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가 올해도 여ㆍ야 인사로 북적였다.

현장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 14명의 정치권 인사가 참석했다. 현역의원은 13명이었다.

지난해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등 15명보다는 참석자가 소폭 줄었지만 2년 연속으로 다수 정치인이 의사협회 총회에 참석한 것이다.

정치인은 철저하게 이해득실을 따져 움직인다. 표가 되느냐가 현장을 방문하는 기준이 된다.

정치인에게 의사협회 총회는 얼굴을 내밀 가치가 있는 행사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집행부가 제아무리 요청하고 읍소한다고 해도 찾아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정치인의 총회 참석을 회원들이 달가워했을지는 의문이다.

참석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필수 회장의 리더십을 ‘소통의 리더십’이라고 칭하며 반복적으로 칭찬(?)했다.

송영길 의원은 “최대집 회장이 있을 때는 의협이 정부ㆍ여당과 대립되다보니 불신이 쌓이고 대화가 안돼 의료인이 금고 이상형을 받으면 의료인 자격을 상실하는 법이 상임위에서 통과됐다.”라며, “이필수 회장처럼 소통이 됐으면 충분히 조정됐을텐데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법사위에서 조정해 보자고 했다. 이필수 회장의 여러 이야기를 듣고 계속 유보시켜서 절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소통의 예를 들었다.

송 의원의 말은 의료인 면허 제한법이 이필수 회장이면 발의되지 않았을텐데, 최대집 회장이어서 발의됐다는 말인가?

해당 법안이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사들을 혼쭐내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했다는 자기 고백으로 들린다.

법사위 전문위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범죄를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라고 지적한 사실이 떠오른다.

의료인 면허 제한법이 법사위에서 계류중인 이유가 이필수 회장의 소통의 리더십 때문일까, 법안의 결격 사유 때문일까.

이날 민주당 서영석 의원도 “최대집 회장 시절에는 반대만 하면 돼 고민이 없었다. 그런데 이필수 회장이 당선된 후 고민이 많이 생겼다.”라며, “부드러운 리더십을 통해 많은 정치 세력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모르겠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협력과 소통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용빈 의원도 “이 회장이 소통을 잘한다. 의협 회장으로서 역할을 정말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이수진 의원도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이필수 회장의 소통 능력과 친근감이 국회에서 강력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라고 이 회장을 치켜세웠다. 

외부인사들이 의사협회 잔치에 온 만큼, 덕담 위주로 인사말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소통’ 자체에 과한 의미부여는 곤란하다.

현장에 참석한 한 원로인사는 “정치인의 립서비스가 과하다. 이필수 회장도 생각이 있다면 멋쩍었을 것이다.”라며 씁쓸해 했다.

의료계엔 정치권과 풀어야 할 의료현안이 많다.

차기 총회에선 ‘소통’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얻은 ‘결과물’에 대해 이야기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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