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과잉 건강검진을 주제로 두 차례 보건의료포럼을 진행했다.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과잉 건강검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검진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이 자리에서는 건강검진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질병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와 유사한 한국질병예방 특별위원회 발족이 제안됐다. 일선에서 건강검진을 진행하는 한국건강검진학회 조현호 정책부회장을 만나 과잉 검강검진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한국건강검진학회 조현호 정책부회장
한국건강검진학회 조현호 정책부회장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부회장님!

조현호 부회장: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과잉 건강검진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의학한림원에서 과잉 건강검진을 주제로 포럼을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과잉 건강검진에 대해 여러 문제가 제기됐는데, 건강검진을 진행하는 일선 개원의사로서 우리나라의 건강검진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조현호 부회장: 건강검진은 성격상 크게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시행하는 수백만원대 고가 검진 ▲대기업 등 직장의 지원하에 시행되는 검진 ▲모든 국민이 해당되는 생애주기별 국가건강검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민간 부분에서 일부 과도한 검진항목이 있다는 평가와 국가검진에서 근거가 없는 항목이 많다는 의견이 있으나, 검진 항목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건강검진 후의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만난 건강검진학회와 검진의학회 인사들이 검진 후 관리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조현호 부회장: 맞습니다. 고가검진, 기업 지원 검진, 국가건강검진 모두 공통적으로 검진 후 자세한 설명과 이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건강검진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장영식 기자: 한림원이 주최한 과잉 건강검진을 주제로 한 보건의료 포럼에서 ▲건강한 성인의 비타민 D 건강검진 ▲증상이 없는 노인 치매 건강검진 ▲저위험군 관상동맥 CT 촬영조영검사 ▲증상이 없는 뇌 mri 검사 등에 대해 모두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동의하시나요?

조현호 부회장: 먼저, 과잉 건강검진이란 네이밍에서 정의를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진을 받는 수검자(국민)와 검진을 제공하는 의료기관 모두 다양한 입장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검자는 건강에 대한 이해수준, 검진을 받고자 하는 욕구, 본인 건강에 대한 우려 정도, 검진을 받을 수 있는 경제력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당연히 그렇겠죠?

조현호 부회장: 민간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의료기관과 국가건강검진을 시행하는 만 여개 의료기관(치과병의원 제외) 간의 차이뿐만 아니라 같은 민간검진에서도 검진의 대상, 검진의 시행이유, 제공 서비스 내용, 사후 관리 방법, 검진의 주기 등에서 다양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양한 수요 및 공급욕구에 기인해 검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다만, 전문가의 가이드라인 권고는 국민건강관리 및 효율적인 의료비 지출에 긍적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포럼에서 언급된 4가지 주제 모두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영식 기자: 좀 더 구체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조현호 부회장: 사견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과잉 건강검진이란 단순히 꼭 필요하지 않는 항목을 시행해 검진 비용이 증가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더 문제되는 경우는 검사 과정 자체 또는 검사 결과에 따른 치료나 관리 과정이 수검자에게 이득보다는 손해가 큰 경우가 더 문제라로 생각합니다.

또한, 건강한 성인 또는 증상이 없는 수검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자칫 환자군이나 고위험군에 검사나 관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국가건강검진은 시대적인 요구사항에 맞춰 진행돼야 합니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은 2012년 각각 80.9세와 65.7세였으나, 2018년 각각 82.7세, 64.4세로 6년 사이 건강수명이 3.1년이나 줄었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기에 이미 장기요양급여 대상자가 노인 인구의 10%를 초과했니다. 당장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면 권고안은 신중하게 마련돼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현호 부회장: 예를 들어, 정부의 제3차(2021-2025년) 국가건강검진종합계획 내용에 따르면, 대장암의 연간 사망자수가 2011년 7,721명에서 2016년 8,432명, 2019년 8,966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장암은 대장내시경 검사 및 용종절제를 통해 효과적인 예방 및 조기진단이 가능하지만 지금 당장 대장내시경 검사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차선책인 분변잠혈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가검진에서 66세 이상에서 2년마다 시행되는 인지기능장애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의 대안이 없다면 기존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인지기능장애 검사에서 가족에 의한 사전 문진표 작성 시스템 도입, 인지기능장애 의심시 지역단위(지자체, 공단지사, 보건소, 지역의사회 및 동네의원)에서 치매안심센터와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동네의원간 연계 등 체계적인 사후관리 시스템 도입이 우선입니다.

