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를 비롯해 지역의사회와 전문학회까지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가운데 간호협회는 전문간호사 배출 숫자를 앞세워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결사반대하는 의료계 릴레이 1인시위와 릴레이 성명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현재 입법예고중인 개정안은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의협은 “해당 개정안은 의료체계의 근간을 붕괴시키고 직역간 극심한 갈등을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으므로 의료계가 하나 돼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재차 확인한다.”라면서, “정부는 의료계 혼란을 부추기는 법령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의료법 취지에 부합하는 직역간 업무범위를 설정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개정안이 ▲전문간호사의 면허범위를 임의로 확대함으로써 불법의료행위 조장 ▲진단과 같은 의사의 역할을 간호사에게 허용함으로써 의료법 위반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의 근거 마련으로 의사 진료권 침해 ▲불법 진료보조 인력 합법화를 위한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환자 보호 포기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현행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호사 또는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진료의 보조’와 ‘간호업무’로 명확하므로, 의료법의 범위 내에서 전문간호사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충분하다.”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의료계 혼란을 부추기는 법령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의료법 취지에 부합하는 직역간 업무범위를 설정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협 외에도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13일 하루동안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피부과학회, 울산시의사회 등이 성명을 냈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규칙 개정안을 통해 간호사들에게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명분을 주려는 것과 의료인 면허결격 사유를 강화는 의료계 개정추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며, “필요수 투쟁체를 구성해 즉각 행동에 들어가겠다.”라고 경고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의사회는 인천의 대리 수술 사건을 상기시키며 해당 개정안이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복지부는 불과 몇 달전 인천의 모 병원에서 발생한 대리 수술 사건을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 수술은 수술자체의 성공여부를 떠나, 무자격자에 의한 수술이라는 윤리적 문제로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라며, “전문간호사제의 업무범위 확대는 대리 수술 문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대는 인천 지역 모 병원과 같은 비윤리적ㆍ비이성적 일탈을 복지부가 나서서 인정하고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라며, “선과 악을 뒤엎는 복지부의 일탈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한피부과학회는 “개정안이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의사의 면허범위를 침범하고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해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들어 직역간 갈등을 극대화시킬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라며, “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울산시의사회는 “전문간호사는 의료법상 불법인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양성화해,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와 의료인 면허체계의 혼란을 유발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게 될 위험천만한 시도다.”라며, “개정안이 폐기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간호협회 측은 전문간호사가 408명이 추가로 배출돼 총 1만 6,462명에 이른다고 밝히며, 규정 마련을 주장했다.

13일 보건복지부의 위임을 받아 전문간호사 자격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대한간호협회 간호연수교육원은 올해 치러진 제18회 전문간호사 자격시험에서 11개 분야에서 408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밝혔다.

11개 분야별 합격자는 ▲노인 90명 ▲종양 63명 ▲호스피스 48명 ▲감염관리 46명 ▲중환자 39명 ▲가정 38명 ▲임상 26명 ▲응급 18명  ▲정신 18명 ▲산업 11명 ▲아동 11명 등 408명이다.

자격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해당분야 전문간호사 교육과정(대학원과정)을 이수하고 법에 정해진 현장실습 등을 마친 간호사들이다.

시험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1차 시험은 7월 11일 치러졌으며, 444명이 응시해 414명(93.2%)이 합격했다. 2차 시험은 8월 22일 치러졌으며, 433명이 응시해 408명(94.2%)이 합격했다.

올해 합격자 408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자격시험(2005년 첫 시행)을 거쳐 배출된 전문간호사는 총 8,298명이다. 분야별로는 노인인구 급증으로 노인케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노인전문간호사가 2519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가정(1244명), 종양(1054명), 중환자(793명), 호스피스(662명), 감염관리(488명), 정신(454명), 임상(352명), 응급(345명), 산업(183명), 아동(130명),   마취(70명), 보건(4명) 순으로 배출됐다.

자격시험 시행 이전 전문간호사 취득자를 포함하면 전체 전문간호사 수는 1만 6,462명이라는 게 간협 측 설명이다.

전문간호사제도는 1973년 의사인력의 부족으로 의료접근성을 해결하고자 ‘분야별 간호사’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마취간호사와 정신간호사는 마취 분야와, 정신 분야 수요에 대한 의사 공급 부족을 해결하고, 보건간호사는 농어촌 지역의 의사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추진돼 왔다.

2000년에 ‘전문간호사’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일본도 13개 전문간호사가 시행 중이고, 우리나라도 간호업무의 전문화와 세분화가 진행되면서 감염관리, 산업, 응급, 노인, 중환자, 호스피스, 종양, 임상, 아동전문간호사가 신설돼 모두 13개로 분야로 확대됐다.

간협 관계자는 “국제기준에 따라 전문간호사가 배출됐지만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문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범위가 규정되지 않았다.”라며, “국회는 지난해 3월까지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입법하도록 의료법에 명시했고,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 것이다. 개정안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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