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진행되는 다수 건강검진이 근거 부족으로 권장되지 않는다며, 과잉 건강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USPSTF) 역할을 할 한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 구성 필요성이 제시됐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1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암 이외의 질환에 대해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제22회 보건의료포럼을 개최했다.

먼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타민 D 건강검진이 근거가 불충분해 권고하는 않는 건강검진으로 지적됐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는 “최근 10여 년 동안 세계적으로 비타민D 검사를 많이 시행하면서 비타민D 결핍 환자가 대유행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비타민D 보충제 처방도 증가해왔다.”라며,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비타민D 결핍 기준점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것에 기인한다.”라고 주장했다.

명 교수는 “높게 설정된 기준 때문에 비타민D 결핍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비타민D 보충제를 투여하는 것은 메타분석 결과, 골절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 질병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에서도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비타민D 선별검사는 근거가 불충분하며, 비타민D 보충제도 골절 등 여러 질병 예방에 효과 없다고 결론지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의 적지 않은 병ㆍ의원에서 일반 건강인 대상으로 비타민D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비타민D를 처방하는 것이 유행하는데, 그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권장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증상이 없는 노인에게 치매 건강검진을 하는 것도 근거가 불충분한 검진으로 지적됐다.

성균관대 영상의학과 정우경 교수는 “치매를 조기 진단해 질병을 관리하고 사회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이의가 없지만, 무증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라며, “특히 치매의 대표적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 시 완치가 아직은 가능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선별검사의 의의가 낮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한 위양성으로 인한 불필요한 걱정, 우울감, 사회적 낙인 등을 고려하면 모든 무증상 노인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선별검사보다는 증상을 빨리 발견해 정상적인 진단과 동시에 치료, 돌봄, 지원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관상동맥 CT 혈관조영검사도 저위험군에서 발견되는 관상동맥 협착의 경우 임상의 의이가 적고, 오히려 방사선 피폭 우려되므로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검사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히다.”라고 밝혔다.

증상이 없는 사람에서 건강검진 목적으로 뇌 MRI 검사를 하는 것도 근거가 불충분한 검진으로 소개됐다.

정 교수는 “국내의 많은 건강검진 기관에서 뇌 MRI 검사를 포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뇌MRI 검진이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등 뇌질환의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한다.”라며, “하지만 뇌 MRI는 신경계 증상이 있거나 뇌종양, 뇌혈관 질환 등이 의심될 때 시행할 수 있으나, 증상이 없는 성인에서 선별검사 목적으로 시행했을 때는 이득보다 위해가 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됐다 하더라도 임상적 중요성이 낮은 경우가 많고, 검사의 비용 또한 문제다. 무증상 성인에서 건강검진 목적으로 뇌 MRI 검사는 권고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는 “한국의 건강검진은 세계에게 가장 규모가 크다. 국가 검진과 암 검진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과 기관이 직원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1-2년에 한 번씩 제공한다.”라며, “그렇지만 미국내과학회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으로 건강문제가 없는 무증상 성인이 일상적으로 매년 종합건강검진을 받지 말라고 권고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신에 의사-환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면서 예방적 돌봄에 참여하고 새로운 문제를 적기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진료일정에 대해서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권한다.”라며, “종합건강검진이 일상적 진료에 비해 질병 이환율과 사망률을 더 감소시키는지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에 의하면, 종합건강검진은 총 사망률 또는 암 사망률에 거의 또는 전혀 효과를 미치지 못했으며, 심혈관 사망률에도 거의 또는 전혀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종합건강검진은 허혈성 심질환과 뇌졸중에 대한 효과도 거의 없거나 없을 가능성이 컸다.”라며, “국내에서도 아무런 증상이나 질병이 없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매년 받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종합건강검진 대신, 일차의료 의사를 주치의를 정하고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필요한 예방적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라고 권했다.

서울대학교 예방의학과 박수경 교수는 미국의 질병예방 특별위원회에 상응하는 (가칭)한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KPSTF) 발족을 제안했다.

먼저 박 교수는 미국 질병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에 대해 소개했다.

미국 질병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는 16명으로 구성된 예방과 근거 기반 의학 전문가들의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패널로서 1984년에 창립됐다.

선별검사, 상담, 예방적 약물 등과 같은 임상예방서비스에 관한 근거에 기반을 둔 권고문을 만들어 미국인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위원회 구성원은 내과, 가정의학, 소아과, 행동보건, 산부인과, 간호학 등을 포함하는 예방의학과 일차의료 분야 전문가들이다.

미국의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AHRQ)는 1998년 미국 의회로부터 권한을 부여 받아 특별위원회를 소집하고, 특별위원회에게 학술적이고 행정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Affordable Care Act(2010)는 민간 건강보험으로 하여금 근거 등급 A와 B에 해당하는 예방서비스에 대해서 본인 부담 없이 검사 받는 것을 보장하도록 제도화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 일차의료의 역할은 모호하며, 예방 및 건강증진 서비스는 근거에 기반을 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근거에 기반을 둔 예방 및 건강증진 서비스 권고문의 개발과 보급을 위해, 미국 USPSTF에 상응하는 기구인 가칭, 한국 질병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 발족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위원회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질병관리청이 함께 참여하고, 일반 대중은 새 주제와 신규 위원을 제안하고, 연구계획 초안과 보고서, 권고문에 대한 피드백을 담당한다.”라고 조직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위원회 역할로는 해외의 예방서비스 현황 및 권고사항을 검토하고, 한국적 상황에 맞는 예방서비스를 개발 및 검토, 권고된 예방서비스의 정기적 효과를 평가해 퇴출과 유지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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