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한의사협회에서 때 아닌 백의종군 논란이 불거졌다.

이필수 의사협회 회장직 인수위원회 관계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집행부에 합류하는 최대집 집행부 인사를 가리키며 “백의종군의 의미로 이번 집행부에서 선도적으로 굳은 일들을 도맡게 될 것 같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19일 인수위가 발표한 이필수 집행부 구성안에 최대집 집행부 인사가 다수 포함된 데 대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백의종군(白衣從軍)이란 계급이나 직책없이 전쟁터에 나간다는 뜻이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내리는 결정이 아니라, 조선시대 무인 관료에게 내리는 처벌의 하나다.

신분은 유지시킨 채 관직만 박탈한 상태에서 전쟁에 종사시키는 징계 처벌이다.

따라서, 전임 집행부 인사를 소개하면서 ‘백의종군 의미로 굳은 일을 도맡게 된다’라고 소개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인수위는 집행부 인선에 대해 철저히 개인의 능력과 경험을 기준으로 했다고 밝히지 않았나. 새로 합류하는 인사와 전임 집행부 인사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새로 합류하는 인사든, 전임 집행부 인사든 능력을 보고 기용했다고 설명하면 그만이다.

해당 이사도 SNS에 “백의종군 의도로 집행부 참여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40대 집행부를 대표해 제가 백의종군 할 만큼 동료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떠나가는 사람, 떠나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다. 배려 부탁드린다.”라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또, 지난 25일 열린 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집행부에 대한 배려 문제가 제기됐다.

총회에서 채택하려던 결의문 초안에 ‘그동안 정부와 소통 부족으로 인해 빚어진 지금의 갈등상황’이라는 표현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 표현이 정부는 잘못이 없는데 집행부가 정부와 소통이 부족해서 갈등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대의원은 “초안을 작성한 분이 차기 집행부와 관계있는 분이지만 문제삼지 않겠다. 다만, 이런 인식은 문제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백의종군 표현이나, 결의문 초안의 실수(?)는 최대집 집행부에 대한 회원들의 비판을 의식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의도했거나 의도하지 않았다해도 최대집 집행부와 일종의 선긋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필수 회장 당선인은 최대집 집행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당선인은 최대집 집행부에서 3년간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심사체계 개선 특별위원회 위원장, 중소병원살리기 TF 위원장, 수가협상단장, 총선기획단장 등 요직을 맡아 활동했다.

더욱이 최대집 집행부 인사 다수가 이필수호에 합류하지 않나.

새 인사와 기존 인사가 함께 일하게 될 차기 집행부를 위해서라도 전임 집행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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