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간호협의회장이 방한해 간호법 제정 지지 발언을 하자, 세계의사회는 반대 입장을 밝히는 공식 성명을 채택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9일 파리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이사회에서 ‘간호사가 의사와 독립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한민국 입법부의 시도에 대해 즉각적인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는 각국의 의사협회를 회원으로 하는 독립된 국제 비정부 기구로, 1947년 9월 17일에 창립돼 현재 회원수가 115개국 의사회에 이를 정도로 확대됐다.

세계의사회는 “한국의 간호단독법 제정 시도는 의료의 최선의 진료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이며, 기존의 팀 기반 의료를 훼손하고 와해시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세계의사회는 “간호단독법 제정이 부당하다는 대한의사협회 및 기타 보건의료단체들의 견해를 지지한다.”라며, “현재 의료법에서 의료행위는 의사의 감독 하에 여러 보건의료 직역의 협동으로 수행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세계의사회는 이 간호단독법안이 비의사 진료를 허용해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대한의사협회 및 기타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깊은 우려에 공감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이디 스텐스마이렌(Heidi Stensmyren) 세계의사회 회장(스웨덴의사협회장/마취‧중환자의학전문의)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한국에서 입법 발의된 새로운 간호단독법안은 간호사 역할에 대한 변화를 통해 의사의 지휘감독 없이도 ‘필수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게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래에는 간호조무사가 지금처럼 의사가 아닌 간호사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될 것이다.”라며 법안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의료가 의사의 관리 감독 하에 제공되지 못한다는 것은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 기준에 의해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의사들에 의한 의학적 치료가 환자들에게 미치는 위해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이번 세계의사회 이사회에 박정율 부회장(세계의사회 재정기획위원장)과, 도경현 국제이사가 대표로 참여해 한국 간호단독법의 부당함을 적극 알려 국제기구의 공식 성명을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국제간호협의회(ICN) 파멜라 시프리아노(Pamela Cipriano) 회장(전 미국간호사협회장)이 6일 국회 앞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에 참석해 한국의 간호법 제정 지지 선언을 했다.

1899년에 설립된 ICN은 세계 135개국이 가입한 가장 오랜된 전문직 단체로 세계 2,800만명의 간호사를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국제기구이다.

파멜라 회장은 “간호사가 현장에서 전문지식으로 우수한 간호를 제공하고, 보건의료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하려면 법적ㆍ제도적 기반 마련이 급선무이다.”라며, “간호법은 국민의 보편적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을 위한 법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이 국회 발의 후 직역 간 갈등을 이유로 제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간호법 제정을 위해 4개월 넘게 집회와 시위를 진행 중인 사실도 놀라운 일이다.”라며, “ICN은 한국에서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간호인력을 지원하고 강화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ICN은 우수한 한국 간호계가 더욱 발전해 최고의 의료가 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간호법 제정을 적극 지지하고 함께 노력하겠다.”라 말했다. 

이어 파멜라 회장은 7일 간호계 리더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의 명확한 업무범위를 규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업무범위가 명확히 규정돼야 간호사가 규정된 업무 외 행위를 하지 않고, 타 직역도 간호업무를 침범하지 않아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을 지킬 수 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현재 간호협회과 의사협회는 각각 간호법 제정과 철회를 주장하며 1인 시위와 집회, 성명 발표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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