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경만호 의사협회장 공판이 선고 공판 만을 남겨두고 있다. 6차 공판에서 검찰은 6건의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고, 경만호 회장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회무를 집행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각 공판에서 쟁점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살펴봤다.

▽경만호 회장 공판의 시작
경만호 회장은 지난해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와 의사협회 김세헌 회원으로부터 14건의 고발을 당했다.

노환규 대표는 2010년 5월 17일 ▲대한의사협회 법인카드 사용 관련 업무상 배임(OO공대 K 총장) ▲의료와 사회포럼 연구용역비 1억원 횡령 ▲주식회사 엠케이헬스 연구비 2억원 불법 지급 ▲주식회사 월간조선 연구비 1억원 불법 지급 ▲전국의사총연합 명예훼손(우편물) ▲전국의사총연합 명예훼손(인터넷) 등 6건을 고발했다.

김세헌 회원은 2010년 7월 27일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 비용 관련 업무상 횡령 ▲의료정책 현안 자료수집 비용 등 현금 지급 관련 업무상 횡령 ▲판공비 횡령 ▲법인카드 사용 관련 업무상 배임 ▲참여이사 거마비 관련 업무상 배임 ▲휴무일 근무수당 관련 업무상 배임 ▲대한의학회장 기사 채용 관련 업무상 배임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웹사이트 메인화면 내 배너광고 업무상 배임 등 8건을 고발했다.

이 두 고발건은 병합 수사로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고발인들과 경만호 회장을 불러 대질 조사를 벌인 후 올해 2월 1일 경만호 회장을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 항목은 고발인들의 최초 고발 수 기준으로 ▲1억원 연구용역 ▲주식회사 MK헬스 연구비 2억원 불법 지급 ▲주식회사 월간조선 연구비 1억원 불법 지급 ▲전국의사총연합 명예훼손(우편물) ▲전국의사총연합 명예훼손(인터넷) ▲의학회장 기사 및 유류대 지원 ▲참여이사 거마비 지급 ▲상근임원 휴일 수당 지급 등 모두 8건이다.

하지만 검찰이 MK헬스 건과 월간조선 건을 한 항목으로 묶고, 우편물 명예훼손과 인터넷 명예훼손을 한 항목으로 묶어 기소항목은 6건으로 정리됐다.

▽1차 공판
1차 공판에서는 변호인이 경만호 회장의 업무상 배임과 횡령 등 검찰의 기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상임이사회의 결의와 감사단과 협의를 거쳐 집행했다며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대한의학회장 기사 채용 관련 업무상 배임 건에 대해 의학회는 의사협회의 산하기관이므로 업무상 배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참여이사 거마비 관련 업무상 배임 건에 대해서는 이사회와 감사단 결의를 통해 집행한 것으로 협회 여비규정에 적합한 조치라고 답했다.

휴무일 근무수당 지급 건은 2009년 예산에 이미 책정돼 있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사 연구용역에 대해서는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협회의 내부기관이어서 경만호 회장의 지휘 감독하에 있다며, 내부규정에 의해 지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상 횡령 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쳤으므로 문제가 없으며, 협회를 위해 사용하려고 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명예훼손 건에 대해서는 비방할 목적이 아니었고, 허위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변론했다.

▽2차 공판
2차 공판은 노환규 대표, 김세헌 회원, 이원보 의사협회 감사 등 3인을 증인으로 참석시킨 가운데 증인 심문으로 진행됐다.

노환규 대표는 “월간조선에 준 연구용역은 의료정책연구소 예산을 전용해 지급했으며, 연구결과물도 없다”고 말하고, “의사협회가 월간조선과 계약하기 두 달 전 이미 발행된 기사를 의협은 연구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억원 횡령건에 대해서는 “본인은 정치적 로비 목적이라고 암시하고 있지만 부인이 운영하고 있는 요양병원 건축과정에 사용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1억원 연구횡령과 관련해서 주간동아에 자료를 제공한 적이 없는데 경만호 회장이 회원들에게 제보자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말했다.

김세헌 회원은 “집행부가 감사단의 사전 동의를 얻었다고 하지만 총회 의결사안이어서 아무런 효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정책연구소 특별회계를 전용해 연구용역비로 지급한 것도 불법인데다 의사협회는 한건 당 5,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원보 감사는 “1억원 연구비 횡령에 대해 전과정을 감사단에게 동의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가 동의해 줬다고 해도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3차 공판
3차 공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박양동 의료와사회포럼 대표와 이원보 감사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박양동 대표는 “1억원 연구용역은 조남현 당시 의협정책이사가 전화로 친의료계 정치세력화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협회비를 마련하는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해와 개인적으로 도와준 것이다”며, “형식적 절차 전에 이원보 감사와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당시 이원보 감사는 돈의 송금내역을 잘 남기라고 얘기해 줬다”고 말하고, “송금을 받기 전과 받은 후에도 이원보 감사에게 전화로 통보했다”고 언급했다.

이어진 대질 신문에서 이원보 감사는 “연구용역비가 의사협회의 로비 자금이라는 구체적인 실체는 2010년 4월 5일에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박양동 대표와 통화할 당시에는 연구용역비가 의료와사회포럼을 지원하는 통상적인 연구비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또, “변호인과 박 대표가 송금내역을 남기라고 얘기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모든 증빙서류를 갖추라고 얘기했는데 이는 습관이다”고 말했다.

