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성세대의 감언이설에 결코 속지 않습니다. 소아청소년과 미달 사태는 이제시작할 뿐, 다른 필수의료 영역으로 들불처럼 번질 것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3일 자유기고를 통해 이 같이 지적하고, 정당한 보상 없이 과도한 부담만을 종용하는 정부 정책에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OECD 연간 의사 상담 횟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 상담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입원과 외래를 나누더라도 추이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반면 보건 지출은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8.4%로 OECD 평균은 9.7%보다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라며, “의료이용이 많고 보건재정 지출이 적은 구조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입원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수련병원도 사정이 다르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수련생이라는 명목으로 전공의를 값싸게 부려 지탱이 가능한 구조였다. 전공의는 주당 약 100시간, 2~3회 이상의 36시간 연속근무를 통해 수련병원의 환자 진료를 비롯한 액팅(acting)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대전협은 “정부는 이를 비용-효과적인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성과로 포장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입원진료 영역에서는 전문의의 채용을 통해 지탱할 상급종합병원 진료 영역을 전공의 착취로 때우고 있었을 뿐이다.”라며, “외래진료 영역에서는 한정된 의료 자원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 중증도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요했지만 충분한 재정 지원과 효과적인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계획이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는 수련생의 지위라는 명목으로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이 아닌 전공의특별법의 주 80시간을 적용 받는다.”라며, “전문의가 담당해야 할 영역까지 전공의가 담당해야 하는지, 이것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인가.”라고 물었다.

대전협은 “정부도 인지하듯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결코 부족하지 않고, 전공의도 부족하지 않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OECD 기준으로 의사 수가 가장 많다는 독일과 비교해도 비등하다.”라며, “소청과 문제는 기 배출된 소청과 전문의를 사회가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느냐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전협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단위환자 당 전문의 기준을 설정해 전문의 채용 현황에 따라 차등 수가를 지급하고,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병원 내 전문의 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공의의 과로에 의존하는 상급종합병원 진료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국가가 재정만 투자하면 기 배출된 전문의를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대전협의 주장이다.

대전협은 병원 내 전담전문의의 추가 채용을 통해 전문의 중심의 중증의료체계 구축과 더불어 연속근무 24시간 제한을 목표로 한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하며, 나아가 보건업 근로기준법 특례업종 폐지를 통해 의사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당한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대 졸업생들이 의사 면허 취득 후에도 미래가 없는 영역에 결코 전공의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료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고보조금 등을 활용한 재정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최근 진료 대란 사태에서 정부의 압박을 받은 교수들이 주당 100시간 이상의 근무를 감내하는 것을 목격했다.”라며, “필수의료 영역에서 전공의 때만 수련생으로 한시적 당직 근무를 설 것이라고 예상하는 의대생과 전공의는 이제 없기 때문에 전공의와 의대생은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의료이용을 억제하고 전문의의 추가 채용을 목표로 하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현실 속에서 악화 예정인 처우를 감내하며 중증의료 영역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과연 몇이나 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보건의료이용 행태를 방치하며 100시간 근무를 지속적으로 종용하면, 보건의료종사자들은 서비스 공급을 포기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재정을 투입하여 병원 내 전문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고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젊은의사는 정부당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들은 더 이상 사명감에 버티며 상급종합병원의 필수중증의료 영역을 담당할 여력이 없다. 지금의 미달 사태는 소아청소년과 외에 다른 필수의료 영역으로 들불처럼 번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대전협은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 장시간 노동 속에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을 계약직 신분으로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고난이도 중증 의료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라며, “정당한 보상 없이 과도한 부담만을 종용하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기피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재정투입으로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소청과 진료 대란은 이제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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