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인해 치료뿐만 아니라 케어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의료이용체계를 피라미스식에서 매트릭스식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19일 국회도서관서 진행된 ‘지역사회 통합의료돌봄 개선방안 국회토론회’에서 한국형 커뮤니티케어를 제안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선진국은 노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의료와 돌봄이 융합된 형태의 새로운 의료복지 융합 서비스로 커뮤니티 케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커뮤니티케어를 도입하려 하고 있으나 선도사업에는 의료가 배제된 채 탈의료기관, 탈시설에만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봉식 소장은 “커뮤니티 케어에서 의료를 배제하면 국민의 불안과 불신으로 인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라며, “우리보다 앞서 커뮤니티 케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영국, 일본, 덴마크, 스웨덴 등 선진국들은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 요소로 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인의 건강이 악화되면 지역사회에서 적정한 진료를 적기에 받을 수 있는 지역완결형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우 소장은 지역사회 통합의료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1차의료 중심 의료돌봄 통합 제공체계 즉, (가칭)요양의원 신설을 주장했다.

우 소장은 “우리나라 의료기관 종별시스템은 단순히 의료기관을 기관의 규모에 따라 ‘피라미드식’으로 1차ㆍ2차ㆍ3차 기관으로 구분해 놓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지난 1989년 행정구역에 따른 진료권을 설정하고 지역 내 의료기관을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제도화한 시스템이지만 고령화로 인해 치료 뿐만 아니라 케어가 점차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 규모로 구분한 종별시스템만 가지고는 효율적 의료제공을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급성기-회복기-만성기 등 질환의 시기별 특성과 의료기관의 기능별 특성에 따른 구분을 고려해야만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의료법에 의료이용체계를 명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의료법에 의료전달체계에 관한 확고한 근거가 없는 가운데 건강보험법에 의거한 진료비 통제나 억제 정책만으로 전달체계를 확립하려 한다면 환자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우 소장의 주장이다.

우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외래 중심 일차의료 기반으로는 일차의료 중심 커뮤니티케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어렵다.”라며, “전체 1차의료기관의 일부가 방문진료와 방문간호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통합 의료ㆍ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변화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통합 의료ㆍ돌봄 전문 일차의료기관의 한 형태로 일본의 개호의료원과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가칭)요양의원’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게 우 소장의 설명이다.

우 소장은 “요양의원 의사가 고령자와 친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형성해 신뢰를 유지하고 예방적 의료를 통한 건강지킴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성질환관리, 방문진료ㆍ방문간호, 환자교육, 건강증진, 치료계획ㆍ상담 등과 관련한 수가 신설하거나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그는 “(가칭)요양의원의 시설ㆍ인력ㆍ장비 기준을 기존의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중간 정도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의원급에서도 장기요양 환자를 일정 부분 케어할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럽게 통합 의료ㆍ돌봄 체계가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 소장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기능 중심 병상 이용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안했다.

우 소장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초급성기 상태의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기관으로 중증ㆍ응급ㆍ난치성 질환 등 중증질환 중심으로 진료하고, 급성기는 전문병원과 의원급 중심의 진료를 담당하도록 하되,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감염ㆍ외상ㆍ정신 등 기능특화병원 등 특정 과목이나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으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 지역사회에서 지역 완결형 의료ㆍ돌봄 체계를 담당할 의료기관으로 회복기 병원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회복기 병원은 수술ㆍ시술 후 회복, 재활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커뮤니티(회복)병원으로 반복적 입퇴원이 필요한 노인 환자를 조기에 커뮤니티로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요양병원은 일반ㆍ재활ㆍ완화ㆍ치매 등으로 기능을 분화하고 요양시설과의 기능정립을 통해 의료적 기능이 강한 경우 요양병원에서 돌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병원급 의료기관은 지역별 기능별 병상 총량제를 시행해 병상 과잉 지역의 병상 신설을 억제하고 병상이 부족한 지역으로 신설을 유도하는 등 적정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존 1-2-3차 ‘피라미드식’ 의료이용체계는 고령화로 인한 다양한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제공이 불가하다.”라며, “따라서 질병의 시기와 생애 전주기를 고려해 기능중심 의료이용 체계를 구축하고, 일차의료가 지역 완결형 의료ㆍ요양ㆍ돌봄 연계체계의 조정자로서 초고령사회의 다양한 의료ㆍ돌봄 수요를 조율하는 ‘매트릭스식’ 의료이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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