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의 비대면 진료 확대 소식에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은 지난 27일부터 고객가이드앱과 종합의료정보시스템을 연동한 비대면 진료를 전면 시행했다.

앞서 강남성심병원은 지난 2020년 코로나가 유행하자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시행했지만 기존 비대면 진료가 진료예약과 수납이 어렵자 병원 자체적으로 비대면 진료시스템을 개발했다.

비대면 진료는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반복처방이나 검사결과 상담 등 의학적 안전성이 입증되는 환자에게만 시행한다.

진료절차는 ▲진료예약 7일 전 고객가이드앱을 통해 비대면 진료 신청 ▲의료진 종합의료정보시스템을 통해 환자 검사, 복용약물, 진료기록 실시간 파악 ▲비대면 진료여부 담당교수 승인 ▲비대면 진료 일시 배정 ▲담당교수 비대면 진료 시행 ▲모바일진료비수납 ▲모바일 전자처방전 발행 순으로 진행된다.

또한 환자 상태에 따라 필요할 경우 즉시 예약해 병원을 방문할 수 있다.

특히 강남성심병원 비대면 진료는 모바일 진료비 수납, 모바일 전자처방전을 하나로,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아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의료취약지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국내ㆍ외 환자까지 진료가 가능하다.

모바일 전자처방전은 처방전을 QR코드 형태로 바꿔 환자의 휴대폰으로 전송한 뒤 약국에서 바코드 리더기나 약사의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처방전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강남성심병원의 비대면 진료 확대 소식은 29일 오후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고, 하루 뒤 의사단체들이 앞다퉈 성명을 내며 비판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다. 소청과의사회는 30일 오전 임현택 회장 명의로 강남성심병원 이영구 병원장에게 공개질의를 통해 원격의료 사업철회 의사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임 회장은 “전자처방전은 의사들은 모두 반대하는 국민건강에 커다란 위해가 될 성분명 처방으로 가는 방식이다. 의약분업을 훼손하는 동시에 파기 사유이기에 약사회 등의 시도에 적극 반대하는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협이 공적 전자처방전 협의체 불참을 선언한 현 상황에서 의사드의 대표단체인 의협의 의견을 무시는 것이다.”라며, “환자 안전에 위협 가능성이 높고, 의사 윤리에 어긋나는 비대면진료를 강행하는 독자행보를 한 이유와, 사업계획 철회의사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전염병 심각 단계에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비대면 시스템을 통해 마치 본격적인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듯이 비쳐질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의협은 “국민과 의료인 모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대면진료 시스템 구축은 모든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유기적인 협조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의료계 전체 논의를 통해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의료계 내 불필요한 오해와 반목을 초래하는 행태는 반복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오는 7월 7일 출범하는 정보의학전문위원회를 통해 환자 진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의사단체의 전문가적 관점과 역할을 적극 반영한 대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시스템 설계를 정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갈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대한내과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사회적 합의 없이 독단적인 비대면 진료를 강행하는 강남성심병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내과의사회는 “현재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각층이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의견을 조율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중이다.”라며, “사회 각계의 의견 조율이 완전히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강남성심병원의 비대면 진료 시행은 그동안의 각계의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끔 하는 독단적인 행태로 내과의사들을 포함한 전 의료계를 분노케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내과의사회는 “최근 내과 회원을 대상으로 비대면 원격진료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코로나19 비대면 재택치료를 시행한 후 비대면 원격진료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향후 비대면 원격진료는 동네의원 즉 1차 의료기관에서만 행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90% 이상으로 나타났다.”라며, “사회적 합의 없는 독단적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의 비대면 진료 확대 및 모바일 전자처방전 발급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내과의사회는 “섣부른 전자처방전 제도 시행은 처방전 리필제나 성분명 처방 등 향후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강남성심병원의 비대면진료 확대에 유감을 표했다.

개원의협의회는 “현재의 비대면 진료는 코비드19라는 유래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대면 진료 과정에서 질병 전파의 위험성을 줄이고, 급격하게 퍼져나가는 질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라며, “팬데믹 상황이 진정되면서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한하고 관련 예산을 줄여나가고 있다.”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개원의협의회는 “비대면 진료가 시행되면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을 중심으로 경증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라며, “상급의료기관인 대학부속병원의 갑작스러운 비대면 진료 확대 발표는 의아할 뿐만 아니라 의도도 의심스럽다.”라고 꼬집었다.

개원의협의회는 “대학부속병원의 역할은 교육과 연구 중심이어야 한다. 경증 외래환자를 지속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고 전자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은 본연의 업무를 일탈하고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한 것이며, 거대한 몸집과 압도적인 자본, 인적 자원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개원의협의회는 비대면 진료 확대 정책의 즉각적인 중단과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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