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은 가격경쟁에 내몰리며 생존을 위협받게 되고, 국민은 불필요한 진료와 무분별한 시술로 의료비 부담 증가와 건강에 삼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진 22일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과 인수위원들이 22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집회에 나섰다. 

이날 집회는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두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박태근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정책이 가격경쟁을 부추겨 의료 질을 저하시키고 동네치과를 고사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사무장치과와 덤핑치과를 양산해 동네치과를 사지로 내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정책이 과잉경쟁을 초래하고 동네치과를 다 죽이는 악법중의 악법이라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집회 도중 보건복지부 의료보장심의과 김현준 국장, 공인식 과장과 만나 한시간 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박 회장은 준비해 간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정책에 대한 건의서’를 전달하고 치협의 입장을 전했다.

박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는 의료행위의 특성을 도외시한 정책이고, 의료서비스의 질저하 유발, 국민의료비 부담 증가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며 정책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현준 국장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정책이 오래 전부터 실시돼 왔고, 단계별로 공개 확대가 진행돼 왔다는 말로 당위성을 설명했다.

치협은 비급여 진료비 자료 제출기한인 8월 17일까지 계속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박태근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치과의 급여부분은 타 영역보다 더 원가에 못미친다. 이필수 의협회장도 인정한 부분이다.”라며, “급여부분에서 원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급여까지 가격경쟁에 내몰린다면 동네치과는 고사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치과는 의과보다 비급여 비중이 높아서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취약하다. 사무장치과가 저렴한 진료비로 환자를 유인한 뒤 불필요한 진료를 하거나 임플란트 개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영업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네치과에 생존권이 달렸다. 복지부에 계속 재검토를 요구하겠다. 복지부가 우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의협 등 타 의료계 단체와 공조에 맞서겠다. 특히 삭발, 대규모 집회도 고려하고 있다.”라며,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치협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가 사무장치과와 덤핑치과를 양산하고 가격경쟁을 유발해 동네치과를 고사시킬 것이라며, 사무장치과 사례를 제시했다.

서울 G 치과의 경우, 치과의사 면허가 없는 P씨와 K씨가 영리를 목적으로 불법적으로 치과를 개설하고 치과의사를 고용해 250만원인 치아 교정비를 66만원으로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광고해 환자를 모집한 뒤 진료를 중단했다.

파격적인 가격 할인 이벤트 광고에 현혹돼 피해자가 2,6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은 집단소송중이다.

부산 S치과의 경우, 치과의사면허가 없는 A 씨가 영리를 목적으로 치과의사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했으며, 환자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할인이벤트를 진행해 피해자 규모를 키웠다.

사무장치과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돌연 폐업함으로써 치료비를 납입하고 치료를 받지 못한 피해자가 100여명에 이른다.

치협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사무장치과가 할인 광고로 환자를 유인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된다. 할인 이벤트로 모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시술을 강요함으로써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늘리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며, “정부가 비급여 공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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