박양동 대표가 “연구용역을 맡게 됐다고 연락했을 때 이원보 감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하자 이원보 감사는 “박 대표가 감사는 다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이를 전제하고 진술을 하기 때문에 진술이 엇갈리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번째 증인에 나선 김주필 감사는 “2009년 11월경 경만호 회장이 의장과 감사단 모인 자리에서 돈이 필요하니 만들어서 쓰겠다고 말했고, 감사단은 금액을 정하지 않은 채 경 회장에게 위임했다”고 진술했다.

▽4차 공판
4차 공판에서는 1억원 연구용역 내용을 감사들이 사전 인지하고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3차 공판에서는 이원보 감사가 의료와 사회포럼 1억원 연구용역 건을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에 대해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렸지만 이날 공판에서는 증인들이 모두 연구용역 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김주필 감사는 “2009년 11월 회장과 의장, 감사단이 3자 회동을 했을 때 경만호 회장이 구체적인 방법을 말하지 않은채 ‘필요할 때 돈을 만들어 쓰겠다’고 말해 ‘꼭 필요하다면 만들어 써라. 다만 나중에 감사단에 보고하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김주필 감사는 “자금을 만드는 것에는 동의해 줬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만든다는 것에 동의해 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허정 감사도 “2009년 11월에는 의료와 사회포럼 1억원 연구용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몰랐다”며, “2010년 이원보 감사가 외부회계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국기 감사도 “2009년 11월 경에는 미리 보고 받지 않아 1억원 송금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감사보고서 작성할 때 알았다”고 말했다.

김국기 감사는 “급하면 만들어서 쓰라고 동의해 준 적은 있지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만 동의해 준 것이며, 합법적이지 않을 경우 반대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 감사들은 “경만호 회장이 2009년 11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채 앞으로 꼭 필요할 때 돈을 만들어 쓰겠다고 보고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다만 김주필 감사와 김국기 감사는 1억원 연구용역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동의를 해주지도 않았다고 진술한 반면 허정 감사는 1억원 연구용역에 대해 알지는 못했지만 감사들이 포괄적으로 동의해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술했다.

▽5차 공판
5차 공판은 당초 증인 및 피고인 심문을 마무리하고, 선고기일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증인 심문만 진행됐다.

최종현 증인은 “이원보 감사가 윤리위원회와 충돌하기 전까지 경만호 회장이 상당 부분 현안을 이 감사에게 얘기했다”며, “이원보 감사가 1억원 연구용역비 내용을 사전에 인지 했을 것이다”고 증언했다.

연구 용역비가 경만호 회장 명의의 개인 통장으로 입금된 것에 대해 최종현 증인은 “내가 지시한 것이다. 사적 용도가 아닌 대외업무용으로 사용하려고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1억원 연구용역비를 마련한 이유와 실제 사용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검사는 “예산에 없는 지출을 하고자 하는 이유가 뭐였나?”고 묻자 최종현 증인은 “협회는 시민단체, 언론, 국회를 상대로 대외업무를 하기위해 활동비가 필요한데 전임 집행부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검사가 “전임 집행부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있었던 거 아니냐”고 묻자 최종현 증인은 “집행부 수장이 회무를 이끌고 가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경만호 회장의 개인계좌에 있던 연구용역비를 경만호 회장의 금고에 여러 차례 나누어 보관한 이유를 묻자 최종현 증인은 “사용하려 했다면 한번에 뺏을 거다. 쓸 일이 없어서 여러차례 뺀 것이다”고 말했다.

검사가 “조금씩 인출해서 보관만 했다는 증언을 믿을 수 없다”고 재차 말하자 “의협 윤리위원회와 이원보 감사가 갈등이 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나눠서 인출한 것이다”고 답했다.

▽6차 공판
6차 공판은 피고인 심문과 검찰 구형, 변호인 최후 변론, 피고인 최후 진술 순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 명예훼손 등 6건의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경만호 회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당연히 예산은 회계별로 구분돼 있고 예산 전용은 허용되지 않는 점, 피고는 서울시의사회장 등의 경험으로 인해 관련 규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 감사단과 집행부의 사전 협의가 효력이 없다고 피고가 인정한 점 등을 미뤄볼때 6건의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이다”고 밝혔다.

특히 “피고인에게 개전의 정이 안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공소사실은 인정받기 어려우므로 무죄이다”며, “다만 규정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경만호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의사협회장으로서 법정에 선 점은 부덕의 소치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선 직후부터 상대쪽 인사로부터 비방을 받았고, 회장선거에 대한 불만과 차기회장을 노린 정치적 행동이 있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 회장은 “저의 진심과 의사협회의 미래를 밝혀 달라”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했다.

▽경만호 회장 공판 과정
▲2010년 5월 17일; 노환규 대표 외 340명, 경만호 회장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
▲2010년 7월 27일; 김세헌 회원, 경만호 회장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
▲2010년 11월 22일~24일; 서부지검, 노환규ㆍ김세헌ㆍ경만호 3차례 대질 조사
▲2011년 2월 1일; 검찰, 경만호 회장 기소
▲2011년 3월 23일; 1차 공판
▲2011년 4월 27일; 2차 공판(증인 노환규, 김세헌, 이원보)
▲2011년 5월 27일; 3차 공판(증인 이원보, 김주필, 박양동)
▲2011년 7월 8일; 4차 공판(증인 김주필, 양재수, 허정, 김국기)
▲2011년 8월 17일; 5차 공판(증인 최종현)
▲2011년 8월 31일; 6차 공판(피고인 심문, 검찰 구형)
▲2011년 9월 21일; 7차 공판 예정(선고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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