류에 해당한다.”라고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위해발생 가능성은 부수적인 쟁점이다. 치과 보톡스 관련해서도 치과대학에서 보톡스 관련 수업을 하고 있으므로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 교육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대응은 본말전도다. 의학적 원리를 기준으로 비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의 반론중에 한의사의 교육 숙련정도로 면허가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위험하다.”라며, “자기 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을 다루는 의사들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 일반의도 무면허가 될수 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