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명언이 있다. 늦게라도 하는 게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엔 늦었다고 생각할 땐 정말 늦은 것이니 포기하는 게 낫다는 말도 쓰인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이라도 나서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미 늦은 것인지 우려된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결과, 207명 정원에 33명이 지원해 지원율 15.9%를 기록했다.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8%로 감소폭이 가파르다 못해 수직낙하중이다.

울산에 위치한 한 병원은 최근 소아병동을 폐쇄했고, 대구 소재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지원자가 없어 소아과 진료를 중단할 처지에 놓였다.

수도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달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손동우 과장이 지역 내 소청과의원 원장들에게 보낸 서신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서신에는 극심한 인력난으로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소아 입원 병동 운영을 중단하니 이해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길병원은 최근 4년 연속으로 소청과 전공의 모집에 실패했다. 소청과 전공의 5명 중 4년차 4명이 내년 2월 전문의 자격시험을 앞두고 진료를 중단하면서 인력난에 빠졌다.

길병원은 내년 3월까지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거나, 그 사이라도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이 이뤄지면 소아병동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공의 충원과 전문의 모집에 실패하면 소아 입원 진료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2023년에는 수련병원의 32%가 소청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고, 필요 전공의 인력의 39%만 근무하게 된다고 한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 원인은 단순하다. 지속적인 저출산으로 환아 수가 감소하면서 의료 수요가 줄어드니 소청과 전문의를 취득하더라도 개원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낮은 수가와 비급여 영역 부재로 돈이 되지 않는 전문과여서 전문의 채용도 적다. 오히려 줄이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개원도 어렵고 병원 근무도 어려우니 갈 곳이 없는 형국이다. 전공의 지원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병원에서 소청과 전문의 고용을 늘리고, 개원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면 된다.

소청과학회와 의사회는 병원이 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도록 보험수가를 인상하고,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소아연령 진료 가산과 소아 입원진료 수가 가산 등 소아 진료 관련 정책 수가를 도입해 전공의 인력 유입이 가능한 진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소청과학회와 의사회가 무턱대고 소청과에 올인하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 정부가 협의기구를 만들어 의료계와 충분히 상의한 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우선순위를 고려해 예산을 배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소아의 건강은 국가의 백년대계가 달린 일 아닌가.

소청과의 위기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일까? 아니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 정말 늦은 때일까? 시간이 얼마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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