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제주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제한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영리병원 도입을 부추기는 판결이라며 우려를 표한 데 이어, 시민단체와 노조도 반발하고 나섰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좋은 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7일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먼저, 이들 단체는 녹지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 허가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제주지방법원을 규탄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5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녹지그룹 손을 들어줬다.

중국 녹지자본이 운영하게 되는 영리병원에서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진료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녹지국제병원은 애초에 병원 운영과 의료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중국의 부동산 자본과 국내 성형외과 의사들이 중국과 일본 등지에 세운 영리병원이 역수입 돼 들어오는 돈벌이 병원이다. 녹지국제병원 측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영리병원 운영 사업계획서에 스스로 ‘녹지국제병원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이라고 분명히 명시해 제출했다.”라고 상기시켰다.

이들 단체는 “녹지그룹이 병원을 개설하지 못한 것은 국내 영리병원의 우회적 허용이라는 문제가 사실임이 확인되면서 국내 의사들을 구하지 못해서였다.”라며,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복지부의 승인을 받아놓고는 내국인도 진료하게 해달라는 것은, 자신들의 사업계획서를 근거없는 종잇조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중국 녹지자본이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이 부당하다고 개설 조건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은 의료의 본령을 몰각한 부동산 기업의 본질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윤석열 인수위를 향해 영리병원이 아닌 공공병원 확충 방안을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건강보험 환자는 받지 않고, 환자의 목숨보다 이윤이 먼저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승인받는 영리병원은 이 땅에 필요하지 않다. 영리병원은 단 한 번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다.”라며, “차기 정권이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의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영리병원이 아닌 공공병원 확충과 사람을 살리는 의료, 의료인과 환자가 안전한 의료를 만들기 위한 인력과 의료 자원의 확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시민사회는 영리병원을 허용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 영리병원이 결코 제주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싸워 나가겠다.”라고 천명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도 7일 성명을 내고 법원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우리나라 의료법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 영리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한 기관은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라며, “기존의 의료법을 부정하고 뒤집는 제주지방법원 판결은 영리병원을 합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영리병원은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보다는 오로지 영리 추구만을 위해 운영될 것이고 결국, 대형 자본 투자로 이어져 의료가 이윤 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지난 2014년 인천 송도에 3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 건립 계획이 추진됐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을 유치하려는 사례도 있었다고 예로 들었다.

노조는 새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노조는 “윤석열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공공의료 확충이 아니라, 민간병원의 공공의료 역할을 강조하면서 진료수가 및 시설을 확충하는 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투입하겠다고 한다.”라며, “이는 민간 의료기관 자본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인 공적 자산으로 보상해주고 정부가 민간병원 지배구조 및 운영방식에 개입해 민간 의료를 강화하려는 의미가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번 판결로 인해 제주도를 비롯한 경제특구 중심으로 영리병원들이 허용ㆍ개설돼 부자들만 다니는 고가 전문병원이 폭발적으로 증가, 과잉진료 성행하여 민간보험사의 당연지정제 폐지 요구가 거세져 의료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가난한 사람에게는 의료비가 증가하는 등 건강보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라며, “영리 목적의 병원 자본의 진료비 지출구조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결국 의료민영화는 시간문제다.”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노동ㆍ시민ㆍ사회와 함께 제주 녹지병원 저지, 영리병원 허용 법제도 폐기 및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경고했다.

앞서 의사협회도 지난 5일 이번 판결과 더불어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려는 지자체의 정책방향에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의료기관이 운영되는 궁극적 목적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라며, “우리나라 의료법 33조에서도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한 기관은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의료에 공공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고 영리행위로 개방될 경우 환자들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판결은 기존의 의료법을 뒤집고 영리병원을 합법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영리 병원은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오로지 영리추구만을 위해 운영될 것이다. 영리병원의 도입은 대형 자본 투자로 이어지고 결국 의료는 이윤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러한 상황은 지방 중소 의료기관들의 연이은 폐업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고,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영리병원 도입해 데한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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