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해 6월 온라인 총회를 열고 조민호 전 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를 대표로 선출하고 조직 활성화에 나섰다. 지난 2009년 ‘올바른 의료제도의 항구적 정착’을 내걸고 창립한 전의총은 의료정책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전의총은 의료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목받았고, 두 차례나 대표가 의협회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핵심 인력의 의협 진출로 조직력이 약화되고, 강경 일변도로 목소리를 내다보니 의사사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면서 부침을 겪었다. 조민호 대표를 만나 전의총의 향후 활동 계획과 의료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대표님?

조민호 대표: 네,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협에서 뵙다가 전의총 대표로 만나니 새롭네요. 먼저, 전의총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조민호 대표: 전공의 2년차였던 2010년에 닥플이라는 의사커뮤니티를 알게 됐고, 그곳에서 의료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의총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장영식 기자: 전의총이 2009년 9월 20일에 창립총회를 개최했으니 초창기부터 참여한 셈이군요?

조민호 대표: 처음에는 일반 회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최대집 조직국장을 전의총 대표로 추대할 때부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정보통신국장, 조직국장 등을 맡았습니다.

장영식 기자: 전의총 대표는 어떻게 맡게 됐나요?

조민호 대표: 몇몇 전의총 선배들의 권유를 받아 대표직에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2021년 6월에 대표 선출을 위한 온라인 총회가 열렸고 이때 상임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협회에서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로 활동했잖아요? 그동안 전의총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중앙회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많았는데 반대인 경우가 처음인 듯 합니다. 중앙회 이사 경험이 전의총 대표로 활동하는데 장점이 있을까요?

조민호 대표: 의사협회 40대 집행부에서 초기부터 임원 제의가 있었는데 계속 고사하다가 2020년 6월경 다시 요청을 받고 받아들였습니다. 2020년 7월부터 약 10개월간 근무했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업무가 많아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어렴풋이나마 의사협회의 회무와 의료정책에 대해 실질적으로 알게 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또한 그 기간동안 의료계의 많은 분을 알게 된 것이 전의총 대표로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전의총과 의사협회의 각각의 역할과, 두 단체가 어떤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조민호 대표: 의사협회는 의료계의 종주단체로서 전 의료계를 대표하고 모든 의사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해야하는 단체입니다.

전의총은 모토가 ‘올바른 의료의 항구적 정착’인만큼 올바른 의료로 가는 길에 앞장서는 것이 역할이죠. 2009년 이후 전의총은 투쟁은 물론이고, 잘못된 정책에 대한 목소리, 불법적인 의료에 대한 고발, 부당한 일을 당한 회원을 돕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협회 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한 적도 많았죠?

조민호 대표: 때로는 의사협회를 견제하고 옳지 못한 방향이라 판단될 때에는 강한 질타를 하기도 했죠. 하지만 전의총과 의사협회가 적대적인 관계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사협회가 나서기 어려운 부분에 전의총이 나설 수도 있고, 전의총이 한계점을 가지는 부분에서는 의사협회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협회가 회원 다수가 원하는 방향과는 동떨어진 회무를 한다면요?

조민호 대표: 의사협회의 회무 방향이 회원들의 이익에 어긋나거나 올바른 의료의 방향이 아니라면 전의총은 이를 질타하고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할겁니다.

장영식 기자: 전의총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동의하나요?

조민호 대표: 동의합니다.

장영식 기자: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조민호 대표: 최근 전의총이 개최하는 집회나 시위가 없었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횟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전의총 주요 멤버들이 의사협회로 진출하면서 남아있는 전의총 멤버의 수가 줄어들기도 했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노환규 회장님이나 최대집 회장님이 의사협회 회장이 된 영향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오프라인 위주로 이뤄졌던 전의총 활동이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앞 질문의 연장선에서 질문드리겠습니다. 과거 전의총은 의협 회장선거 표심을 좌우한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의사사회 내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동안 의사사회 내부 사조직이자 정치단체같은 성격으로 활동했는데, 앞으로도 같은 방향을 유지할 생각인가요?

조민호 대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사협회 회장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두 분의 의협 회장을 배출한 후 여러 갈등과 한계를 경험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의협에 진출하는 것만으로 올바른 의료에 도달하기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의총 내부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의료계 내 타 단체, 나아가서 국민과도 연대하는 방안을 고려중입니다.

그동안 의료계의 주장이 정부와 국민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정부의 의료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바꾸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전의총이라는 단체가 세상으로 나온 배경 아닌가요? 타 단체나 시민단체와 연대하다보면 전의총 만의 색깔이 옅어지지 않을까요?

조민호 대표: 타 단체와 연대가 우선순위는 아닙니다. 올바른 의료제도의 항구적 정착에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연대를 고려하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의사협회가 플랫폼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치과의사협회, 변호사협회, 건축사협회와 정책 연대를 했죠.

또, 의사협회는 간호계의 간호법 제정에 대응하기 위해 13개 보건의료단체연대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의료제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기위한 연대라면 전의총도 함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다면, 올바른 의료제도를 위해서라면 정치적 계산이나 외부와 타협하지 않고 강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거죠?

조민호 대표: 그렇습니다. 열악해져만가는 의료환경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합니다. 지금 의료계에는 알카에다가 필요하다는 극단적인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의사사회에서 강경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 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의총의 역할이 그것이라면, 현재 우리 의사들이 처한 상황이 절박하다면, 전의총은 꿋꿋하게 그 길을 갈겁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성분명 처방, 비대면진료, 간호법, 실손보험법 등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각각의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주시죠.

조민호 대표: 먼저, 성분명 처방은 강력 반대입니다. 의약분업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며 나아가 국민선택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선택분업 전환 목소리를 꾸준히 내겠습니다.

비대면 진료의 경우, 한시적 비대면 상황인데 진행 과정이 너무 성급해 보입니다. 비대면 진료는 정교한 논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특히 플랫폼 산업에 매몰돼 의료가 왜곡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간호법은 의료 직역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진료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서 반대합니다.

실손보험의 심사를 간소화한다는 실손보험법안은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한 뒤, 추후 후불제 지불 방식으로 도입과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안으로 지난 의협 집행부에서 의학정보원 설립을 추진했으나 현 집행부에서 무산돼 아쉬움이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면허관리기구와 자율징계권에 대한 입장도 궁금합니다. 자율징계와 관련해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참여가 저조한 상황입니다.

조민호 대표: 의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의사가 자율규제와 면허관리를 통해 문제 행위를 걸러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며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의료 현안에 대한 의사협회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조민호 대표: 성분명 처방, 비대면진료, 간호법, 실손보험법 등 앞서 언급한 현안 대부분이 의사회원들을 죽이는 아젠다입니다.

현안이 산적한 상황인데도 의사협회는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CCTV 설치 의무화법이 떠오릅니다. 법안 통과로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하는데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3년부터 환자의 피해가 우려됩니다. 의사들이 위험한 수술을 피하려고 할 테니 말입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제2의 CCTV 사태가 줄줄히 예견됩니다. 처음에 간호법도 껍데기 법안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안일하게 대응했죠. 회원들의 간이나 보는 협회라면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만일 지속적으로 의권을 팔아 안일함만을 추구한다면, 전의총은 이필수 집행부 해체로 의권 투쟁의 시작을 알릴 겁니다.

장영식 기자: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조민호 대표: 저수가를 비롯한 불합리한 의료환경에서도 현장에서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회원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분노하기에도 지친 회원들에게 올바른 의료의 항구적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려움에 처한 회원들을 돕는데도 앞장서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질책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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