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보건의료노조가 각 후보들의 정책을 평가한 적이 있지만 무슨 근거로 평가했는지 모호하고 알 길이 없었다. 평가기준도 모르는데 국민이 납득하겠나?”

이는 지난해 11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이 매니페스토 평가단 운영 계획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우 소장은 전문가답게 정책 목표, 정책 이해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 정책의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 발표하겠다고 ‘호기롭게’ 공언했다.

그는 의료계의 이해관계가 아닌, 균형감 있는 시각으로 평가해 의사회원과 국민에게 객관적인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3인, 학계 3인, 소비자 및 환자단체 2인, 언론 3인 등 각 분야별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1월 출범식을 거쳐 24일 각 정당 대선후보들에게 보건의료 정책공약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

각 정당으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블라인드 방식으로 평가위원이 평가하게 했고, 평가단은 결과를 취합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11일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 정책공약 평가결과 발표회’를 15일 오전 11시 열겠다고 예고했다.

우봉식 소장이 예고한대로 평가단 구성부터 평가, 결과 발표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의료정책연구소는 예고시간을 불과 30여분 남겨 둔 시점에, 발표회를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일찌감치 예고한 발표회를 급작스럽게 연기하면서, 정작 연기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연구소가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으니 알 길이 없지만 두가지 경우가 먼저 떠오른다.

첫째, 대선 후보별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경우다. 이 경우, 의사협회가 점수가 높은 1위 후보를 공식 지지하는 모양새가 된다.

둘째, 대선 후보들의 점수가 유사한 경우다. 이 경우, 변별력이 없어서 매니페스토 평가활동이 빈수레만 요란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의사협회가 선뜻 결과를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밖에 의사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 대선 후보가 타 후보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도 의사협회가 부담을 느낄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가 의사협회가 매니페스토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될 순 없다.

메니페스토 활동을 예고하면서 전문가답게 제대로 평가하고, 결과도 공개하겠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협회는 매니페스토 평가 결과 발표회를 차후 일정도 정하지 않고 연기해 체면을 구겼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유권자가 정당과 후보의 이미지나 개인적 연고가 아닌 공약의 내용과 실현 가능성을 보고 투표하고, 당선자도 그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감시ᆞ독려하는 정치개혁 운동이다. 

평가 결과조차 발표하지 못하는 의사협회가 어떻게 공약 이행과정을 감시하겠나. 의사협회가 매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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