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회장 황찬호)는 23일 소공동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비인후과의원의 심각한 경영난 해소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의료정책연구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이비인후과 의사의 1인당 매출감소는 마이너스 37.5%에 달한다.

2021년에도 이비인후과 의원은 전체 25개 진료과 중 유일하게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황찬호 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의원 폐업 현황을 보면, 2019년에 비해 폐업률이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비인후과 개원가의 경영위기가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라며,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황 회장은 “2021년도 2분기 기준 전국 이비인후과 의원 2,570곳 중 약 75%에  해당되는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방역조치를 당했다. 이비인후과 진료의 특성상 비강이나 구강의 확인은 필수불가결한 진료 행위인데, 이비인후과 의사가 KF94 마스크를 착용했더라도 진료 중 환자가 마스크를 벗었다는 이유로 줄줄이 자가격리를 당했고,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확진자 동선 공개로 확진자 방문 병원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2주 자가격리 기간이 끝난 뒤에도 환자들의 방문이 끊겨 경영상 큰 타격을 받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하지만 환자 진찰로 인해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이비인후과 의사 중 대부분이 코로나 검사 음성이었고, 실제 중증 감염으로 이어진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자기 방역관리가 뛰어났고, 이비인후과 의사들에 대한 2주 자가격리 조치가 너무 가혹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타과 진료와 달리 이비인후과는 맨눈으로 관찰이 불가능한 귀, 코, 목의 함몰된 다양한 구조물 즉, 외이도, 비강, 구강, 인두 및 후두를 진찰하고 처치하는 진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라며, “때문에 외래에서 진찰 및 처치에 필요한 내시경, 현미경, 비경, 이경, 석션기, 면봉, 설압자 등 기구의 종류가 많으며 해당 기구의 구매 및 소독 등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유지비용이 다른 진료과에 비해 상당히 높지만 이런 제반 비용들은 수가에 반영돼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또한, 얼굴, 머리, 경부의 구조적 다양성 만큼이나 환자가 복합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문진과 검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라며, “현 수가체계는 거의 모든 진찰 및 처치 행위를 기본 진찰료에 포함되는 것으로 묶어 놓아, 원가보전조차 안되는 저수가로 인해 많은 이비인후과 의원이 경영 압박을 받고 있으며 진료를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비인후과 외래 진찰 및 처치행위에 대한 수가 현실화와 수가 신설을 통한 충분한 보상만이 고사 위기의 이비인후과 1차 의료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강처치 수가신설과, 이명ㆍ어지럼증 등에 대한 설문지를 활용한 척도 검사에 대한 수가를 요구했다.

황 회장은 “그동안 기피과라는 이유로 혹은 필수 의료라는 이유로 몇몇 과들의 수술 및 처치 수가는 두 배 이상의 상승이 이뤄졌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상황이 어려운 이비인후과 수가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추가적인 자원 및 시간이 투입되는 강처치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외이도 처치, 비강 처치의 새로운 수가신설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수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명, 어지럼증, 코골이와 무호흡, 그리고 인후두역류 질환에 대한 설문지를 활용한 척도 검사 등에 대해서도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의 척도 검사와 같은 방식으로 보험수가를 받도록 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환자교육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이명 및 천식에 대해서 교육상담료 수가가 신설돼야 하며, 난청질환 감별을 위한 음차 검사, 그리고 어지럼증 감별에 필수적인 두부충동검사 등이 새로운 수가로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낮은 수가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비인후과 1차 의료는 붕괴직전에 있습니다. 적절한 수가 인상과 수가 신설을 통해 이비인후과 1차 진료가 가능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자리를 함께 한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김세헌 이사장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호흡기 감염질환의 교육을 받은 전문의들로, 상기도감염환자의 60%를 진료한다. 내과보다 두배 많은 호흡기질환 환자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세헌 이사장은 “호흡기 감염 사태는 이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도 이비인후과의사들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수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호흡기질환에 특화된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환자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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