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ㆍ의원은 환자 진료 후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신청하고, 심사평가원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결정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는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비용ㆍ조정 결정이나 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에서 맡는 의료기관 관련 사건의 상당수는 건강보험심사심가원의 요양급여비용 조정 처분 또는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취소하는 사건이다. 어떤 경우 환수처분 소송에서 승소하게 될까?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손지현 변호사는 4일 자사의 뉴스레터 칼럼을 통해 의료법 위반에도 환수처분이 취소된 행정법원의 판례를 소개했다.

A사회복지법인(이하 A법인)은 노인병원과 재활병원, 재활학교와 체육시설을 수 개의 동으로 이뤄진 한 건물에서 운영했다.

A법인은 재활학교의 일부 면적을 재활병원의 소아 낮병동으로 사용하고, 다른 일부를 노인병원의 한방진료실로 사용했으나 구 의료법 제33조제5항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허가 사항 변경허가를 받지 않았다.

지자체장은 A법인에 대해 경고처분을 했고, A법인은 곧바로 해당 면적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허가 사항의 변경허가를 받았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기관 개설허가 사항의 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공간에서 진료를 실시하고 요양급여비용 등을 청구했다는 사유로 이 사건 각 병원에 대해 각 업무정지처분(이하 선행처분)을 했고, 공단은 해당 업무정지 기간 동안 노인병원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중 1억 2,057만 8,840원과, 재활병원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중 11억 963만  3,550원을 환수 처분(이하 처분)했다.

A법인은 이 사건 선행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해 승소했고, 이 사건 선행처분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행정법원은 A법인이 운영한 소아 낮병동과 한방진료실은 이 사건 각 병원의 일부로서 요양기관에 해당하고, 설령 병원의 일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의료기관 개설허가 사항의 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것만으로는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1항에서 정한 부당이득징수의 요건인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볼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행정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의 이유는 세가지다.

먼저, A법인이 소아 낮병동과 한방진료실에서 실시한 요양급여가 관련 요양급여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소아 낮병동과 한방진료실이 의료법령 등이 요구하는 인력ㆍ시설 및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없으며, 경고처분을 받은 직후 변경허가를 받아 문제없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 이 사건 각 병원은 구 의료법 제33조제4항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아 요양기관이 됐는데, 소아 낮병동과 한방진료실은 같은 건물 내에 위치하고 있고, 면적이 전체 면적의 일부분에 불과해 이 사건 각 병원과 동일성을 유지한 의료기관으로서 변경허가라는 행정절차만 이행하지 못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단은 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공간에서 한 진료를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제1항1호 소정의 요양기관 외 진료로 보아 부당이득의 징수에 이른 것인데, 동 규정의 취지는 요양기관이 적정한 요양급여를 제공하게 하려는 것일 뿐 요양기관의 면적을 제한하기 위함은 아니므로 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만으로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즉, 행정법원은 A법인이 의료법을 위반해 의료기관 개설허가 사항의 변경허가를 받지 않았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환수처분에 이를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손 변호사는 “관련 법률 규정의 취지를 고려해 해당 요양기관이 요양급여 기준에 부합한 요양급여를 실시했는지 여부, 해당 공간이 의료법령에서 규정한 요양기관의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 A법인의 법률 위반에 대한 고의 내지 과실 여부, 법률 위반 사항의 중대성 여부 등 그 실질을 모두 고려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만큼 해당 요양기관이 적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지 않아 국민보건 상 위해를 가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대법원도 ‘구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은 의료법 등 다른 개별 행정법률과는 입법 목적과 규율대상이 다르다. 따라서 다른 개별 행정법률을 위반해 요양급여ㆍ의료급여를 제공하고 급여비용을 수령한 것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국민건강보험법ㆍ의료급여법 과 다른 개별 행정법률의 입법 목적 및 규율대상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건강보 험법령ㆍ의료급여법령상 급여기준의 내용과 취지 및 다른 개별 행정법률에 의한 제 재수단 외에 국민건강보험법ㆍ의료급여법에 따른 부당이득징수 및 업무정지처분까지 해야 할 필요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손 변호사는 “행정법원의 판단은 대법원 판례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라며 “해당 판결은 요양기관들이 억울한 환수처분 등을 취소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준비할 때 참고할만한 사례를 하급심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단 또한 해당 판결을 참고해 의료법령을 위반한 요양기관에 대해 행정처분을 할 때 요양급여의 적정성 등 구체적인 사정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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