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환산지수) 계약에서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계약을 맺는데 실패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6개 유형의 공급자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5월 31일 오후 10시부터 6월 1일 오전 9시까지 약 11시간 동안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수가계약(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올해 수가협상은 가입자단체와 공급자단체가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이견을 보여 난항을 겪었다.

가입자단체는 요양급여비가 증가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요양기관에 지급된 손실보상금을 수가협상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급자단체는 코로나19로 인한 환자 감소, 방역 관련 비용 지출, 인건비 부담 상승 등 경영 악화 상황을 제시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손실보상금은 재난상황으로 인한 일시적인 지원이므로 수가협상에 반영해선 안 된다며 반발했다.

김동석 의협단장, 송재찬 병협단장, 이진호 한의협단장, 마경화 치협단장, 박영달 약사회단장(좌로부터)
김동석 의협단장, 송재찬 병협단장, 이진호 한의협단장, 마경화 치협단장, 박영달 약사회단장(좌로부터)

마라톤 협상 결과,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는 계약에 실패하고,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약사회, 조산협회는 계약에 성공했다.

유형별 수가인상률을 보면, 병원 1.6%, 치과 2.5%, 약국 3.6%, 조산원 4.0% 등이다.

계약이 결렬된 의원은 2.1%. 한방은 3.0% 인상안을 공단 협상단으로부터 제시받았다.

( )는 협상 시 공단이 제시한 최종 수치(단위: %, 억원)
( )는 협상 시 공단이 제시한 최종 수치(단위: %, 억원)

계약을 체결한 단체들은 만족하지 않지만 향후 제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한 점을 강조했다.

송재찬 병협단장은 “2년 동안 결렬되고 3년째 결렬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생각했다.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제시한 액수를 최선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송 단장은 “수가협상의 구조 문제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가입자와 공급자가 긴밀한 대화를 통해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그런 부분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였다.”라고 설명했다.

박영달 약사회 단장은 “전체 요양기관들이 코로나로 인해 공단에서 파악한 손실보상금이 3조 9,000억인데, 그중 약국으로 나간 손실보상금은 39억원으로 0.1%에 불과하다. 약국이 많이 소외됐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라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타 유형은 백신 등 방역 관련 행위를 통해 일정 부분 보상을 받았지만 약국은 그런 매커니즘이 없다. 약국의 처방전수는 2019년 5억 1,000만건이었는데 2021년 4억 1,000만건으로 줄었다. 이번 협상에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신상대가치를 개발해 재정절감에 기여하고 약사의 가치와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공단과 함께 찾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마경화 치협 단장은 “과거와 양상이 다른 수가협상이었다. 어떤 수치가 나와도 만족할 수 없다. 2년 연속 결렬을 통해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많이 받았다. 실익에 포커스를 맞추고 사인했다.”라고 짧게 말했다.

최근 5년간 환산지수 결정 현황(단위: %, 원)
최근 5년간 환산지수 결정 현황(단위: %, 원)

계약이 결렬된 의협과 한의협은 수가협상 방식을 성토했다.

김동석 의협 단장은 “의사협회의 정당한 요청은 철저히 묵살됐고, 공단 재정운영위는 단지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증가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객관적 근거나 명분없이 수가인상률 2.1%를 통보해 결렬을 조장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한없이 가라앉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었다.”라고 분개했다.

김 단장은 “매년 공단 재정운영위가 일방적으로 정한 밴딩 내에서 공급자간의 서열을 매겨 나눠주기 방식의 수가협상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정부는 조속히 수가결정구조의 합리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진호 한의협 단장은 “결렬됐다. 원칙이 공통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답을 정해놓고 그에 필요한 SGR 연구 등 근거를 선택적으로 차용해서 적용하는 모순점을 느꼈다. 납득이 가지 않는 협상이었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이 단장은 “협상 내내 환산지수 점수보다 전체적인 보험정책에서 한의가 소외된 점을 줄기차게 외치면서 최소한의 수치를 제시했지만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아무쪼록 새정부에서는 한의의 목소리가 들려지고 반영되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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