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막을 내린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 결과에 대해 의사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의사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며, 수가협상의 불합리함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 방역에 협조한 사실과 수가협상 결렬 과정을 빗대 ‘사냥이 끝나면 개는 버려진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앞서 의사협회를 비롯한 6개 공급자단체 협상단은 지난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협상단과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해 밤샘 릴레이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병원(1.6%), 치과(2.5%), 약국(3.6%), 조산원(4.0%) 등 4개 유형은 계약을 체결했고, 의원과 한방 유형은 협상이 결렬됐다.

공단 협상단으로부터 의원은 2.1%, 한방은 3.0% 인상안을 제시받고 거부했다.

병원과 치과는 지난해 보다 각각 0.2%, 0.3% 높은 인상률로 계약을 매듭지었고, 약국도 지난해와 동일한 인상률로 계약했다.

반면 의원은 지난해보다 무려 0.9%나 낮은 인상률을 제시받아 빈손으로 협상장을 나서야했다. 함께 결렬된 한방이 지난해 보다 0.1% 낮은 인상률을 제시받은 것과 비교하면 계약을 맺고 싶어도 맺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일 협상단은 결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2023년도 의원유형 수가협상 결렬을 의도적으로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협상단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일차의료의 붕괴를 막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정당한 요청이 철저히 묵살됐고, 객관적 근거나 명분없는 2.1%를 수기인상률로 제시해 코로나19로 인해 한없이 가라앉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에 찬물을 끼얹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협상단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정부가 앞으로 처할지도 모를 국가적 재난상황에 대해 어떻게 의사들의 협조를 구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하루 뒤인 2일 김동석 협상단장은 협상쇼의 희생양을 거부한다며 단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의사협회로부터 위임받은 협상 권한도 반납했다.

김동석 단장은 “코로나19로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목숨을 걸고 국가 방역에 협조한 의원에게 이런 결과가 돌아온데 대해 분노한다.”라며, “공단은 다른 유형과 달리 의원에게서만 1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인지 납득할만한 근거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모든 유형에서 불만을 갖는 협상구조는 폐기하고, 모멸감으로 치를 떨면서도 끌려 다니는 모든 유형은 수가협상을 거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의사협회와 개원의협의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수가협상에 대한 개선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건보공단이 공급자단체 뿐 아니라 가입자단체에서도 문제가 제기된 SGR 모형에 대한 개선을 하지 않고 매년 똑같은 형태의 수가협상을 반복하고 있다.”라며, “건보공단은 수가협상의 파행에 대한 책임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공단 재정운영위에 공급자단체도 참여하도록 할 것과, 수가협상 결렬에 대한 페널티를 공단 재정운영위에도 부과할 것, 건정심에서 공단 재정운영위가 제시한 인상률을 결정하는 소통없는 결정구조 개선, 공급자단체와 공단의 공평한 협상구조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일반과의사회는 7일 성명을 내고, 과거 정부가 물가 반영해서 고시했던 방식만도 못한 엉터리 요식 행위라고 질타했다.

일반과의사회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공급자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정한 밴드로 협상단들을 농락한 위압적인 협상이다.”라며, “수가협상을 망친 공단 책임자의 공식 사과와 함께 다시는 이런 엉터리 수가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하라.”고 요구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수가협상 결과에 대해 사냥이 끝나면 개는 버려진다고 평가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코로나 19라는 판데믹 상황에서 정부는 봉사와 희생이라는 윤리적 무기를 이용해 의료계에 손을 벌렸지만, 상황이 정리돼 가는 지금 의료계를 손절하려 한다.”라며, “‘사냥이 끝난 개는 버려진다’라는 표현보다 더 적절하게 수가협상을 표현하는 방법은 없다.”라고 비판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우리나라 의료에 있어서 수가는 모든 문제의 시작이고 해결책이고 동시에 결과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의료 직역간의 갈등, 보건의료 노조의 투쟁 등 모든 것은 비용 지불의 주체와 객체 문제로 귀결되며, 결국 저수가라는 근원적 문제로 집약된다.”라며, “수가협상에서 정부의 자세는 일방 통고에 가까웠고, 의료계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반성하고 바로 잡기를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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