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미 여섯 차례 마련된 공식 토론회가 모두 마무리됐고, 내일(17일)부터는 후보들의 운명을 가를 전자투표가 시작된다. 

이번 선거는 과거 선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 선거는 회무 연속성을 내건 현직 회장과, 변화와 개혁 카드를 앞세운 도전자들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최대집 현직 회장의 불출마로 모든 후보가 집행부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회무 연속성을 말하는 후보가 없는 보기 드문 선거다.

지난 12일 6차 후보자 합동설명회에서 여섯 명의 후보는 최대집 집행부의 투쟁방법에 낙제점을 매겼다.

여섯 명의 후보가 입을 맞춘 듯, 최대집 집행부의 투쟁을 보여주기식 투쟁, 즉흥적이고 로드맵 없는 투쟁, 한풀이식 투쟁, 투쟁이 목적이 된 투쟁, 교감이 부족한 투쟁 등으로 비판했다.

최대집 집행부의 회무에 대한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모든 후보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모든 후보가 의사협회 산하단체장이고, 후보 중 다섯 명은 기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집행부에 몸담았다는 점에서 ‘투쟁’과 ‘회무’에 모두 낙제점을 준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주최 측에서 단답형으로 답변을 요구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후보들에게 2~3분의 시간을 부여했어도 답변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최대집 집행부가 9.4 의정합의 이후 회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예견된 일이다.

모든 후보가 최대집 집행부와 거리를 두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의 유ㆍ불리를 떠나 최대집 집행부에서 경쟁하듯 굵직한 직책을 맡아 활약한 두 부회장에겐 아쉬움이 남는다.

기호 3번 이필수 후보는 최대집 집행부에서 굵직한 직책을 두루 맡았다.

최대집 회장 임기가 시작된 직후인 2018년 6월 불합리한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기준 개선을 위해 구성한 ‘심사체계 개선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진료비 심사기준의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같은 해 12월 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TF 위원장을 맡아 중소병원의 시설ㆍ인력기준 개선,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소외받는 중소병원 살리기 방안을 고민했다.

2019년 수가협상단장을 맡아 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협상을 주도했고, 2019년 6월 21대 총선을 대비해 구성된 의사협회 총선기획단의 단장을 맡아 2020년 4.15총선에 의료계의 의견이 국회에 반영되도록 뛰었다. 특히 총선기획단장은 그가 가장 강조하는 이력이기도 하다.

기호 4번 박홍준 후보도 최대집 집행부에서의 이력이 화려하다.

2018년 8월부터 회관신축위원장을 맡아 회관 신축을 진두지휘했고, 2019년 9월 의정협의체 단장을 맡아 의정협의를 이끌었다.

이필수 후보와 마찬가지로 2020년 5월 수가협상단장을 맡아 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협상에서 고군분투했다.

지난해 7월부터 의사협회 공중보건의료지원단 단장을 맡아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필수 후보와 박홍준 후보는 누가 뭐래도 최대집 집행부 사람이다. 두 후보가 활약한 직책은 모두 최대집 회장이 임명했다. 두 후보의 성과는 최대집 집행부 회무의 일부분이다.

마지막 후보자 설명회에서 두 후보에게 “본인이 맡은 회무는 잘했다고 평가하면서, 몸담았던 집행부에 대한 평가는 박한 이유에 대해 해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필수 후보는 “선출직 부회장으로서 회무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유세기간동안 많은 회원을 만났는데 집행부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집행부로서 스스로 잘했다고 평가하는 것도 맞지 않다.”라고 답했다.

박홍준 후보는 “회무는 행정과 철학, 즉 리더십으로 나뉜다. 선출직 부회장으로 의협의 발전을 위해 행정 부분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의협은 화합하고 소통해야 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 점을 말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질문은 최대집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최대집 집행부의 회무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것이었다. 두 후보의 해명이 선거권을 가진 회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리더십은 회장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회장 한 명 바뀐다고 의협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아무도 없지 않은가?

해마다 선거가 시작되면 후보들은 집행부를 비판하는데 열을 올린다. 판세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선거를 치를 때마다 일반회원들의 의협에 대한 불신은 커져 간다. 후보들은 화합과 소통을 말하지만, 선거 직후부터 분열이 시작되는 모습이 반복됐다.

의사회원들은 의협 집행부의 성공을 바랄까, 실패를 바랄까? 의협 집행부의 성공이 회원들에게 도움이 될까, 실패가 도움이 될까?

비단 두 후보뿐만 아니라, 여섯 명의 후보들이 최대집 집행부와 선긋기를 할 게 아니라, 최대집 집행부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들은 회장선거 후보 이전에 의협의 산하단체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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