한국건강검진학회 조현호 부회장
한국건강검진학회 조현호 부회장

장영식 기자: 부회장님 지적처럼 국가검진이 수검률만 늘릴 게 아니라 사후 관리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검진 후 사후관리를 위한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조현호 부회장: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사후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의사에게 검진을 받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일반건강검진은 심뇌혈관 질환 등 예방 및 조기진단 목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본연의 역할에 해당합니다.

2019년 검진 의료기관 분포를 보면 종합병원의 97.2%(346개소), 상급종합병원 42개소 중 39개소가 일반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수검자가 의사에게 지속적으로 관리받기는 매우 힘든 구조입니다.

또한 사후 관리를 잘 할 수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수십, 수백만명의 엄청난 규모의 검진만 시행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의사가 충분히 관리해 줄 수 있는 동네의원 위주로 일반검진을 받고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중요하며 사후관리를 위한 방안이나 수가도 만들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포럼에서 미국의 질병예방 특별위원회에 상응하는 (가칭)한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KPSTF) 발족이 제안됐는데,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인지요?

조현호 부회장: 국가건강검진 관련해서는 이미 의사결정체계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건강검진 뿐만 아니라 민간부분 역시 전문가들의 가이드라인 제시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니 바람직합니다.

여기에 더해 검진을 제공하는 현장의 의사(동네의원 8,899개소 등)와 수검자(국민 2,000만명 내외)의 검진에 대한 인식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국가검진, 민간검진 모두 제도 도입과 변경 등 의사 결정과정에서 현장의 의료진과 수검자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때 진정한 의미의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한국건강검진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신창록 회장이 경제적인 이유로 국가검진제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선 목적에 부합하는 검사항목이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현호 부회장: 건강검진은 기저질환이 없는 무증상 건강인에게 시행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현재 국가검진은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동일한 항목으로 검진이 진행됩니다. 건강인, 만성질환자 등 조건에 맞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장영식 기자: 신창록 회장은 또, 건강검진이 개원가 중심으로 이뤄져야하는 만큼, 개원가 위주의 검사항목을 연구해야한다고 제안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조현호 부회장: 한국건강검진학회에서는 현재 건강검진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원의로서 검진에 대한 분석이나 연구, 제도 등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사실상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강검진의 대부분은 일차의료기관이 수행하고 있으므로 개원가의 의견은 매우 중요합니다.

건강검진연구회는 검진의 근거와 제도를 잘 이해하고 개원가에서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토론과 아이디어를 모으고자 하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몇 차례 검진 후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요. 혹시 정부와 논의가 되고 있나요?

조현호 부회장: 솔직하게 말하면 씨알도 안먹힙니다.

장영식 기자: 결국 검진 후 관리는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조현호 부회장: 그렇습니다. 정부는 검진 후 관리를 재정 때문에 후순위로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장영식 기자: 의사가 검진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시키면 만성질환 관리와 합병증 예방에 효과적일테고 결국 건보재정에도 도움이 될텐데 아쉽네요. 혹시 ‘건강검진 후 상담수가 시범사업’을 시행해서 검진 후 관리의 효과를 확인시켜 준다면 정부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조현호 부회장: 정부가 하지 않을려고 할거에요. 시범사업 후 환자 만족도 등을 조사하면 긍정적인 답변이 많을테니까요.

장영식 기자: 정부가 원하지 않는다면 지자체를 통한 시범사업은 어떻습니까?

조현호 부회장: 생각해 볼 만한 의견입니다. 다만, 지자체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습니다. 여러 방향으로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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