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일반 직장인 대비 우울 고위험군이 높게 나타나, 의사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개인적ㆍ구조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20~30대 젊은 의사들의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높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최근 ‘의사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 대한민국 의사의 정신건강 현황을 토대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보고서(연구책임: 강북삼성병원 조성준 교수)는 국내 의사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국내 일반 직장인의 정신건강 관련 자료와 비교했으며, 국내외 문헌고찰을 통해 의사의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343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연구소에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수집한 2만 4,920명의 일반 직장인 정신건강 실태 자료를 이용했다.

주요 조사항목으로는 우울, 불안, 수면문제, 직무 스트레스, 마음자산, 음주, 흡연, 신체활동 및 식습관, 소진 등이었다.

연구 결과, 의사는 일반 직장인 대비 우울 고위험군 비율이 다소 높게 나타났으며, 전공의와 임상강사로 구성된 20대, 1차 개원의나 봉직의 비중이 높은 30대에서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특히, 20대 의사들에서는 다른 연령에 비해 수면 문제, 낮은 통제감, 식습관 문제, 번아웃이 높았고, 주당 근로시간이 길었다.

성별 연령별 한국 의사의 주요 스트레스 요인
성별 연령별 한국 의사의 주요 스트레스 요인

의사의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20대(주로 전공의, 임상강사)는 높은 직무요구와 직장문화, 30대(주로 개원의와 봉직의)는 관계 갈등과 직무불안정, 40~50대는 매너리즘이 주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직무 스트레스 중에서는 관계갈등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직무요구가 뒤를 이었다.

관계갈등의 경우,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개원의의 경우는 연령에 관계없이 관계갈등이 높았다.

연구진은 혼자서 진료 및 운영 등을 모두 감당하며 주변에 도움을 구하기 힘든 직역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의사의 마음 자산(통제감, 열정, 끈기, 사회적 지지로 구성)에 있어 사회적 지지가 일반 직장인들 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

의사의 번아웃은 일반 직장인과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양호한 편이었으나, 20대 의사의 번아웃 비율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높았다.

외국 사례를 보면, 영국에서는 NHS Practitioner Health를 통해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 인력을 대상으로 자살, 장애, 사별 등에 대한 지지프로그램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30년 이상 운영된 Federation of State Physician Health Programs을 통해 의사의 중독, 정신질환, 신체질환, 행동문제에 대한 발견, 평가, 치료, 지속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의사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개인적ㆍ구조적 차원의 개입 필요성을 제안했다.

개인적으로는 의료업무 외의 대인관계를 늘리고 매너리즘 해소를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동아리 활동, 문화 행사 등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구조적으로는 1차 예방차원에서 의과대학 교육 및 연수교육을 통해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교육 및 연령별, 직역별 스트레스 완화 방법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차 예방으로 의사의 정신건강 검진을 통한 선별검사의 도입과 익명성 보장을 통한 치료 접근성 확대 등을 제안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의사의 정신건강은 의사 개인만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도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라며,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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