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의료현장에서 보는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한 번만 도와 달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16일 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건강안전망 붕괴위기 극복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하며 현장의 절박함을 전했다.

임현택 회장은 “지난 주 은평구에서 한 소아가 열성 경련을 해 119가 출동했는데도 아이를 보낼수 있는 병원이 찾아지지가 않아서 한참을 힘들어 하다가 겨우 서울대병원으로 보냈다고 한다.”라며, “아이들은 열성 경련이 15분이 넘어가면 뇌손상이 올 수 있고, 30분이 넘어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임 회장은 “지난 5년 동안 폐업한 동네 소아과가 662곳에 이른다. 지난해 소아과개원의 익명 게시판에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서 열어 놓고는 있는데 집에 25만원 가져갔다. 직원 월급 만큼만 가져가면 좋겠다’고 한탄한 분이 있을 정도다.”라고 소개했다.

임 회장은 “하지만 그 분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분이다. 매 월 적자 상황을 버티다가 폐업한 분도 수도 없이 많다.”라며 개원가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 소아진료체계는 외국과 달리 굉장히 효율적이다. 전문의가 바로 소아를 진료한다. 하지만 외국은 소아과 전문의가 소아를 처음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일반의가 먼저 아이를 보고 소아과 전문의가 진료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날짜를 잡고 보는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는 소아 의료접근성이 굉장히 좋다. 아이들 병은 증상이 생기면 급격히 나빠져서 큰 장애를 남기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의가 보고 상급종합병원에 보낼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앞으로 이 시스템이 불가능해 진다는 이야기다. 이대로라면 의료인프라가 철저하게 망가진다.”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의료현장에서 보는 상황은 너무나 심각하다. 지금은 정부가 더이상 주저하면 안 될 상황이다.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한 번만 도와 달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소아과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밝혔다.

임 회장은 “올해 전공의 4년차는 188명인데, 올해 전공의 모집에 33명만 지원했다. 엄청난 갭이 발생하는데 과연 전국적으로 응급 아이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일을 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왜 전공의들이 지원을 안하는 지 의아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아과를 지원하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아이들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 늦으면 극복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돌아오는 봄부터 위기가 눈 앞에 올것이다. 국민 여러분께 알리려고 왔다. 소아과 의사들은 지난 5년 동안 현재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 아이들 건강과 생명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한 해가 다르고, 한 달이 다르다고 주장해 왔다.”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지금은 각론으로 수가 얼마를 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 아이들 진료만 열심히 하면 병원 운영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소아과 진료 인프라를 구축해 달라는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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