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혁신방안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비급여 진료비 정보 게재하는 방안과 의약품 배송 방안을 공개되자 의료계 단체들이 앞다퉈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온라인 플랫폼에 비급여 진료비 정보 게재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혁신 방안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2차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를 열고 36개의 규제 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이 과제에는 의료기관이 ‘강남언니’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성형 등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게재할 수 있다고 의료법령을 유권해석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치협은 의료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편향된 정책이 발표됐다며 반발했다.

치협은 비급여 진료비는 환자의 상태ㆍ치료방법, 의료인의 숙련도, 시설, 의료장비, 의료기관의 종별 등이 반영돼 책정된다며,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부족한 환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적어 보이는 저가의 진료비만을 쫓아 의료기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비판했다.

이 방안으로 국민이 ‘값싼 진료비만을 찾아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폐해’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치협의 주장이다.

치협은 “특히,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의료광고 및 홍보에 활용하고자 하는 의료기관들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보다는 저가의 진료비를 내세우며 환자들을 유인하고, 원가 보전을 위해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추가진료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담보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치협은 “정부는 환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안내하는 것과 의료기관 광고 및 홍보로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라며, “온라인 플랫폼처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비 정보가 게재되면, 의료기관간 과당경쟁을 유발해 공정한 의료 시장질서에 현저하게 해를 끼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치협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표준화하거나 정량화하기 어려운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게재하기 위해서는 의료광고심의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의료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온라인 플랫폼 비급여 진료비 게재 방안 추진 계획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도 온라인 플랫폼 비급여 가격 고지 유권해석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의협은 지난 7일 입장문에서 “온라인 플랫폼들이 정확한 정보 제공이 아닌, 정제되지 않은 광고를 통해 환자들을 유인할 위험성을 반복적으로 지적해왔다. 지금도 온라인 플랫폼들은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미비한 상태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객관적 정보 제공과 광고의 구분 없이 환자 유치의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이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유권해석은 온라인 플랫폼이 의료기관 선택을 위한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하는 환자유인 행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여지를 마련해주는 하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정부 방안은 저렴한 진료비만을 유일 가치로 삼아 질 낮은 박리다매식 의료의 범람으로 이어질 것이며, 적절한 질적 수준의 유지와 건전한 의료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의료의 발전 방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범람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채로, 성급히 규제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의료기관의 독립성과 직무 자율성을 훼손하는 조치에 다가가고 있다. 이는 의료서비스 이용의 주체인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제공받은 의료기관에 대한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리적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되거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의료광고 영역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바탕으로 민간 의료기관에 대해 일방적인 정보 제공을 강요할 가능성 또한 열어두는 포석이 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향후 정부의 의료데이터 정책 추진과정에서 정보 주체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의사에 반해 개별 민간 사업자들의 이득을 위해 의료정보가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고, 건전한 의료데이터의 소통과 활용 가능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의약품 배송이 정부 규제 완화 과제에 포함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약사회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및 조제 체제에서 비대면 진료 중개 앱을 통해 무분별한 조제약 배달과 불법적 의료광고를 통한 환자 유인행위는 물론, 편법적인 약국ㆍ의원 모집행위 등으로 보건의료 체계의 왜곡, 혼란과 상업화가 극에 달하고 있다.”라며, “단순한 중개 서비스 제공 업체에 불과한 앱 업체들이 마치 의료인처럼 의료행위를 광고하며, 약 봉투만 찍어서 보내면 복약지도와 진료 내역을 관리해 주겠다고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음에도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공고를 지속하고 비대면 진료 중계 앱의 불법 행태를 외면하면서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법제화하려는 정부의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 법제화 이후 날개를 달게 될 앱 업체의 과당 경쟁과 부작용, 이에 따른 국민 건강권 침해에 대해 정부는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라고 따졌다.

약사회는 “조제약 배달은 조제약 오배송, 불법 조제약 배송, 명의도용 등으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과 건강보험재정 누수, 무자격자 조제, 환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상존하며, 처방오류를 파악하기 어렵고, 약화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게 된다. 또,  배달 과정에서 조제약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고, 복약지도가 부실해지고 복약이행도 저하로 이어져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라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의약품 배송 법제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보건의료 접근성과 보장성 확대를 위해 공공심야약국과 공공병원 등 대면 중심의 공공보건의료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규제 혁신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8월 말 현재 943건의 과제를 발굴해 194건을 개선하고, 올해 말가지 434건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