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서 심의ㆍ의결할 경우, 국민의 건강과 적정 의료 제공이라는 건강보험 본연의 목적 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결정으로 건강보험제도의 취지와 근간이 흔들릴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 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서 심의ㆍ의결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의견을 31일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서울 강서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14일 보건복지부장관이 매년 국민건강보험 재정 운용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고, 재정의 결산도 국회의 승인을 받아 공표하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용계획안을 수립해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보고 ▲확정된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용계획을 매년 국회 정기회의 회기 종료 전까지 국회에 보고 ▲재정운용계획의 중요 사항을 변경할 때에는 변경 후 1개월 이내에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전(前) 회계연도의 국민건강보험 재정결산서를 작성해 감사원의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재정결산서와 감사원의 검사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 국회의 승인을 받고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의협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국민ㆍ의료계ㆍ보험자간 상호협의와 조정에 의해 운영되는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보험재정의 수입은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보험재정의 지출은 보험자와 의료계 대표의 계약에 의해 결정되며, 이러한 보험재정의 수입과 지출의 조정을 위해 가입자ㆍ공급자ㆍ공익대표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ㆍ운영하고 있는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호 견제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건강보험 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서 심의ㆍ의결할 경우 건강보험제도의 효율성과 상호 견제,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 기능을 상실하고, 국민의 건강과 적정 의료 제공이라는 건강보험 본연의 목적 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결정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취지와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건강보험 재정은 현재에도 복지부 및 기획재정부의 심의 승인,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등 이중 삼중의 통제 기전과 투명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국고지원금은 복지부 소관 세입ㆍ세출 예ㆍ결산 심의 시에, 그리고 전체 건강보험급여비용 지원에 대한 재정의 지원과 운영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최종 승인과 통제를 받고 있고, 공단의 예ㆍ결산은 복지부장관의 승인 하에 운용될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재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과 검증 기전을 이미 갖추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보험재정에 관련된 사항을 가입자를 대표하는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심의ㆍ의결 하고 있으며, 이후 최종적으로 가입자ㆍ공급자ㆍ보험자로 구성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험재정 지출 요인을 고려해 국민부담의 적정 수준을 의결하고 있어 자기책임 원칙에도 부합한다.”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개정안 취지와 같이 건강보험 재정의 투명성 담보를 위해서라면 현행의 기본 체제를 유지하되 일부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가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은 단기 수지균형의 원리에 의해 보험재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의협은 “부담과 급여의 수지균형의 원리에 의해 연단위로 보험재정을 운용하는 단기보험 성격이 강한 건강보험은 그만큼 의료 환경과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보험재정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라며, “그럼에도 국회에 재정운용계획 보고는 건강보험 특성상 예측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은 만큼 재정 통제를 위한 관리방식에 부적절하고, 상황에 따라 긴급한 보험재정의 투입 결정 등 신속한 관리체계의 부재로 인해 오히려 대한 신뢰 저해와 건강보험 진료체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의협은 국민건강보험 본연의 기능과 운영 방향이 정치적 상황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며, 독립성과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건강보험 재정의 핵심이 되는 보험료 부분에 있어서 매년 결정해야 하는 보험료율, 특히 최근의 보험재정 상황과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 등 인구학적, 질병적 요인을 감안하면 당분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할 때, 국회는 그 특성상 국민 시각과 사회적 분위기, 여론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에 이를 과감하게 추진하고 결단을 내리기까지 많은 현실적 제약이 크다.”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보험적용이 되는 질병의 대상, 범위, 기준 등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건강보험 전반사항을 결정해야 하는 과정에서 그 우선순위가 정치적 상황, 가령 민감한 정치 현안이나 사건이 대두됐을 때 국회 당론으로 인한 여ㆍ야의 갈등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차선으로 밀리게 될 경우 국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협은 “감염병사태 등 신속하게 재원 투입이 필요한 경우 적시에 탄력적인 건보재정 투입이  어려워 질 수 있다.”라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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