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의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 용어를 임상전담간호사(CPN; Clinical Practice Nurse)로 대체하고, 역할과 지위를 인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사단체들은 앞다퉈 성명을 내며, CPN 규정을 즉각 철회하고, 서울대병원 김연수 병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PA를 CPN으로 바뀌고, 소속을 기존 ‘간호본부’에서 ‘진료과’로 변경하는 한편, 이들을 ‘의사의 감독 하에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로 정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전라남도의사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PA의 구체적인 행위와 합법ㆍ불법 여부에 대한 질의에 ‘의료법 제2조에서 의료인 종별에 따른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 업무 행위를 벗어나는 불법행위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현 의료법상 면허제도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는 모두 명백한 불법이라고 밝혔다. 즉, 대한민국 의료를 이끄는 국립대 병원이 보건복지부의 묵인 하에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공공연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전남의사회는 “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의 분석 결과, 전공의 4명 중 1명은 PA로 인해 교육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대학병원과 교수의 존재 의의는 교육 및 후진양성에 있다. 경영상의 논리와 교수들의 편의만을 위해 PA제도를 방치하면, 전공의 수련 기회 박탈 및 의료의 질 저하는 명약관화하다.”라고 지적했다.

전남의사회는 “또, 이는 의사의 배타적 면허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향후 PA들의 단독 개원 및 불법의료행위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전남의사회는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이 현재 국립대병원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만큼 PA 제도화에 전국 10개 국립대병원들이 이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라고 우려했다.

경상남도의사회와 전라북도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서울대병원의 불법적인 PA 합법화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남의사회는 “의료행위 중 의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자격이 없는 PA 간호사에게 맡기자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경시하고, 편의주의에 편성해 진료비 증가를 목적으로 상업주의적 의료 가치를 지닌 일부 의료기관의 이익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주장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경남의사회는 “임상전담간호사라는 이름으로 둔갑시킨 PA 인정을 통해 기형적인 직역을 탄생시키려는 시도는 대한민국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전북의사회는 “PA간호사의 불법 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이 저수가 의료정책에서 발생된 것이며 이로 인해 의사 인력을 더 고용하지 못해서 생긴 과중한 업무량을 의사인력 충원 없이 간호사, 의료기사 등에 대한 불법행위 강요를 공식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라며, “서울대병원의 임상전담간호사제 꼼수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역병원협의회도 CPN 도입을 비판하면서, 부족한 의사인력 공백은 의사를 고용해 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병협은 “PA 제도 도입이 전공의 근무시간 축소와 관계있다는 사실은 전공의의 업무를 PA에게 이관하는 것을 전제를 담고 있으며, 이는 미래 의료를 책임져야할 전공의들의 수련 업무를 빼앗는 것과 같다.”라며,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PA를 합법화하는 것은 대학병원의 주요한 목적중 하나인 교육의 의무를 저버리고 전공의들을 그저 잡무원이나 기간제 일용직처럼 취급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병협은 “부족한 의사 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가장 좋은 선택은 의사인력(교원)을 많이 고용해 전공의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라며, “PA에게 몸을 맡기는 것 보다, 의사 인력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훨씬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의사단체들은 CPN 철회와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사퇴를 주장하면서 불법PA 신고센터를 운영해 불법을 저지른 대학병원과 의료인을 고발하고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강력한 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 고발 및 복지부에 직접 행동지도도 의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도 성명을 내고, CPN은 사실상 본질적 해결책 없는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기관들의 불법행위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에 대한 불법행위 강요를 공식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현행법상 의사 업무의 불법적인 대리 행위에 대해 서울대학병원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업무에 대한 법적인 재정비와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업무분장 없이 만들어지는 개별 병원의 제도가 현행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PA의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 정부가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는 불법의료 근절와 PA문제 해결,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즉각적인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해법 마련에 전면 나서야 한다. 의사협회, 병원협회, 전공의협의회, 간호협회 등 전 의료계도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문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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