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등의 산정기준이 변경된 것을 몰라서 종전과 같이 청구했을 뿐인데 부당청구라고 한다.”

이 같은 불만은 개원가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해결 방법이 없을까?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회, 회장 유환욱)는 20일 서울 코엑스 E홀 vip룸에서 제12회 대한의원협회 추계 연수강좌 기자간담회를 열고, 변경된 고시를 인지하지 못해 행정처분이 확대되는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의원협회가 제시한 방법은 요양급여 적용기준 고시 변경 시 계도 기간을 두되, 계도기간 안에 부당청구가 발생할 경우 요양급여비 환수 외에 불이익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유환욱 회장은 “협회의 실사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들이 실사를 받은 후 ‘고시 등의 산정기준이 변경하는 것을 몰라서 종전과 같이 청구를 했을 뿐인데 부당청구라고 한다. 심평원이 심사 과정에서 한 번만 알려줬으면 그렇게 청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평원의 심사 시스템을 믿은 내 잘못인거냐’고 불만을 토로한다.”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상급병원의 경우 행정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청구 관련 인력도 구비할 수 있어, 청구기준(고시)이 신설ㆍ변경됨으로 인해 부당청구가 발생하더라도 자체적인 파악 및 시정이 가능하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가 혼자서 보건복지부 고시의 모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법제이사 이동길 변호사는 “요양급여의 기준은 너무나 복잡하고 변경도 빈번해 ‘법의 무지는 용서할 수 없다’는 법언을 인용하는 것은 복지부 및 심평원의 행정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막대한 예산으로 운영되는 심평원은 적어도 고시가 변경된 후에 한동안은 고시 변경으로 발생하는 사후적 부당청구를 경고 등 안내할 책무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동길 변호사는 “부당청구인지 모른 채 청구가 계속될 경우, 복지부 실사로 부당청구가 발견되면 해당 청구금액이 전부 환수되고 최대 5배수 까지 과징금이 발생한다. 심지어는 의료기관의 매출도 아닌 약제비까지 배상해야 하는 불이익을 의료기관이 감수해야 한다.”라며, “실사로 불이익을 당한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요양급여비 환수는 규정을 모른 내 탓이라고 하겠지만 몇 배수의 환수에 약제비까지 배상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고시 변경 후 3년 동안 일종의 유예기간 내지 계도기간으로 취급해 해당 계도기간 내에 발생한 부당청구의 경우 요양급여비 환수 이외의 불이익을 부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제안하고, “다만, 계도기간 중이라 하더라도 심평원 심사를 통해 부당청구임을 지적받아 삭감이 된 이후에는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에서 적용에서 제외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심평원의 부당청구 지적은 과징금 처분 등의 적용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명백한 근거를 남긴 서면을 통해야만 한다.”라고 덧붙였다.

유환욱 회장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ALIO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정규직 임직원만 4,03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4,627억원의 정부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다. 심평원이 이처럼 많은 정부지원금을 써가면서 운영됨에도 그들의 업무 태만으로 인해 의료기관에 부당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손 놓고 지켜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시 변경이 있었음에도 심평원에서 잡아내지 못한다면, 일개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가 고시의 변경을 모르는 것을 탓할 수 없다는 것이 유 회장의 지적이다.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 유 회장은 “부당청구는 허위청구라고 불리는 거짓청구와 다른 개념이다. 거짓청구는 도덕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고 형법상으로도 사기죄로 처벌을 받는 행위이지만 부당청구는 고시의 변경 정도만으로 어제까지 정당청구였던 것이 내일은 부당청구가 되는 것이다.”라며, “거짓청구는 고시 변경과 무관하므로 이번 제안으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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