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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명 관계없이 항우울제 처방 허용된 상황 아냐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타 과도 F코드 붙여야 항우울제 처방 가능…정신건강의학과 의뢰 강조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22.12.08 0:16

“보건복지부에서 SSRI계통 항우울제를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모든 과에서 처방 받을 수 있는 길을 국민에게 열어 준 것이 반가울 소식일까? OECD 자살율 1위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7일 입장문을 내고, SSRI계통 항우울제 처방기준 변경안에 대해 이 같이 물음을 던졌다.

먼저,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진단명에 관계없이 SSRI항우울제 처방이 허용된 상황이 아니며, 적절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단명이 붙여야 처방이 가능하다. 어느 과에서든 SSRI를 처방하기 위해서는 F코드 질병을 붙여야 건강보험 적용을 가능하다.”라고 분명히 했다.
 
의사회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면 F로 시작하는 질병코드(F코드)가 붙어 인생을 망친다는 괴소문으로 인해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많은 보험회사가 F코드로 진료받은 적 있는 사람을 차별해 가입과 보장에 제한을 두는 차별을 했고, F코드를 낙인처럼 홍보하는 심리상담사나 한의원도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극히 일부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조차 F코드 없이 진료한다는 광고를 했다.”라며,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모든 질병이 F코드로 이뤄져 있는데, 진실을 외면한 미봉책이었고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F코드는 특별히 무서운 게 아니다. 경증부터 중증까지 정신건강 관련 모든 질병이 F코드에 해당한다. 즉, 내과나 신경과 등 타과에서도 결국 F코드를 붙여야 SSRI를 처방할 수 있는 점은 마찬가지이다.”라고 상기시켰다.

의사회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지 않아도 약 처방을 해준다면서 질병코드에 F코드는 동일하게 붙어 있다면 어떻겠느냐?”라면서, “F코드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정신과를 피하고 싶은 이유가 F코드였다면, 타과에 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정신건강의학과의 낙인을 타과에서 씻어줄 수 있다는 오해를 줄 수 있는 지경까지 오게된 점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반성하고 있다.”라며, “수많은 곳에서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는 유혹으로 환우나 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것을 막지 못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의사회는 “직업적ㆍ사회적 편견의 문제나 실손 보험가입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제대로 도와 드리지 못했다.”라면서도 “분명한 점은 타과에서 항우울제를 처방 받는다고 이 부분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보건복지부의 권고가 우울증을 비전문의에게 처방받으라는 의미가 아닌데, 아전인수격으로 유리하게 왜곡하는 이들이 의료계에 있다.”라고 비판하고, “일차성 우울증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SSRI를 처방받으라는 권고는 여전하다.”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다만, 신체적 질병에 의한 우울증이 해당될 경우에는 60일 처방 제한을 풀고 기존 질병을 진료하던 의사가 진료해도 된다는 의미이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자ㆍ타해 위험이 있거나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해야 한다.”라면서, “오히려 이번 보건복지부 질의응답을 통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해야 하는 경우가 더 분명해 졌으므로, 불가피하게 SSRI를 처방하는 타과 의사들도 정신건강의학과 의뢰 기준에 대해서 훨씬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의사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타과처럼 CT나 MRI, 혈액검사 등 객관적 검사가 없으니, 눈에 보이는 진단보다는 4년간의 수련과정과 임상경험을 토대로 환자들을 치료했다. 항우울제 처방은 우울ㆍ불안에 대한 자기 인식과 전문가의 판단이 조화를 이룰 때 정확한 처방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의 합의는 미묘한 영역이다. 단순히 ‘우울하다’는 기분과 ‘우울장애’의 양적, 질적 차이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치료에 대한 의지가 없어지는 것은 우울증 증상이며 신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병식(insight)이 없는 것이 반드시 조현병처럼 현실검증력을 잃은 경우에만 생겨나는 일이 아니다.”라며, “고혈압은 기계로 측정한 숫자가 눈앞에 나타나니까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우울증은 더욱 인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병식이 없는 상태를 이용해서 타과에서 약만 처방해주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우울한 상황의 환자는 판단을 잘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우울장애나 불안장애가 뇌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복합적인 상태라는 인식 없이 그저 ‘우울해요’ 또는 ‘불안해요’로 진단할 수 있는  것일까요? 조울증이나 정상애도반응과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무기력 및 의욕저하가 조현병의 초기 증상이라면요? 증상이 심해져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을 하면 어떻게 치료가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인식이 있을까요? 

의사회는 “전문의가 많은 대한민국에서, 전문과목에 상관없이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조치가 환자를 위한 일이라고는 하는데, 과연 항우울제 처방을 타과에서 받을 수 있어서 이득을 보는 국민이 많을까, 아니면 이득을 보는 의사가 많을까.”라고 우려하면서, “SSRI처방을 하는 타과 의사들이 보건복지부의 권고안대로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고 싶다.”라고 희망했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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