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 회장 김동석)는 9일 입장문을 내고,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이 대한민국 의료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유명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향후 수도권에 개원 예정인 대학병원 분원만 10곳, 대략 병상만 6000병상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개협은 “분원이 난립하면 지역의 중소병원이나 의원은 환자 쏠림으로 인한 심각한 타격으로 괴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역 의료 생태계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올해 3월 700 병상 규모로 광명시에 분원을 연 중앙대를 필두로 서울대와 연세대는 각각 2026년 완공을 목표로 800 병상의 분원을 시흥과 송도에 개원을 결정했다. 심지어 시흥배곧서울대병원과 송도세브란스병원은 직선거리로 4k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개원을 준비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이뿐만 아니라 경희대와 울산대 아산병원, 아주대, 인하대, 한양대 등,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500~800 병상 규모의 분원을 모두 수도권에 설립 준비 혹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고려대학교도 분원 경쟁에 끼어들어 과천시와 남양주시에 2028년 개원을 목표로 분원 설립을 발표했다. 이 정도면 가히 땅따먹기, 분원 깃발 꽂기 경쟁이라 할 수 있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여러 편의점과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가 경쟁하는 모양새처럼 대학병원이 분원 개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대개협은 “시설과 인력, 브랜드와 자본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대학병원 분원과 지역 의료기관은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라며, “유명 대학병원의 분원 개설은 지역 의료 생태계를 황폐화시킨다.”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일차적으로 지역 의료 수요를 깔때기처럼 빨아들여 코로나 이후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도 지역의 의료인력난이 심한 상황에서 의료인력이 분원으로 편중되어 기존의 지역을 담당하는 병의원의 몰락이 가속화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대개협은 “중증 환자 진료와 연구 및 의학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대학병원이 지역 의료기관과 경쟁하는 것을 넘어 3차 의료기관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돼 의료전달체계는 무력화될 것이고, 결국 이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라며, “대학병원의 분원 설치는 의료의 수도권 편중을 더욱 가속화 한다. 지역 불균형을 넘어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시대에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수도권에 더욱 강화하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라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정부 당국은 당장 무분별한 대학병원 분원 설치에 대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지역 의료를 말살하고 의료전달체계의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대학병원의 분원 설치를 그냥 자본 경쟁과 규모의 논리에 맡겨 둬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대개협은 “한 번 망가진 의료 인프라는 빠른 시간 내에 회복이 어렵다.”라며, “대학병원이 중증 진료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외래를 제한하고, 의료비용의 급상승을 불러일으키는 대형병원의 병상 수를 지역별로 제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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